윤여준.
참 모양새가 딱하다. '안철수의 1/300 멘토'였던 윤여준 옹이 드디어 안철수와 또 결별했다. 40일쯤 전 안철수의 '십고초려'에 "안철수가 단단해졌다. 예전 안철수가 아니다"라며 상당히 고무된 표정으로 '노인'답지 않게 들뜬 모습을 보이며 '안철수의 새정치'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 윤여준씨가 어제 "자신의 소임은 다 했다, 안철수의 새정치?하하하..."라는 말을 남기고 일단은 정계를 은퇴했다.
수즉다욕(壽卽多辱)이라더니 76세 노익장의 '말로'는 안철수라는 '도련님출신 정치신인'으로 인해 완전 스타일 구긴 셈이다. 늙기도 서럽거늘 아들뻘인 사람에게 그 수모를 당해야만 한 '노책사'의 퇴장이 영 안스럽다. 어찌보면 53세 안철수의 '정치적 패기'는 이 76세 노인보다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어 보인다.
윤여준은 안철수에게 "어떻게해서든 이번 지방선거에 독자후보를 내고 사즉생으로 달려들면 뭔가 이룬다"는 멘토다운 강한 기운의 격려발언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편한 길'만 살아온 듯한 안철수는 "연대하면 고대분들이 서운해 하죠"라며 제법 결기를 보이는 듯하다가 '남몰래' 김한길과 살짝 만나 '합당';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물론 본인이야 제3지대에서 창당해 민주당과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발언을 했지만 그걸 귀담아 듣는 국민은 민주당이나 그 언저리 사람들만 빼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곱게만 살아온 '도련님'안철수는 그와 손잡는 멘토들과는 모조리 결별해가면서 '큰 야당'민주당에 입당한 꼴을 연출해가면서까지 '신당'의 대표가 됐고, 그를 따르던 정치책사들은 하나같이 안철수 곁을 떠나버렸다. 아마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이런 이상한 '이합집산'은 전무한 일인 듯싶다.
안철수에게 '버림 받은' 윤여준은 한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대회에 나오지 않겠다"며 "당분간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 의원은 이제 거대 정당의 대표가 되셨고 신당에는 안 의원을 도와줄 여러 인물이 있으니 그런 분들과 함께 가면 된다"며 "합당 발표 이후 계속 남아 있었던 것은 마무리를 끝까지 하겠다는 취지였다"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하지만 그의 이런 말은 노인을 더 초라하게 만드는 변명처럼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는 끝까지 윤여준에게 신당 합류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아니겠는가. 윤여준이 안철수 곁을 떠난다면 웬마큼 뭘 아는 세상사람들은 안철수에게 먼저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게 뻔하니 안철수 입장에선 윤여준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 김종인, 최장집 윤여준 장하성 등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안철수와 손잡는 듯하다가 불과 몇 달만에 틀어져 영영 안 볼 사이가 된 걸 보며 사람들은 '안철수 곁에 사람이 없다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윤여준은 "안 의원 자신의 말대로 '큰 그릇'을 얻으러 간 것이니까, 이제부터는 나도 안 의원도 각자 자신의 갈 길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발표 직후 안 의원을 떠났던 김성식 전 의원이 자신에게 "장관님은 나와 위치가 다르니 마무리까지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말도 전했다.
김성식이라는 사람은 안철수가 김한길과 만나 '합당'하기로 한 바로 그날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 민주당과의 연대나 합당은 절대로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장본인이다. 안철수보다 서너살 위인 김성식은 서울대 경제학과까지 나온 수재로 안철수와 무슨 새정치를 해보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자신의 선택에 지금쯤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고보니 안철수 주변에 있다가 땅치고 후회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게 어떤 상징적 암시로 다가온다.
윤여준은 기자가 "신당의 정강·정책에 안 의원이 추구했던 '새 정치'가 반영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무슨 도사처럼 너털 웃음을 날리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새 정치가 무엇이냐. 하하하(웃음). 훌륭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들뻘 안철수의 '철부지 행동'이 가소롭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마냥 듣기 좋은 덕담은 분명 아닌 듯하다.
어쨌거나 윤씨는 "홀가분하다. 아쉬운 것은 없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은 '아쉬울 게 너무 많다'는 말로도 들린다. 팔십을 바라보는 노정객이 한을 품고 정치판을 떠나는 셈인데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 말이다. 그래선지 어제 TV 화면에 잡힌 윤여준의 구부정한 뒷모습은 초라하고 서글픈 황혼의 이미지가 가득해 보였다.
이번 안철수의 '민주당 행'은 아무리 근사한 말로 포장을 해도 신인 정치꾼 안철수의 이미지에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이야 '대통령 꿈'에 사로잡혀 거대 야당 대표로 들어간 것이라는 세간의 말엔 펄쩍 뛰겠지만 '톡 깨놓고 얘기한다면' 말이야 바른 말 아니겠는가.
정치인이 '큰 꿈'을 갖는다는 건 당연지사겠지만 안철수 식으로 '혼자만 살겠다'는 스타일로 정치한다면 저렇게 노정객 윤여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고 결국은 그게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좋지 않은 미래를 가져온다는 걸 안철수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사람이 하는 정치'야말로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입 밖으로 내놓는 말마다 '허언'으로 들리는 정치인을 과연 어느 국민이 신뢰할 지 궁금해진다.
76세 노정객 윤여준과 안철수의 두번에 걸친 결별은 일찌감치 예견된 사태이긴 했지만 그야말로 '인생무상, 정치무상'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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