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혼쭐난 안철수
20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이
‘우리는 5·18, 6·15 정신을 계승하겠습니다’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도련님출신' 안철수의원은 요 며칠새 생애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곱게 자라왔고 세상일은 거의 '제마음대로' 되는 듯 살아온 안철수로선 김한길과의 '합당선언'이후 자고나면 장애물들이 쏙쏙 튀어나와 '리더십 부재'라는 치명적 꼬리표를 달아주고 있다.
물론 그 모든 게 안철수 본인에게 최종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겠지만 정작 당사자는 '실무선의 착오'라며 아랫사람들이나 언론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서 더 따가운 눈총을 여기저기서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종편TV에선 다수의 정치 담당 기자와 평론가들이 '안철수 때리기'에 나선듯 여기저기서 안철수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20일) 민주당 지지층에 사과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5 남북공동선언 등을 뺀 신당 정강정책 초안을 제시한 이후 민주당 내 고문단을 비롯 혈기왕성한 친노 친위그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거의 정치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코너에 몰렸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형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안 의원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뜻하지 않은 논란으로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동지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4·19, 5·18은 우리가 계승·발전해 나가야 할 대한민국 미래의 크나큰 이정표”라며 “5·18 정신은 새정치로 승화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물론 진심어린 표현이었겠지만 '백년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해놓고 37일만에 막을 내린 안철수의 '전력'을 감안해보면 선뜻 믿겨지지 않는 표현처럼 느껴진다는 여론도 만만찮은 것 같다. 어쨌든 '새정치'의 푸른 꿈을 채 이루기도 전에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는 '원죄'를 진 입장이라 안철수의 속내는 바싹바싹 타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선지 광주를 방문하는 동안 안철수의 표정엔 먹구름이 낀 듯해 보였다.
안의원은 6·15 선언에 대해서도 “남북화해협력을 적극 추진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대선 전부터 누차 천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광주지역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았을 때 6·15 공동위 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장헌권씨는 안 의원이 악수를 청하자 “악수하고 싶지 않네”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이런 상황은 웬만해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만큼 '호남 민심'이 안철수에게 등을 돌렸다는 얘기일 것이다.
안 의원이 “제가 (6·15 선언 등을) 빼겠다고 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하자 장씨는 “정신 차려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똑바로 하라”고 엄하게 말했다. 5·18 묘지 입구에서는 그 쪽 동네 정치판 사람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은 6.15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反안철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수 차례 호남을 찾은 안철수가 이런 '푸대접'을 받은 건 아마 처음 일 것이다. 어쩌면 이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반전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
'정치적 피해의식'이 깊은 호남 민심은 그나마 '호남의 사위'라며 새정치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안철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겠지만 이번 소동으로 '믿을 자 아무도 없다'는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무래도 안철수의 정치적 운명은 이번 사건을 분기점으로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려나갈 것 같다.
그래선지 며칠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현상'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아마 이 여론조사결과도 '도련님'안철수의 마음을 많이 상하게 했을 것이다. '안철수의 영광'은 김한길과의 신당 창당선언 이후 회복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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