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서울은 심장, 내가 먼저 쓴 표현”… 김황식 “그 얘기는 오래전부터 쓰던 말”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두 60대 남성은 내놓는 말마다 상대를 겨냥한 듯 가시가 잔뜩 돋아있다.
어제(17일) 처음으로 마주한 두 사람은 앉자마자부터 '귀를 의심할 수준'의 날선 공바전을 펼쳤다.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 김 전 총리 캠프를 찾은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출마 기자회견을 거론하며 “서울이 대한민국의 심장이라는 표현, 참 좋은데 제가 2주일 전에 먼저 썼거든요”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자 김 전 총리는 “서울이 대한민국 심장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쓰이는 단어인데 최근에 쓰셨다면…”이라며 받아쳤다.
농담이라 쳐도 '위험수위'를 넘어선 듯한 발언이다. '나이든 여자'처럼 말하는 정몽준의 말투는 우습기도 하지만 별것 아닌 것으로도 '단어 선점권'을 주장하는 듯한 품새에서 그가 얼마나 '서울시장 자리'를 갈급해 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고 한다. 전날 출마 선언 후 김 전 총리가 정 의원을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정 의원이 김 전 총리를 방문하겠다고 역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서로가 사사건건 '이니셔티브'를 잡겠다는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이날 언론에 8분 정도 공개된 만남에서조차 '서울은 심장' 발언을 놓고 우선권을 주장하며 ‘뼈 있는 말’을 주고 받았다.
야권 통합신당에 대해 정 의원은 "실제로는 새 정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김 전 총리는 "새 정치라는 단어가 오염됐다"고 했다. 상대방보다 '더 강하게' 보이고자 하는 화법을 구사하면서 지지율 추이에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비공개 회담 땐 양측 '대리인'들마저 나서서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 측의 이사철 전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 방식으로 하자는 당의 원칙적 입장에 대해 "순회 경선을 하면 과열 등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해서는 안 된다"고 하자 김 전 총리 측 배석자인 이성헌 전 의원은 "더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순회 경선이 필요하다"고 즉석에서 받아쳤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두 후보가 “오늘은 이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앞으로 만만찮은 장애물들이 수시로 튀어나올 듯한 모양새다.
소위 ‘정몽준의 굳히기냐, 김황식의 뒤집기냐’는 다음 달 초쯤이 승부를 가를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선 국회의원과 대선후보를 지낸 정 의원이 높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현재로서는 김 전 총리에 비해 한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봐도 김황식의 '출전'은 어딘지 석연치 않다는 게 그쪽 동네 사람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MB)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MB 인사인 김 전 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기에 나온 듯한 김황식이 아무래도 후보 경선에서 '될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어쨌든 지금 상황은 '후발 주자'인 김황식의 맹추격에 정몽준이 '휘청'거리는 듯한 모양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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