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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사과에 이재오 “ 남재준 국정원장 스스로 물러나야···”주장

스카이뷰2 2014. 4. 16. 11:53

 

이재오의원                                                                                              남재준 국정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취임 이후 4번째 대(對) 국민사과를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박대통령이 '순정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대통령은 '한번만 마음주면 변치 않는 심정'인지 자신이 총애하는 부하들을 먼저 내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세상이 아무리 뭐라고 떠들어도 대통령은 일단 자신이 임명한 부하에 대해선 '한없이 감싸주는' 따스한 면모를 보여주곤 했다.

 

결국 그렇게 임명된 사람들은 큰 말썽을 일으킨 뒤에야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대통령의 스타일을 구기게 했다. 굳이 누구누구라 지명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그들이 누군지 다 알 것이다. 아마 대통령 자신도 그런 일들을 잊지는 못하고 있을 것이다.   

 

꽤 오래 전 일로 야당 대표시절 박대통령은 당시 대변인이었던 전여옥이 뭔가 잘못했을 때도 '대신 사과'를 해준 전력이 있다. 결국 전여옥은 박대통령을 배신했지만 그때 '부하'를 감싸는 대통령의 모습은 일반 국민에겐 좋은 이미지로 다가갔을 지도 모르겠다.

 

항간에선 이런 대통령의 용인술이 박정희전대통령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대통령의 행보는 좋을 땐 좋은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국정파탄 등 큰 부작용을 빚을 수도 있다. 인간적 감정이야말로 공사(公私)를 냉철히 구분해야할 대통령에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인사를 둘러싼 대통령의 '자애로운 인정'은 때로 국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국정의 깊은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요 며칠새 여기저기 보도되는 남재준 국정원장 관련 뉴스를 종합해보면 '이번엔' 남재준 원장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국정원 간첩증거조작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 취임이래 오늘까지 국정원장은 종종 '설화'를 불러 일으키는 언행으로 야당과 국민의 원성을 자초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정원장은 오래된 '명콤비'사이여선지 대통령은 71세 노신하에게 '한번만 더 잘못하면 그땐 용서하지 않겠다'는 따끔한 '말 회초리'로 혼내는 것에 그쳐 결국 남재준의 자리는 지켜준 셈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도 각종 매스컴에선 이런저런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간첩증거조작사건을 둘러싼 국정원과 남재준 원장의 행보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야당에선 당장 남재준 해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남재준 원장은 자리보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늘을 찌를 기세여서 감히 누가 '반기'를 들기도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마음에 안들었던지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16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 의원이 그런 주장을 했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당 속 야당'을 자처해온 MB정부시절 '넘버2'맨 이재오로서는 날개떨어진 지금 자신의 신세타령 겸 답답한 심경을 그런 식으로 발산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어쨌든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집권여당에서 그런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민주주의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국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사과로써 대신한 국정원장의 자리유지에 대해 뒤늦게 태클을 건 것이다.
남 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점을 염두에 둔 듯 “책임을 통감하는 것은 물러나는 것이다. 국민에 송구한 것은 (남 원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이라면서 “환골탈태는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어떻게 집권당 154명 의원 중에 한 명도 국정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을 하지 않는지, (내 생각이 틀린 것인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고 울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70객(客)'이 된 이재오로선 여러가지로 답답하고 울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왕년의 실세'가 겪는 비애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선 이런 '반대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듯싶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민심은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것이어서 대통령의 '노(老)신하 감싸주기'같은 사소한 행보가 자칫 '민심'이 등을 돌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걸 청와대는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