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성네티즌이 그린 세월호 침몰 사고속에 살아난 아기들.
세월호 침몰과 청와대 업무 보고와 100년 전 타이태닉호
그제(16일) 아침,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 325명을 포함한 승객 475명을 태운 세월호가 암초에 좌초해 침몰 중이란 뉴스를 TV를 통해 첨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조금 후 수학여행단 학생들은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길한 ‘정정보도’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고, 그 후 불과 60시간 정도가 흐른 지금 이 시간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집단 패닉상태에 빠질 정도로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겼다. 봄날 새순 같은 17세 소년소녀들 250명은 여전히 수심 33m 바닷 속에 있고 그들 부모는 물론 우리들 모두는 가슴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70세된 선장은 저만 살겠다고 어린 학생들에겐 그 자리에 가만 있으라는 ‘악마의 통보’를 남긴 채 첫 번 째 구명보트에 올랐다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사고 발생 첫날 인터넷엔 ‘1인의 희생자도 생기지 않게 하라’는 대통령의 ‘명령’이 기사로 떴었다. 그리곤 10분 도 채 되지 않아 사망자 1명 발생이라는 기사 제목이 ‘장난처럼’ 떴다. 이런 상황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한다.
우선 우리 대통령이 ‘정직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상황판단을 잘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를 했길래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말을 했을 지를 헤아려 보면 청와대 보고체계의 ‘문제점’이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진다.
그후 대통령은 ‘특공대 파견’을 명령했고, 그러고 나서 몇 시간 뒤 대통령은 중앙재해대책본부라는 곳에 달려갔다. 그리고 대통령은 어제 오후엔 마침내 ‘비극의 현장’인 진도 앞 바다까지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의 원성을 일일이 귀담아 들어야 했다. 자식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는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여기까지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둘러싼 정부의 대처과정이다. 창피하게도 CNN이나 BBC를 비롯한 각종 외신들도 우리 대한민국의 ‘재앙’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나 일어날 후진국형 침몰사고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는 그 외신보도들은 대한민국 ‘수준’이 어떻다는 걸 에둘러 말해주고 있다.
불과 두 달 전,2월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당시 안전행정부 장관 유정복은 대통령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전 정권에서는 해마다 10명 이상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50년 만에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당시 업무보고 뒤 사흘 만에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가 붕괴되면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고,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여객선이 침몰하는 대형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당시 업무보고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는 “참석자들 가운데서는 (유 전 장관의) ‘자화자찬이 도를 넘었다’고 이야기했는데, 대형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실린 이 기사를 보고 순간 섬뜩했다. ‘내일 이야기 하면 귀신이 웃는다’거나 ‘죽기 직전까진 행복하다고 말하지 말라’는 격언도 떠올랐다. '오만은 패망의 선봉장'이라는 말도 생각났다.
세상에 어떻게 자랑할 게 없어서 50년 만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대통령 앞에서 자랑했단 말인가. 지금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도전 중인 유정복은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에 대해 뜨끔해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정부 출범 초 지난 정부시절 행정안전부라는 부서 명칭을 굳이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도 국민안전에 대한 대통령의 절절한 염원이 반영된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통령은 ‘섬세한 여심’으로 국민의 ‘행복’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챙기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통령의 ‘국민 행복시대’ 선언 이후 ‘행복’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 끼어드는 걸 보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말이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소중하게 여기는 건 함부로 ‘입 초시’에 올리지 않았다.귀하디 귀한 어린 자식의 이름을 개똥이로 부르면서 행여 닥칠지도 모를 ‘액’을 미리 막아내려 했었다.
‘행복’을 추구하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너무 들먹인다는 건 왠지 부정타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러니 안전을 책임지는 부서의 장관이란 사람이 ‘50년 이래 무사고’를 자랑하는 보고를 한 지 불과 두달만에 결국 ‘대한민국 역사 이래 최악의 참사’가 될 세월호 침몰 참사 같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이다. 물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행여 그런 '오만한 방심'이 전반적으로 기강해이로 이어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봄날 새순같이 싱그러운 17세 소년소녀들이 탄 배가 두어시간에 걸쳐 가라앉고 있는 걸 손 놓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는지... 게다가 ‘안전’행정부의 장관이나 차관의 ‘영혼 없는 보고 태도’들을 보면 입맛이 쓰다. 물론 그들 고위 관료들도 나름 열심히 하고자 했겠지, 하지만 승선 인원조차 4차례나 정정하는 실수를 했다는 건 ‘건성건성’업무 태도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어 보인다. '생명'이 걸린 문제에 그런 식으로 한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악마의 방송’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던 그 소년소녀들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이렇게 몇 자 적어내려가는 것조차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생애 첫 수학여행지인 제주도로 가는 세월호에서 얼마나 꿈에 부풀어 있었을까.
외관은 그럴싸한 7천톤급 세월호에서 아이들은 셀카를 찍고 그 화려한 선실의 로비 등을 부모에게 전송하며서 ‘사랑해요 아빠, 엄마’를 외쳤다. 그렇게 티없이 밝고 죄없는 아이들을 어른들 잘못으로 바다속으로 가라앉게 했다는 건 어떤 말로도 용서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대국 12위권에 한류문화가 온 세계를 넘실거리고 여성대통령의 화려한 외교 솜씨에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없이 비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오늘 우리는 이렇게 집단 고문을 당하는 듯한 저 고통스런 소식에 마음을 에이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선 '3류 국가, 3류 정부'라는 자조섞인 한탄도 나오고 있다.
사고를 당한 소년소녀들이 대부분 ‘다문화 가정’의 ‘외동이’ 들이라는 소식도 그저 눈물겨울 뿐이다. 그들의 푸르디푸른 꿈을 바닷 속에 침몰시킨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 그리고 구조체계의 문제점을 있는 대로 드러낸 정부당국이 그저 야속할 뿐이다. 이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내각총사퇴'등 비상한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에 대해 우리 국민은 등을 돌릴 것 같다.
어쩌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런 후진국형 인재(人災)에 온 국민이 몇날 며칠을 고통받아야하는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세월호는 일본에서 18년간 사용하던 선박으로 한국에 들여온 이후 ‘불법개조’해 사용해 ‘인재’가 예견됐다는 대목에선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일본애들이 우릴 뭘로 보겠는가 말이다.
102년전 1912년 4월15일 타이태닉 호 침몰 사고 당시 구조율이나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세월호의 구조율이 비슷하다는 건 우리 수준이 어떠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 구조에 앞장섰고 자신들은 끝내 바닷속으로 사라져갔다는 엄숙한 역사적 사실 앞에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이 자리를 빌어 이미 숨져간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희생된 모든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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