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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사과, 막내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 두고 "국민 정서 미개하다"

스카이뷰2 2014. 4. 21. 18:31

 

 

 

                                  ⓒ정몽준 의원 아들의 페이스북 캡쳐 사진.

 

 

 

불똥이 엉뚱한데로 튀고 있다. 올해 18세된 대재벌가 막내아들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두고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둥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페이스북에 올리면서다. 아무리 철부지라지만 또래 학생들이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생사불명의 지경에 있는 지금 이 시각 그런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탄받을만하다.

 

이 '철부지 도련님'은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재수 중인 정몽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막내아들 정예선군이다. 재벌아버지는 막내아들의 철부지 발언을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민심은 싸늘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정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급락했다고 한다. 40여일 남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메가톤급 설화(舌禍)'인 듯하다.

 

졸지에 아버지의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힌 정 군은 세월호 사고 이틀 후인 4월18일 오후 4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실종자 가족을 두고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고 썼다.그 전날인 4월17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에 거세게 항의한 장면을 두고 비판의 의견을 말한 것이다.

'국민정서 미개'운운의 글은 정 군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반정부 음모론을 비아냥대는 취지의 글을 올린 후, 지인들과 댓글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비슷한 사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다른 국가 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하잖아 ㅋㅋㅋ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되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라고 썼다는 것이다.

 

지금 온라인에선 정 군의 이 글을 놓고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매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적잖은 네티즌들은 '분노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미개하다'는 분야가 달라서 그렇지 우리나라 국민수준이 아직 미개한 건 사실 아니냐하는 시니컬한 글들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미개한 증거'라고 울분을 토하는 네티즌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그동안 드라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재벌가 자제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희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더구나 부친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유력 서울시장 후보이자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몽준의원이라는 점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다 큰 아들을 일일이 간섭할 시간은 없겠지만 어쨌든 대재벌인 정 의원이 한 집안에 살고 있을 아들 지도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울 듯 싶다. 

 

지금 이 자리에서 특정인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는 있는 법이다.

하지만 대재벌의 '귀하디 귀한' 막내아들이 '힘 없고 고통에 처한' 서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작 그 정도라는 건 꽤 걱정스런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아버지 잘 만난 재벌가 2세 3세의 정신구조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번 사태는 가뜩이나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문제'등으로 갈라진 국민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막내아들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에 대해 정몽준 의원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깊이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이도 반성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로서 해야할 사과의 최대치로 보이긴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아이가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건 부모가 평소 어떻게 말했길래 그렇겠는가'라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자식은 마음대로 안된다'지만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정몽준의원으로선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