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 늙은 전직 장관의 苦言 "국정원장·비서실장부터 바꿔야"
세월호 대참사 이후 매스컴에선 '원로와의 인터뷰'를 경쟁적으로 싣고 있다. 재밌는 건 보수 성향의 신문과 진보 성향의 신문에 실리는 '원로의 목소리'가 좀 다르다는 점이다. 보수쪽 원로들은 아무래도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원만한 시각에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진보쪽 원로들은 나이들면서 생기는 '보편적 원만함'조차 잊은 듯 여전히 카랑카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양 진영 원로들의 난국 타개를 위한 한말씀은 대통령이 모두 새겨들을 만한 듯하다.
그 가운데 언론인 출신으로 3공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 10~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영삼 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팔순의 남재희 전 장관의 '고언'이 특히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발탁했고 YS시절 장관까지 지낸 인사인만큼 '보수성향'이 강할 법도 한데 '가시돋힌 쓴소리'가 그 어떤 진보측 원로 인사들보다 맵고 독하다. 하지만 지금 이 처절한 시국에 박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달콤한 이야기보다는 귀에 쓴소리라고 생각한다.
남재희 전 장관은 7일 한 진보성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인 ‘박정희 2.0’은 파산”이라면서 “통치방식을 ‘박정희 2.0’식으로 구름 위에서 오더(명령)하는 교주적 방식에서 민주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매우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남 전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통치철학과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완전히 신자유주의로 이명박 정권보다 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구름 위에 있으면서 교주처럼 하명을 하니 내각이 받아적기나 하고 창의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박 대통령은 검찰을 완전히 시녀화했고, 언론도 무력화시켰다”면서 “그렇게 해서 국가의 생동력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팔순 노인'의 목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강골의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배하기는 편할지 몰라도 국민의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의 불만 표출이 노골화될 것”이라며 “이를 관리하려는 건 잔재주에 불과하다. 통치철학과 방식을 바꾸는 기본처방으로 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에 대해선 “무책임한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국정쇄신용 개각에 대해서도 “사탕발림”이라면서 “먼저 권력의 핵심을 바꾸고 대통령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박대통령을 향해 이처럼 '맹독한 고언(苦言)'을 쏟아낸 전직 장관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걸로 안다.
물론 일각에선 대통령을 무작정 헐뜯는 '가치 없는 비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박대통령으로선 오히려 이런 '듣기 싫은 소리'를 수용해야만 정국개선의 실마리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남재희 전 장관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내용의 일부. 박대통령은 지금 이런 듣기 싫은 쓴소리를
꼭 참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진정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이번 사고 극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방식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통치철학이 완전히 신자유주의다. 경제민주화 한다더니 도로아미타불, 복지국가 한다더니 슬그머니 잊어버렸다. 지금 통치철학이 없는 거다. 구시대적이다. 신자유주의, 대처(전 영국 총리) 라인, 이명박 라인 그대로다. 이명박보다 더하다.
통치방식도 한마디로 종북몰이 '이즘(ism)'이다. 도나캐나 종북이다. 종북몰이 '이즘'이 전 사회를 뒤덮고 있다. 그 부작용이 뭐냐면 노동을 적대시하고 억누른다. 지금 전 세계적인 빈부 격차 심화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큰일 났다, 노동자 최저임금 올려라, 노동자들 협상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거꾸로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밟아 뭉갠다. 그러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나. 노동자들 몫은 줄어들고 빈익빈이 더 심화되는 거다. 그게 세월호 승객이다. 그렇게 치인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박정희 2.0'인데 시대가 다르지 않냐. 그런데도 '박정희 스타일' 그대로 하니까 안 맞는 거다.
지금 대통령이 통치의 주체가 아니다. 구름 위에 있으면서 교주적으로 하명을 하는 거다. 그러니 내각이 한심한 지경이다. 받아적기나 하고 창의력이 없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17년간 있었고 양친이 흉탄에 맞아 돌아가시면서 '퍼스낼리티'(인성)에 결함이 있다. 그런 게 얽힌 거다. 지금 '박정희 2.0'은 파산이다.
안 바꾸면 안된다. 검찰을 시녀화하지 않았나. 언론도 무력화시켰고. 그렇게 해서 국가의 생동력이 다 어디로 가느냐. 지배하기는 편할지 몰라도 국민의 불만이 쌓여가는 거다."
- 박 대통령이 '국가개조론'을 말했다.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뭘 하나 잡아서 덮어씌우자는 얘기다. 아무 구체성이 없다. 춘원 이광수도 민족개조 얘기했다. 무책임한 사람들이 민족개조, 국가개조 얘기를 한다. 무엇을, 어떻게가 나와야지. 개각 얘기하는데 지금 권력의 본질이 내각에 있지 않다. 국무총리가 사표 냈다는데 국민들이 우습게 보지 않나. 장관이 장관이 아니다. 실세는 청와대에 있고, 국정원에 있다. 그게 사탕발림이다. 권력 핵심을 바꾸고 대통령 자신의 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 박 대통령 사과를 두고 진정성 논란이 일었는데.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게 없었다. 입에서 뱅뱅 도는 거야 몇 백번 하지. 대통령이 일반 서민들하고 어울려 살지 않았잖나. 구름 위에선 교감이 안되는 거다. 진돗개 소리나 하고 말이야. 표독한 얘기다."
- 박근혜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통치철학과 방식을 바꾸고, 개각 수준이 아니고 권력 핵심을 바꿔야지. 국정원장이 문제 아니냐. 유신 잔당, 유신헌법 만든 사람이 지금 비서실장 아니냐. 그게 핵심이다. 청와대를 바꿔야 한다."
-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선 때 잘 팔아먹고 대통령 되더니 다 파괴해버렸다. 국민을 어물쩍 속인 것이다. 선거 때 한 얘기 그대로 하면 된다. 약속 지켜라, 사기 치지 말라는 거다. 그런데 거꾸로 완전히 비판 세력을 찍어 눌러버린다. 보통 불만 세력은 임기 3~4년이 돼야 커지는 건데 이번 세월호 사고로 촉진이 된 거다. 앞으로 국민들의 불만 표출이 노골화될 거다. 그것을 관리하려고 하면 안된다. 그러면 속 들여다보이고 얼마 못 간다. 기본처방으로 가야지."
- 대통령 하야 주장도 나오는데.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형식 논리상 국정원 댓글은 이명박 정권이 한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이 수사받아야 한다. 댓글이 어느 정도 표에 영향을 줬는지 계량화할 수도 없다. 정치적으로는 하야 시 정치적 혼란과 국력 낭비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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