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뉴욕타임즈에 세월호 참사 '정부 비판' 전면광고 게재

스카이뷰2 2014. 5. 13. 10:38

 

 

                                                                                    

지난 5월11일자 뉴욕 타임스 전면광고 지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신문으로 알려진 뉴욕타임스 5월11일자 19면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박근혜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전면광고가 실려 어제,오늘 한국 매스컴과 인터넷에선 난리가 났다. '진실을 밝혀라(Bring the Truth to Light). 왜 한국인은 박근혜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큰 제목으로 시작한 광고는 상단에 '한국 세월호 침몰'이라는 작은 제목과 바다속에 거꾸로 침몰한 세월호 모습을 싣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배에 갇혔다. 구조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어 '무능과 태만' '언론검열과 조작', '언론통제. 대중의 감정 조작. 대중의 관심 무시' 등 3개항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말하자면 '반정부 광고'인 셈이다. 하지만 광고를 실은 주체가 미국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한국인 엄마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이번 세월호 대참사로 스러져간 아깝디 아까운 어린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앞으론 이런 참사가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염원을 담았다는 점에선 가상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말하면 '친정부'아니냐 '꼴보수'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친정부도 꼴보수도 아닌 나의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인들이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살아간다는 건 한국에서 보다 한 백배쯤 힘들다는 게 정설이다.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게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지만 모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절실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조국에서 일어난 대참사에, 특히 아깝디 아까운 10대청소년들 수백명이 한꺼번에 비명횡사했다는 점에 그들의 마음은 더 아팠을 것이다.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에 실린 뉴욕의 '젊은 한국 엄마들'이 주축이 된 이번 '광고게재'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니 그녀들은 그야말로 반찬값 아껴가면서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한 결과 불과 20시간만에 5만달러가 넘는 거금을 모았고, 불과 며칠사이에 16만달러를 더 모았다. 그렇게해서 그 비싸다는 뉴욕타임스 일요판에 전면광고를 싣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요판 전면광고는 13만달러인데 신문사측이 '광고의뢰인'들의 성의에 감복해 5만달러로 깎아줬다고 한다.

 

이번 광고는 미국 내 한인 교포들이 미주생활 정보교환 사이트인 ‘미씨USA’를 통해 모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목표액이 5만8000달러였으나 지난 9일 현재 16만439달러가 모였으며 참여자는 4129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대단한 열의들이다. 아마 이런 기록은 미국사회에서도 굉장한 화제가 될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 교포는 미국에서는 '10달러 모금'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니 이번 '광고모금'에 16만달러나 모았다는 건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에 기록될'대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만큼 재미동포들이 고국을 그리워하고 고국에서 일어난 불행에 한 마음으로 가슴아파한다는 증표일 것이다.

 

뉴욕타임스 신문사 앞에 모여서 플래카드를 들고 '박근혜 정부'를 성토하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딱히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 하는 '정치적 반정부 활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진실로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아파하는 진정성이 절절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꼭 이런 식으로밖에 할수 없었나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 이런 소리하면 대번에 '정부 알바'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우리 블로그를 애독해오신 네티즌들은  그런 친정부 성향의 블로그는  아니라는 걸 다 아실것이라고 믿는다.

 

젊은 워킹맘들이 그 어려운 미국사회생활을 해가면서도 이렇게 성금까지 모금해 '무능한 박근혜 정부'에대해 울분을 터뜨린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꼭 미국 신문사에 한국정부를 성토하는 전면광고를 실었어야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래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좀 보수적이고 고루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우리집 고민거리'를 남의집에가서 하기보다는 일단 우리끼리 해결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거다.

 

거금 5만달러를 굳이 뉴욕타임스에 광고비용으로 지출하기보다는 그 기금을 바탕으로 세월호 참사로 스러져간 어린 영령들을 기념하는 재단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엄중한 항의 서한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인터넷을 통해 그 활동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더 보람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회성 폭로광고'를 내고 세월이 가면 잊혀지는 것보다는 '지속 가능한' 비판 활동을 함으로써 한국사회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그렇지않아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광고비용'을 유족들에게 기부했어야한다는 소리를 해 네티즌들로부터 크게 비판 받고 있는 시점에 이런 주장을 한다는 건 '매를 버는' 한심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단발성 광고'로 정부를 망신주는 게 별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열의'를 지속적인 에너지로 만들어 '대참사'를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 길게 봐선 더 정의로운 효과를 거둘 수 있지않냐는 얘기다.

 

어쨌든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에 전면광고까지 실어가면서 박근혜정부의 무능함을 만방에 알렸다는 건 미주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킬 건 분명하다. 우리 정부도 그런 그들의 활동이 결코 반갑진 않겠지만 그들의 그런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종북좌파들의 소행'이라는 둥 '색깔 진단'을 내리고 있다는 건 그리 현명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대통령은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재미 동포들, 특히 이번 광고모금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젊은 엄마들의 진정어린 의견을 '감사한 마음'으로 수용했으면 좋겠다.  

 

     

미국 뉴욕 교포들의 시위 모습.학살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