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왠지 공허함만 남긴 시진핑 주석 내외의 방한 외교

스카이뷰2 2014. 7. 5. 16:54

中 언론이 본 '시진핑 방한 4대 포인트'

 

왠지 공허함만 남긴 시진핑 주석 내외의 방한 외교

 

인내심 많게, 하지만 속에 무얼 숨기고 있는지 모르게 생긴 중국 시진핑 주석과 화려한 패션외교를 뽐냈다는 그의 부인 펑리위안이 1박2일동안 우리나라에 머물고 간 뒤 왠지 공허함이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아침 신문에 보니 시진핑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는 최초로 서울대에서 안녕하십니까라는 서툰 한국말 인사를 시작으로 특강을 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됐다. 기사를 보다가 문득 이상한 대목에 눈길이 멎었다.

 

시진핑은 강연에서 "한·중 양국은 역사상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항상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극복했다"며 "400년 전 임진왜란 때 양국 국민은 적개심을 품고 어깨를 나란히 해서 전쟁터로 향했다"는 말도 했다. 이어 "20세기 상반기 일본 군국주의의 야만적인 침탈, 한국·중국의 영토에 대한 강탈로 우리 모두 큰 고난을 겪었다"며 "우리(양국) 인민들은 생사를 같이하고 서로 도와줬다"고도 했다.

 

생뚱맞게 왠 임진왜란 타령?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시진핑은 병자호란으로 조선백성이 얼마나 많이 죽어갔고 극심한 고생을 했으며 남한산성에서 조선 인조 임금이 무릎을 꿇는 굴욕을 당한 것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나보다.

 

또 20세기 상반기 일본 군국주의 운운하며 일본 때문에 한국과 중국이 고생한건 말하면서 6.25 전쟁때 인해 전술로 북한을 도와 우리 대한민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던 ‘중공군 만행’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한국을 침략해 괴롭혔던 길고 긴 역사에 대해선 왜 언급을 하지 않았는지 그저 궁금하다.

 

시진핑은 강연에서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한 한류드라마가 중국에서도 큰 유행이라는 말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13억 대국의 지도자답게 서울대학에 영상 자료와 중국어로 된 학술서적을 1만여 권이나 서울대에 기증하고 서울대생 100명을 중국 여름 캠프에 초청한다는 말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물론 그 뉴스를 전해들은 한국 사람들의 기분을 괜찮게 해줬다.

 

이렇게 상대국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지지를 끌어내는 외교 기법을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라고 한다는데 그런 측면에서 시진핑 내외는 부부가 모두 한국인들에게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다. 특히나 중국 ‘최고 가수’출신이라는 부인은 화사한 미모에 화려한 패션외교를 보여줬다고 종편Tv에서 하루 종일 칭찬을 해대는 바람에 완전히 새로운 ‘중류스타’로 뜬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북핵’이라는 단어는 끝내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저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만 줄곧 외쳐댔다. 시진핑이 아무리 중국 지도자로는 최초로 북한보다 대한민국을 먼저 방문했고 ‘통큰 외교’를 성대하게 수행했다한들 ‘북핵’을 외면한다면 “한 중은 서로 친척집을 드나드는 것처럼 교류를 강화해야한다. 두 나라는 한 배에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는 그럴싸한 외교적 수사가 그저 공염불로 들린다는 말이다.

 

박대통령은 시진핑과는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대통령 취임이래 무려 5차례나 만나는 등 거의 ‘남자친구’수준의 친밀한 외교관계를 갖고 있어선지 시진핑 내외를 다정하고 극진하게 대접하고 있는 모습은 TV화면으로만 지켜 보는데도 ‘진짜’ 친한것 같다는 분위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외교는 외교다. 인간적으로 친밀한 것과 국가적 외교문제는 엄격히 다른 차원이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북핵 제거’인데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로 슬쩍 넘어가려는 듯한 시진핑을 보면서 ‘신뢰할 존재’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화려한 외교적 스킨십을 자랑한다한들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북핵’에 대해 딱 부러지게 말해주지 않는 시진핑을 보면서 ‘능구렁이 외교의 달인’같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 '포커 페이스'같은 시진핑에 비해 우리 여성 대통령은 너무 '순진한 스타일'인 듯해 걱정이다.

 

박대통령은 왜 시진핑에게 ‘북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설마 ‘친한 사이’라 상대가 거북해할 것 같아 ‘북핵 제거’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건 아니겠지...

 

매스컴에선 30시간 체류한 시진핑 중국 주석내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면서도 ‘북핵 제거’라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빠진 것에 대해 별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인 것 같다. 언론의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본질은 팽겨쳐두고 시진핑이 대한민국 3대 일간지에 똑같은 내용으로 보낸 특별기고나 중국 영부인의 패션외교, 연간 관리비만 10억원이 넘게 드는 판다 곰이 온다거나 중국내 한류드라마가 인기라는 둥 별 실익이 없는 부차적인 것들만 확대보도한 매스컴 탓인지 시진핑 내외의 방한외교는 왠지 공허함만 남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