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급변사태시 북한을 동북4성으로 편입하려는 계획이 있나”라고 질문했고 이에 시 주석은 그런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온라인 보도를 보면서 눈을 의심했다. 외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이 중국 최고 지도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그런 질문을 했다는 건 나같은 문외한에겐 엄청 놀라운 뉴스다. 국제 외교상 과연 그런 스타일로 질문을 해도 되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의 영토는 대한민국에 속해있다. 그런데 북한 급변상황에 대해 그런 질문을 했다는 건 좀 비속하게 바꿔 말하자면 "당신네 나라가 우리를 침략할 의도가 있냐"라고 묻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여기에 "예 있습니다"라고 말할 바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못할 말이 뭐 있겠나를 이해한다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나의 상식으론 박대통령의 그런 돌직구 스타일 질문법은 너무도 뜻밖인 것 같다. 외교 전문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자문했겠지만 괜히 걱정스러워진다.
차라리 박대통령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동북공정'사업에 대해 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 옛 역사도 자기네 것으로 '편입'시키려는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또 탈북자들을 중국이 강제 북송 시키는 문제 같은 걸 질문했다면 어떤 답이 돌아왔을지도 궁금하다.
오늘(8일) 동아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박대통령의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 지지를 밝혔으며, 북한을 동북4성으로 편입할 가능성도 부인했다고 한다 .이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통일이 중국과 러시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곰 같고 여우 같은' 중국과 러시아의 노회한 지도자들이 우리 대통령의 이런 순수하고
간절한 이야기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박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북한과 접경지역으로 대표적 낙후지역인 동북3성 개발에, 푸틴 대통령에게는 러시아 숙원사업인 극동지역 개발에 통일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제논리로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시 주석은 즉석에서 통일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중국이 북한을 동북4성으로 편입하려는 계획이 있나”라는 박 대통령의 질문에 시 주석은 그런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것이다.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북한에 진주해 영향권에 두려는 의도가 있는지를 물은 것에 외교적 수사일 수도 있지만 부인했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명언과 함께 “(북한과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러시아 정상과도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언급했다. 아마 이런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통일 걸림돌'들을 어느 정도 제거했다고 박 대통령은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한국 주도 통일에 중국과 러시아가 원론적으로 동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동아닷컴은 보도했다. '원론적'이라는 말의 이면에 숨어있는 뜻이 행여 '본질'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 정상들에게 외국어 실력과 함께 화려한 패션외교 감각을 한껏 과시하며 '당당한 외교전'을 펼친 박대통령의 거칠 것 없이 솔직한 질문들은 대한민국으로선 자랑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국 정상에게 '영토 편입'운운한 질문을 던졌다는 건 아무래도 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진핑이나 푸틴처럼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노련한 지도자들이 과연 '본심'을 보여줬겠는가하는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외교전에선 '예스'가 '노'를 뜻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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