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세월호 유족들.(청와대사진)
어제(16일)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직접 면담을 할 수 있게 해준 대통령과 청와대에 감사를 드린다"면서도 "(대통령이) 구체적인 내용보다 추상적인 표현들로 일관해 아쉬운 면이 많다"고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 별로였다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늘 느껴왔던 대통령의 '2% 부족한 화법'은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도 그대로 나온 것이다. 이러니 인터넷에서 '대통령이 백날 사과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비판댓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인 내용보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 지적은 평소 '박대통령의 스타일'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박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박대통령의 이른바 '유체이탈식'화법은 깊은 슬픔에 잠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들게 했던 모양이다.
유족측 대표는 "연락이 왔을 땐 세월호 참사를 낳은 많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듣고 위안을 삼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아쉽다"면서 "사고 초기에는 대통령의 따스한 말이라도 위로를 삼았을 텐데 지금은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따끔한 말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초기 사과'가 미흡했었다는 여론은 바로 이 유족들의 절절한 심경과 맥을 같이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 대통령의 '첫 사과'는 유족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조차 실망감을 안겼었다. 대통령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은 그 후 두어차례 '사과 말씀'을 하긴 했지만 민심은 이미 시큰둥해진 상태였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날 대통령 면담 후 청와대 본관 앞 분수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5일 저녁 갑작스레 연락이 와서 면담할 때 많은 생각과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을 만나면 이번 참사의 해결책, 구체적인 대안의 일부나마 듣고 위로를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실질적인 것은 없지 않으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무리 바쁜 대통령이긴 하지만 16일 만나자고 15일 저녁에 '전격적'으로 '하달'하는 모양새는 아니라고 본다. 유족들도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질 않겠는가 말이다. 그래서일까. '소문난 잔치집 먹을 게 없다'는 옛말처럼 청와대 본관으로 초대받은 유족들은 적잖은 기대를 가졌을 텐데 대통령의 '추상적인 수사법'에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화급하게 만나자해놓고 구체적 대안은 하나도 내놓지 않았으니 유족들 실망은 어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게 바로 '박대통려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본인의 '진심'이야 그야말로 "바닷속에 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그렇게 절절한 심경을 뒷받침해줄 구체적 대안 하나 없이 그저 잘 해보겠다는 막연한 수준의 공허한 화법은 유족들을 두번 울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더구나 이해되지 않는 점은 청와대 측이 유족들이 제시한 '대통령과의 면담'을 사전에 언론에 알리고 면담 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것과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들도 면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에 대해 처음엔 모두 거부했다가 기자회견은 '허락'했지만 '변호사 대동'은 끝내 거부했다는 점이다.
유족들은 최근 대한변협과 법률 지원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대통령과의 면담'이라는 중요한 일엔 당연히 유족들을 돕고 있는 변호사도 참석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변호사들이 오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런 대목에서 왠지 경직된 '옛날 청와대 스타일'이 느껴진다.
이 보도를 보는 순간 며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순수 유족들' 운운했던 게 떠오른다. 그러니까 변호사들은 이 '순수 유족들'이 아니라는 얘기일 것이다. 대통령과 유족들의 면담에 변호사가 끼는게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유족들이 '변호사 대동'을 원했다면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게 더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청와대 측에선 왜 유족들을 돕고 있는 변호사들의 참석을 거부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따지기 좋아하는 '변호사들이 행여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걱정이 돼서 그랬다면 '청와대 아직 멀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이러니까 대통령이 비장한 심정으로 말했을 '국가개조론'보다 '청와대 개조론'이 먼저라는 지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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