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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국민담화'가 별로 감동스럽지 않았던 소소한 이유

스카이뷰2 2014. 5. 19. 13:34

 

        

                                                                                                 

눈물 흘린 박근혜 대통령                                                                                                                          

           

 

 

눈물 흘린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별로 감동스럽지 않았던 소소한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정식’으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20여분 간 읽어내려간 대통령 담화문은 며칠 전부터 대통령스스로가 밝혔듯이 상당히 공들여 준비한 것 같기는 하다. 게다가 그동안 대통령이 뭘 발표할 땐 우르르 배석시켰던 장관들이나 청와대 비서관들도 없이 ‘홀로 사과’하는 풍경은 대통령과 주변 측근들이 국민정서를 꽤나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하기야 오늘 같은 날마저 ‘고관대작들’이 병풍처럼 대통령을 호위하는 모습이었다면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렸을 것이다.

 

담화 말미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않으며 의사자들로 결정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여성대통령의 모습은 대통령을 지지해온 국민들에겐 큰 감동을 주었을 법하다. 실제로 호들갑 잘 떠는 종편 TV의 정치 평론가 몇몇은 대통령의 눈물이 국민화합에 큰 역할을 했을 거라며 자기들도 대통령이 우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는 둥 대통령의 눈물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눈물이 많아 TV 뉴스나 드라마를 보며 툭하면 따라 울곤 하는 나는 오늘 대통령의 눈물을 보면서는 함께 울지 않았다. 대통령의 그 눈물이 그다지 감동스럽지 않았다는 말이다. 너무 ‘때늦은 눈물’이라고나 할까.  물론 대통령이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고민해왔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대통령 아버지와 영부인 어머니를 ‘흉탄’에 잃었던 대통령은 스스로 말했듯 자신이 세월호 유족들의 가족을 잃은 극한의 슬픔을 누구보다도 함께 아파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 대통령의 담화가 아쉽게 느껴졌던 건 아주 소소한 이유들 탓이다. 대통령 담화 발표장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앉아 있었다. 내 생각으론 오늘 대통령은 그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어야 했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은 ‘성실한’ 답변을 했어야 했다. 거기 참석한 젊은 기자들은 국민을 대표로 궁금한 것들을 대통령에게 물어봤어야 했다. 질문할 '꺼리'가 좀 많은가. 한 마디의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기자들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고 정부는 '황금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까칠한 기자들의 질문들에 ‘시원한’ 답변을 했더라면 그동안 죽 지적돼온 ‘소통이 안 되는’대통령이라는 오명도 일거에 씻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담화문’만 읽고 퇴장해 버렸다.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이런 점을 신경 썼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는 소통 잘하는 대통령으로 변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본다.

 

인터넷을 보니 네티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한 트위터리언 ‘@Love*****’는 “질문 단 하나도 안 받고, 하고 싶은 말만 던지고 들어가는 황당한 담화. 이건 북조선 스타일. 김일성 왕조나 박씨 왕조나 스타일이 아주 비슷." 이라고 말했다. ‘drum****’는 “박근혜 대국민담화 열심히 타이핑하는 기자님들아! 어차피 보도자료 모두 나눠줬을텐데 뭐가 그리 바쁘신가! 오늘 UAE 가는 진짜 이유가 뭐냐고 질문이나 좀 해봐라! 부실한 원전수출계약 아니냐고 좀 따져봐라!” 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아랍에미리트 공화국(UAE)이라는 나라에 1박2일 일정의 단기출장을 가기위해 출국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꼭 그 출장을 대통령이 가야만 했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나랏일이야 어련히 대통령과 청와대가 알아서 하는 것이겠지만 우리네 상식으로 볼 때 지금은 국상(國喪)중이기에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나 장관을 대신 보내고 그 나라 국왕에게 양해말씀을 구했어야 한다고 본다.

 

보도를 보니 무슨 원자로 건설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는데 이렇게 경황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1박2일짜리 출장을 간다는 건 왠지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건 비단 나혼자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박 대통령의 UAE 방문에 대해서 트위터리안 ‘@mett*****’는 “박근혜가 세월호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곧바로 UAE로 출국한다고 한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국가적 슬픔에 직면해서 있던 일정도 취소하고 유가족을 살피고 재발방지를 위해 전심전력할 것이다. 그냥 귀찮은 것이다. 지금 국민의 생명보다 원전이 소중한가?”라고 올렸다.

 

‘@Jeong******’는 “박근혜는 담화 끝나고 곧장 해외로 출국하도록 예정되어 있음. (1) 대통령이 ‘대화’까지 하지 않았느냐 (2) 대통령 한국에 없는데 어따 대고 떠드냐 (3) 이제 지쳤다 그만하자 의 3중주가 몰아치겠지”라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일단 대통령은 ‘정식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은 ‘사과 이후’ 정부가 어떻게 제대로된 일처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더 궁금해 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기존 자신의 스타일을 확 바꾸어야만 지금 이 총체적 난국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 대통령 회견 모습에선 대통령이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하나 받지 않고 바로 외국출장을 떠났다는 대목에서 왠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제대로 마련될 것 같진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