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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해체 후폭풍-“토론 한번 없이 단칼에…이게 독재”…‘

스카이뷰2 2014. 5. 21. 18:01

“토론 한번 없이 단칼에…이게 독재”…‘해경 해체’ 후폭풍  

 

 
 

 

세월호 대참사 때 제대로 일을 못한 '죄'로 대한민국 해양경찰은 61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 대통령 담화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주의 국가인데 '대통령 한말씀'으로 경찰조직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흉악범에게) 사형을 내릴 때도 3심을 거쳐서 결정하는데, 61년 역사의 해양경찰을 없애는데 토론 한 번 없이 한칼에 해치울 수가 있나. 이게 바로 독재다.”  박근혜 대통령의 19일 해경 해체 선언에 대해 야권의 한 원로 정치인은 이렇게 일갈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에도 어김없이 또 ‘불통’의 꼬리표가 붙었다.

 

오죽하면 야당 원로뿐 아니라 평소 박대통령을 끔찍히 대접해온 보수쪽 언론인들도 해경해체는 '몰상식''유례 없는 폭거'라는 초강력 수사를 동원해 박대통령을 비난하고 있겠는가 말이다. 1박3일 해외 격무출장을 다녀온 박대통령으로선 울고싶을 것 같다. 그야말로 로마의 황제 시저가 '부르터스 너마저'라며 절규했던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공주는 외로워'가 아니라 '대통령은 외로워'가 바로 지금 박대통령의 심경일 듯하다.  

 

야당 쪽에선 해경 해체가 과연 해답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제가 생기면 없애고 보는 식의 해법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의원은 20일 낸 개인성명에서 박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을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했다. 여당이나 보수쪽에선 펄쩍뛰며 반발하고 있지만 곰곰 헤아리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정부의 작동 시스템에서 드러난 총체적 부실은 외면하면서 하부기관에 극단적 처방으로 책임을 묻는 건 옳지 못한 일며 해경과 해양수산부에 필요한 것은 사안에 따른 엄중 문책 이후 전문 역량 강화와 조직 혁신이지, 해체와 권한 약화가 아니다. 해경 해체와 해수부 권한 약화는 해양강국 비전과도 배치된다”는 게 문의원의 주장이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적인 큰 참변을 당했으면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해서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불과 3주 만에 청와대 밀실에서 모든 대책을 만들어서 내놓는 것 자체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대표적 우파논객 조갑제조차  해양경찰청 해체와 관피아 척결을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해경 해체는 비이성적이고 과격하고 감정적인 결정”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19일 조갑제닷컴에 쓴  글에서 “해경 해체는 국가의 안전 및 안보와 관련된 주요 기관을 없애는 일로서 해양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종의 폭거”라는 독설을 퍼붓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을 지지해온 인사치곤 꽤나 직설적이고 신랄한 비판인 듯하다.

 

“박 대통령은 해경을 실패라고 규정하는 허위 주장을 받아들여 그 오판을 근거로 해경 해체라는 중요 국가 정책을 결정했다. 2중의 잘못이다”라는 비판도 했다.  “해군이 안전사고를 냈다고 육군에 흡수시켜버리는 것과 같다”는 주장도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앞으로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서 해양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전문성 있는 해경 업무를 바다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에게 맡겨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오늘 대국민 선언은 일시적으로 박 대통령의 인기를 회복시킬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리더십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검찰조사나 국정조사 이전에 대통령이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 ‘해경 구조가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으니 대통령이 사법부의 역할을 한 셈이다. 삼권분립과 무죄추정의 헌법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목숨건 수색작업을 하는 해경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비윤리적 행동”이라는 비판도 했다. 박대통령으로선 이렇게 '뼈아픈 지적'은 처음 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대통령 주변에선 '달콤한 목소리'의 인사들만 모여있다는 말이다. 

담화를 발표하면서 박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관피아라는 말을 썼는데, 기자들이 만든 과장된 용어를 국가의 공식문서에 담은 것이라며 한국의 관료가 마피아이면 대통령은 마피아 두목인가? 언론의 선정적 조어를 국가가 수용하면 국가이성은 마비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만 보면 대통령은 상당히 '근엄한 스타일'인 듯하면서도 시중 유행어를 재빨리 캐치해내 사용하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대선후보 시절엔 싸이의 말춤을 췄고 개그 콘서트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라우니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올 초엔 '통일 대박'이란 말을 써서 대히트를 쳤다.  '관피아' 등을 비롯해 그동안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선보인 언어는 '불통의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듯 '친대중적'인게 종종 있었다. 그런 대통령이기에 '해경해체'라는 과격한 해법 역시 행여나 인터넷에 떠돌던 일부 과격 네티즌이 '홧김'에 해경은 없애버려야해 라고 한탄했던 걸 고스란히 '민의'로 수렴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보도에 따르면 해경 안팎의 동요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져졌다. 왜 아니겠는가. 해경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은 하루 아침에 밥그릇이 날라갈지도 모르는 극한상황 앞에서 몸서리를 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해 채용시험에 합격해 오는 10월까지 교육을 마쳐야 순경시보로 임용되는 연수생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해경 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갑자기 시험이 무기 연기됐다는 보도에 몹시 당황해 멘붕에 빠져있을 것이다.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국가기관의 시험이 이런 식으로 시행되지 못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선지 며칠 후 시험은 본다는 발표가 나와 또 한번 우리를 웃겼다.  

 

그동안 해경이 해왔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새로 만드는 국가안전처에 이리저리 분산할 것이라는 발표를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60년 넘은 국가기관을 불과 3주 남짓한 짧은 시간에 황급히 해체한다는 '발상'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해체 발표는 조급하고 상황판단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여론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심지어 친박의원들 사이에서도 해경해체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아무래도  대통령의 '결단'은 실패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무리 세월호 참사 탓이라지만 그렇게 '즉흥적' 발상'으로 나랏일을 한다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모양새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