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이준석 혁신위원장, "내가 같이 일했던 분이 맞나 싶다" 박근혜 대통령 직격

스카이뷰2 2014. 7. 2. 14:23

 

                                                                                                

 

▲ "인사시스템 논란 여당이 먼저 사과해야
'코드' 고집한 건 아닌지 대통령께 묻고 싶어
불쌍하니 도와달라는 읍소 마케팅 이젠 안돼"

 

 

새누리당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재작년 대선기간 중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어린 이준석을 새누리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스물 아홉밖에 안된 청년이 맡기엔 좀 무거운 자리인 듯하지만 '당돌한 스타일'인 이준석은 하나도 어려워 하지 않고 새누리당을 혁신하기 위해선 대통령부터 사과해야한다는 당찬 쓴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아기 장군'이나 '홍위병'같은 단어가 떠올랐고, 엄마에게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사춘기 소년 같은 이미지도 느껴졌다. 지금 인터넷 상에선 29세 이준석이 새누리당의 '불쏘시개'로 반짝 쓰여졌다가 사라질 것이라는 '악담성 예언'을 비롯해 갖가지 기발한 댓글들이 차고 넘친다. 

 

어떤 신문에선 '돌아온 '박근혜 키드'는 까칠했다는 인상비평적 기사를 내보내면서 이 젊은 청년의 의욕넘친 포부를 자세하게 다뤘다. 이준석은 기성세대 정치인들, 특히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새누리당 인사들로부터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신선한 비판'을 마구 쏟아내면서 '청춘의 기백'을 과시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난맥상 에 대해 "과거에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비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인사'처럼 코드가 맞으면서 기준을 통과할 사람을 못 찾은 게 아닌지 묻고 싶다"는 말도 했다.

 

이준석은 박대통령과 함께 일한 지난 대선기간에 대해 "2012년엔 논문 표절을 용납하지 않고 문대성 의원을 탈당시켰고, (김형태 전 의원의) 제수 성폭행 시도도 밝혀냈다. 이때 함께한 분이 박 대통령이다. 지금은 '(국민이 요구하는) 도덕적 벽이 너무 높다'고 하는 걸 보며 내가 같이 일했던 사람이 맞나 싶다."며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현 정국의 난맥상에 대해 "박 대통령도 사과해야 하나"라는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사과 형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통령이 진정성을 고려한 선택을 할 것으로 보는데, 지금은 소위 '유체이탈' 화법으로 A(여권의 잘못)를 지적하면 자꾸 B(인사청문회)를 말한다. 최근 (박 대통령) 메시지는 '이 기준을 통과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이렇게 묻고 싶다. 진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당신께서 과거에 그렇게 비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인사처럼 코드가 맞으면서 통과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인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그 기준을 통과 못할 게 뭐가 있나."

 

안대희 낙마 이후 이준석은 한 종편TV에 출연해 '정치인 총리 후보 적임자'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거명하면서 "개혁성으로든 능력으로든 합리적인 분인 것 같은데 박대통령이 안 시켜줄 거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문수 전 지사에 대해 '호의'를 가진 듯한 이준석으로선 대통령이 김문수라는 '적임자'를 임명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린 나이인데도 훤히 내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박근혜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한 이 '소년 위원장'을 박대통령은 어쩌면 조만간 부담스럽게 여기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준석 말대로 여성 대통령은 김문수대신 문창극을 내세웠고 결국 "청문회까지 못 가서 참 안타깝다"는 유체이탈화법으로 악성 댓글들을 불러 모았다. 문창극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은 탓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도 대통령은 왜 그처럼 '남 이야기'하듯 말했는지는 지금도 궁금하다. 결국 문창극 소동 이후 불과 하루 반만에 두달 전 사표를 냈던 정홍원을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기발한' 인사발령을 냄으로써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금 저렇게 곤두박질 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새누리당에선 자구책으로 어린 이준석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한 것이다. 과연 아직 '내공'이 깊지 못한 이준석 같은 '젊은 피'가 적폐가 켜켜이 쌓여있는 새누리당 정치판을 혁신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각이 많은 듯하다. 어쨌거나 '남자 잔다르크'같은 이준석 청년이 새누리당을 확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새누리당이 '살길'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준석은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국민들은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시하는 도덕적 기준을 과연 입법부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맞출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며 "앞으로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이중 국적, 병역 등의 검증 기준을 의원과 당직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당내 반발도 있고,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분들의 우려도 있을 테지만 우리 혁신위는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문표절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쌓인 김명수교육부장관후보자에 대해선 새누리당에서 더 세게 비판 압박해야한다며 사실상 '김명수 아웃'을 주장했다.

이준석이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출마 자격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은 7·14 전당대회 출마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주자들은 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것 같다"는 애매한 말을 했다. 아무래도 서청원 김무성이라는 '새카맣게 높은 선배 정치인'들에겐 감히 직격탄을 겨누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기장수'이준석을 앞세운 새누리당의 혁신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선 대체로  비관적인 여론이 더 우세한 듯하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별 빚진게 없을 스물아홉살 청년이 막힘없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면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형성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