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문제로 결국 낙마한 정성근.
정성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임명 의지는 강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나보다. 여기저기서 '정성근은 안된다'는 간청이 올라갔지만 박 대통령은 15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 뒤 김무성 대표와 따로 만나서도 정 후보자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가 16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야당이) 조금 협조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여권의 기류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 15일 오후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임명 강행’ 방침을 밝히면서 “정 후보자 임명은 안 된다”는 여권 내부 보고가 청와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치 드라마'치고 너무 긴박한 전개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대통령이 그토록 감싸는 만큼 장관 임명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성근은 16일 오전 전격 사퇴했다. 지명철회 당한 김명수보다는 적어도 '모양새'는 갖춘 셈이다. 물론 당사자야 억울한 면이 없진 않겠지만 보도된 청문회 내용 몇 가지만 들어도 그런 사람은 장관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의'흠결'은 유별났다.
거짓말이 제일 화근이었다. 위증! 다른 건 몰라도 위증하는 사람은 곤란하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너그럽게 그를 감싸려했다. 왜일까?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의 정치심리'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확인된 건 아니지만 대통령은 언론인인 정성근에게 '어떤 매력'이나 '호감' 같은 걸 갖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개인적 취향과 관련있는 것이니까 그리 문제삼을 건 없다고 본다.
어쨌든 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멀쩡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위증 논란에 휩싸였고 정회 중엔 간도 크게시리 ‘폭탄주 회식’까지 하면서 '생각있는 국민들'에게 걱정을 안겨줬다. 당연히 야당은 임명 철회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야당 여성원내대표가 간곡한 어조로 김명수 정성근은 안된다고 말했을 때도 대통령은 '참고하겠다'했고, 결국 김명수를 지명철회함으로써 속된 말로 '퉁치려'했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다시 보내줄 것을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라며 “지명 철회할 사람에 대해 보고서 재요청을 왜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이 그토록 '강하게 집착'을 보인 정성근 임명은 '하룻밤새' 반전을 겪으면서 결국 '낙마'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으로선 크게 체면을 손상한 셈이다. 대통령 입장에선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는 한탄이 나올법도 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정 후보자의 사퇴 결정 사이 19시간3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래 도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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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담기도 싫은 사생활'문제로 정성근은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로 그 좋다는 장관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했다. 그건 그의 운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정성근은 14년전 있었던 '어린 여성'과의 '남녀문제'를 폭로하겠다는 야당의원들의 '협박'에 밀려 장관직을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줬던 그의 '흠결'들은 굳이 사생활 폭로까지 안가더라도 장관하기엔 문제가 좀 많아 보였다. 상습 음주운전에 위증...
그런데 박대통령은 왜 굳이 그를 임명하려 했으며, '사생활 폭로' 운운의 저질스런 이야기가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후에야 비로소 정성근을 '포기'했는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의 '상황판단'에 행여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 “7·30 재·보선을 앞두고 여론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고해달라”며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일 청와대나 정 후보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16일 당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른다”는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청와대와 선이 닿는 여러 명의 여권 인사가 만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 일부 참모도 ‘정성근 불가론’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전방위적으로 '정성근 낙마작전'이 펼쳐졌고 급기야 치명적인 사생활 폭로 대목에서야 대통령이 정성근을 포기했다는 건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정성근의 '14년전 사생활'보다는 청문회 석상에서 능청맞은 표정으로 거짓말을 이어나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진작에 물러서게 했었더라면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좀 작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 '정성근 소동'은 어쩌면 박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마이웨이'스타일이 강한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겐 세상사람들 모두가 아니라해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굳이 여기서 누구누구라고 이름을 밝히진 않겠다. 그동안 대통령의 특이한 인사스타일과 대통령의 최측근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여줘왔던 이런저런 실망스런 모습들은 어쩌면 박대통령의 임기말까지 계속될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원래 잘 변하지 않는 습성이 있기에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역시 그렇게 선뜻 변할 것 같지 않다다는 말이다.
세월호 대참사 이후 석달만에 가까스로 박근혜 정부 2기내각은 국무총리 2명이 청문회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낙마했고 사회부총리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으려다 낙마한 김명수후보자와 14년전 사생활이 발목을 잡아 넘어진 정성근 후보자의 자리는 아직 채워지지도 않은 채 불안한 출발을 했다.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보면서 불안함을 느낀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먹고살기 바쁜 우리네 평범한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부를 걱정해주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의 '밝은 정치'를 기다려본다. 지금 같아선 그리 쉽지 않아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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