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심야 서울역 지하도에서 30년전 '교도소 동기'를 우연히 만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스카이뷰2 2014. 8. 7. 10:35

30년전 안양교도소 동기를 우연히 만난 김문수전지사가 그에게 하얀 남방을 입혀주고 있다.(Daum아고라)

 

찐계란 판을 든 채 노인 노숙자를 설득하고 있는 김문수. (Daum 아고라 우글 사진)

노숙자들에게 성경을 소개하고 있는 김문수.(Daum 아고라 우글사진 )

 

심야 서울역 지하도에서 30년전 '교도소 동기'를 우연히 만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지난 8월 5일 저녁 8시 서울역 지하도에는 음성 꽃동네 수도원장, 신부 수녀, 수사 일행과 함께 빵과 옷을 가득 담은 배낭을 메고 계란 판을 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나타났다. 두 시간 동안 노숙자들로부터 그들의 딱하고 답답한 사연들을 들으며 김문수 전 지사는 숙연한 기분이었다. 정치인으로선 보기 드문 '현장 탐방'이었지만 자칫 '쇼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의 근황은 Daum 아고라에도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김 전지사는 지난 8년간 일해온 경기도지사직을 내려놓자 마자 소록도로 내려가 8일간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 다음날 바로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일터'를 옮긴 김 전지사는 8월 23일까지 3주동안 '장기 자원봉사'하면서 우리 사회의 제일 낮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령의 노숙자들을 돌볼 계획이다.

 

아무리 '대권주자'라서 그런다고 하지만 이런 선택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일단 63세 남성이 그 '힘든 노동'을 매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에겐 고통스런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전 지사는 단순한 '대권주자의 민생탐방'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18년 간 국회의원 3차례, 도지사 2차례 역임하면서 쌓여온 '관(官)'의 적폐를 씻어내고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나겠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삶의 진정성을 찾아나선 '구도의 길'이라는 말이다. 

 

꽃동네에서는 매주 화요일 서울역주변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꽃동네 입소 희망자를 찾으러 온다. 300 명이 넘는 노속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역 지하도는 밤만 되면 화려한 서울과는 정반대로 지극히 초라한 '인생의 패배자'들로 가득하다.  꽃동네에서는 이들 노숙자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상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입소를 원하는 사람을 찾아 매주 화요일마다 이곳을 방문햐고 있다. 

 

말하자면 '노숙자 초대의 날'인 셈이다. 그런 행사에 '신참 봉사자' 김문수 전지사가 동참한 것이다.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답지 않게 허름한 남방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김문수의 호소력 있는 얘기를 들으며 노숙인들은 오랫만에 고개를 끄덕였고 '새로운 삶'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희망을 가졌을 듯싶다. 

 
김 전지사는 이날 우연히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한 중년 남자를 만났다. 그는 김문수가 민주화 운동으로 수감됐던 지난 86년 안양교도소 동기였다. 30여년만의 조우에 그들은 얼싸 안고 반가움을 나눴다. 김 전지사는 자신이 준비해온 흰 남방을 입혀 줬다. 당시 식당급식을 맡고 있었던 이 '중년남자'는 식사시간에 유독 김문수에게 먹을 것을 많이 챙겨줬었다고 회상하며 그 덕에 옷을 얻어 입는 것같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노숙자들은 김문수 전 지사의 간곡한 권유 덕분인지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이 꽃동네헹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생각할 땐 '안락한 시설'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자유로운 노숙자'들에겐 그런 시설에 입소한다는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이날 노숙자들의 입소는 '김문수 효과'덕분인 듯하다.  

 

국회의원에 도지사까지 지낸 '높으신 양반'이 베낭메고 직접 찾아와 따스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위로를 받았고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어떤 희망같은 것을 갖게 됐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