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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혼돈의 시절 위로가 되는 시 한 편

스카이뷰2 2014. 8. 27. 11:21

故 김현승 시인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ㅡ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얼마전 아들 문제로 속을 썩힌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한 일간지에 자신의 '애송시'라며 소개한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은 언제봐도 감동적이다.

 

요즘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의 단식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아프다. 혹자는 유민아빠가 이혼남이라며 무슨 큰 죄인처럼 몰아부치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이혼했다해서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딸이 그렇게 참담히 죽어간 것에 '아버지의 마음'은 더욱더 쓰라릴 것이다.

 

세월호 참사탓에 가슴이 아픈 우리 국민들에게 김현승 시인의 '아버지의 마음’은 작은위로가 될

것이다. 김현승 시인은 오래 전 작고하셨지만 이 '아버지의 마음'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 특히나 힘겨운 단식 중인 '유민 아빠'에게 작은 등불로 다가갈 것이다.

 

'눈물의 시인’‘커피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던 김현승의 시는 어렵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울리

는 감동을 준다. 이 '아버지의 마음’은 요즘처럼 세상이 뒤숭숭하고 어려운 시절 아버지라는 ‘언덕’

에 기대고 싶은 우리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어린 시절 김현승 시인에게서 ‘글쓰기’를 잠시 배운 인연이 있는 나로서는 오래 전 작고하신 시인의  존재가 새삼 그리워진다.그의 시는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메마를 대로 메마른 우리들에게 늘 따스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