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노벨 물리학상, 또 일본이야 또! 과학 분야 노벨상 19명 배출한 일본의 저력

스카이뷰2 2014. 10. 8. 12:57

 아카사키 이사무 ,                 아마노 히로시 ,            나카무라 슈지

 

 

 

노벨 물리학상, 또 일본이야 또!  과학 분야 노벨상 19명 배출한 일본의 저력-물리학상만 10명째 수상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7일 "아카사키 이사무(85) 일본 나고야대 교수 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54)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60) 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3인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이들이 에너지 대비 효율성이 좋은 파란색 LED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백색광을 개발한 공로로 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 이런 기사를 보고 나도 모르게 탄식했다. " 또 일본이야 또"... 노벨상 그거 별거 아니라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14년전인 2000년  '천신만고' 노력끝에 당시 현직대통령이었던 DJ가 역사상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한번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은 2008년에 3명의 일본 물리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단체'로 받은 이후 올해 또 그 어렵다는 노벨 물리학상을 3명의 물리학자가 또 함께 받은 것이다.

 

이쯤 되면 '전의(戰意)'가 절로 상실된다. 아니 '거대한 적수(敵手)'에게 감히 '전의'를 가졌다는 자체가  

어쩌면 턱없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까지 떠올라 심사가 영 편치 않다. 

 

일본에선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전 세계를 깜짝 놀래키면서 '일본의 지적(知的) 존재감"을 한없이 고양시켰으니 신문사들이 호외를 내고 아베총리가 수상자들에게 직접 축하전화를 걸었다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뉴스에 나온 아베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일본인으로서 너무나 자랑스러운 소식"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쩌면 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공로'는 아베의 정치적 후광으로 빛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방금 보도된 NHK정오 뉴스에선 이번에 상을 받은 85세의 아카사키 老물리학자가 졸업한 고교를 찾아가 그의 사진이 크게 찍힌 호외를 전교생에게 한 부씩 배부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일본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를 하고 있는 나카무라 슈지가 졸업한 소학교에 찾아가 전교생이 강당에 모여 "나카무라 선배! 축하합니다"를 큰소리로 외치는 모습을 방영했다. 그만큼 그 열기가 대단하다는 얘기다. 왜 아닌겠는가.  

 

이번에 3명의 일본인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에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만 모두 10명이나 된다니 '일본의 저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동안 일본은 화학상 7명, 의학 생리학상2명 평화상 1명과 문학상 2명 등 모두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대목에선 그저 유구무언이 될 수 밖에... 

우린 그동안 뭐하고 있었나! 게다가 요즘 대한민국에 주요 뉴스로 등장하는 '불쾌한 메뉴들'을 생각하면 일본의 '물리학상 뉴스'가 그저 부러울 뿐 이다.

 

물리학상 발표 직후 일본 언론들은 신문 호외까지 발행하며 "2012년 이후 2년만에 또 일본인이 상을 받게 됐다" "일본의 높은 물리학 수준을 보여준 쾌거"라며 들뜬 분위기라고 한다. 올해 1월 '만능세포'의 부정 연구와 논문 취소 추문으로 막 내린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STAP세포'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는 속내도 감지된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일본인 3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뉴스는 일본의 위상을 돋보이게 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한동안 사양길을 걷는 듯했던 일본 관련 뉴스는 이 노벨상 수상소식으로 단번에 회복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발광다이오드(LED) 중에서도 20세기 안에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진 '청색 LED'를 개발해 일찌감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가 청색 LED의 '개발자'라면 나카무라 교수는 '상품화'에 성공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이런 '쾌거'를 거뒀다는 건 일본이 그만큼 '수준'에 올라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출신인 아카사키 교수는 교토대를 졸업한 뒤 마쓰시타(松下) 전기 연구소 연구원, 나고야대 교수를 거쳐 나고야 메이조대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시절인 1973년,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LED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한 그는 집념으로 열매를 거뒀다.

올해 85세로 최고령 수상자인 아카사키 교수는 이날 수상자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색 LED 개발에 대해 "연구를 시작할 때 '20세기 중에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연구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조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는 또 젊은 연구자들에게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도 통신은 아카사키 교수가 주위 사람들에게 '온화하고 배려가 세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면서 선물을 받으면 편지지에 빽빽하게 쓴 답례글을 보내 선물을 보낸 사람이 황송해할 정도라고 전했다. 
85세의 고령에도 메이조대와 나고야대 연구실을 자주 방문해 학생들의 논문을 읽고, 연구 관련 상담에 응하는 열정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시즈오카(靜岡)현 출신인 아마노 교수는 나고야대 공학부 시절 아카사키 교수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 했다. 나고야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2002∼2010년 메이조대 교수로 일한 뒤 2010년부터 나고야대에 재직하고 있다. 그러니까 '사제(師弟)지간'에 최고의 영광을 함께 누린 셈이다. 

수상자 중 한 명인 나카무라 교수의 이력은 '일본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
는 지방대학인 도쿠시마(德島)대 대학원에서 반도체 연구를 한 뒤 도쿠시마현 내 화학기업 근무 등 경력을 거쳐 2000년부터 UC샌타바버라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인 '니치아(日亞) 화학공업'에서 이번 수상을 안긴 핵심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이다.

 

나카무라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기술자의 반란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기술자의 존재감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청색LED를 발명했지만 회사는 '사원의 발명품은 회사 소유'라며 겨우 2만엔(20만원)의 보상금만 지급했다.

 

800억달러가 넘는 'LED 시장'을 탄생시킨 발명의 공로로는 말도 안되는 보상금에 실망한 나카무라는 1999년 미국 샌터바버라 대학의 교수직 제의를 받아들이고 일본을 떠났고, 미국에서 자신이 다녔던 니치아화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8억5천만엔(85억원)의 보상금을 받아내는 '승소'를 했다. 1954년생인 나카무라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됨으로써 영광의 '환갑선물'을 받은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나카무라 교수는 7일(현지시간) 소속 학교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조국 일본의 연구 풍토에 대해 "미국에서는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지만 일본에는 진정한 자유가 없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2000년부터 교수 생활을 하는 미국의 연구 토양에 대해 "일본과 다른 점은 연구의 자유가 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이래서 미국이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나보다.

나카무라는 '조국' 일본에서 다녔던 회사원 생활에 대해 진저리를 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미국에 가기 전 직장인 니치아화학공업에서의 나쁜 기억들을 이렇게 말했다, "회사의 상사들이 나를 볼 때마다 '아직 퇴사하지 않고 있느냐'고 했고, 나는 분노에 떨었다"며 "분노"가 연구 성과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분노의 힘'이 그에게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셈이다.
연구의 자유가 없다는 나카무라의 '원망'이 있지만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은 100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세기부터 근대과학의 흐름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였고 패전 이후 한동안 선진 연구 환경을 갖춘 미국, 유럽을 전전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고도 성장하면서 자국 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최근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국으로 새롭게 추가된 곳은 이스라엘뿐일 정도로 노벨상 중에서도 과학 분야는 수상국이 제한적이지만 일본은 이 분야에서만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또 수상자 내력을 보면 일본의 이런 과학 연구 풍토가 일부 명문대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벨상 수상 초기에는 도쿄대, 교토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많았지만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고야대 졸업생 아마노 나고야대 교수처럼 점차 지방대 출신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과학 교육과 연구가 엘리트 중심이 아님을 보여준다.

 

굳이 외국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국내파의 힘'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비롯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을 속속 배출해내고 있는 '일본의 저력'을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서 그 뿌리를 찾는 분석도 나온다. "몇 대에 걸쳐 기업을 이어받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학계에도 녹아있다"는 것이다.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학을 졸업한 수재도 4대째 내려오는 우동가게집 주인이 돼 '가업(家業)'을 이어가는 '장인 정신'의 전통이 단기간에 실적이 나지 않는 기초과학분야에서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배출한 노벨상 과학분야 수상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일본내 대학' 출신들이라는 것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68세의 물리학마스카와 도시히데 NHK 인터뷰에서 노벨상을 받기 위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게 됐다며 수줍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는 연구시간이 아까워 일본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영어가 서툴러 걱정이라며 쑥스러워했다. 나고야대학 출신의 마스카와 역시 '순수 토종'물리학자로 노벨상 시상식장에서 "나는 영어를 못합니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이 '일본의 저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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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카와 도시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