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뷰의 시선

총리인준 연기로 잠 못 잘 이완구와 박근혜대통령

스카이뷰2 2015. 2. 14. 14:25

 

                                               

 

총리인준 연기로 잠 못 잘 이완구와 박대통령

 

어제 40대 후반 전업주부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여대생과 여고생 두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인 그녀는 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대통령은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그토록 흠결 많은 분을 지명해서 그 고생을 하시는 지 안타까워요”

 

한국 갤럽의 2월 14일 여론조사에선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로는 부적합하다는 응답이 41%, 적합하다는 29%였다. 그 주부는 물론 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해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한 가지도 아니고 왜 이렇게 ‘의혹 투성이’인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어야하느냐고 묻는 그 주부의 의견은 비단 그녀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민심은 돌아선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민심인 것 같다. 왜 대통령은 고생을 자초하셨는지ㅉㅉㅉ

 

요즘 대한민국은 총리 한명을 뽑는데 난리도 이런 난리를 겪을 수가 없다. 수십년 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

아마 전 세계에서도 이런 ‘해괴한 정치현상’을 겪고 있는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은 전례 없이 총리후보자 인준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청도 총리’를 만들어야한다는 충청도민들마저 이 후보자를 모조리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대통령을 비판할 의사는 추호도 없지만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왔나를 곰곰 따져보니까 결국은 ‘대통령 탓’이 8할은 되는 것 같다. 원래 이완구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5월에 국무총리로 갈 거라는 ‘설’이 파다했다. 난마처럼 뒤엉킨 정국을 ‘응급처치’로 수습하려다보니 일이 이렇게 커진 것 같다는 말이다.

 

다 알려진 대로 ‘준비된 국무총리’라며 2PM(李프라임 미니스터)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이완구에대한 국민 정서는 처음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청와대 오찬석상에서 ‘대통령 각하’를 세 번이나 연호함으로써 대통령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이완구는 사실 ‘총리 자격’이 아주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행시출신에 30년 넘게 지방경찰청장과 도지사 국회의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니 야당 대표 문재인의 말처럼 웬만하면 ‘통과’될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터져 나온 ‘이완구 표 의혹’은 역대 낙마했던 어떤 총리후보자들보다 ‘너저분한 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나는 대로 역대 ‘낙마 총리후보’들의 흠결을 거칠게 훑어보면 대략 이렇다. 이화여대 총장출신으로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될 뻔했던 장상은 그 흔한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두 가지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미움 살이 박혀 낙마하고 말았다. 책상물림 출신이라 고분고분하지 못했던 게 낙마의 주요인이 됐다는후일담이 떠돌기도 했다. 

 

장상의 낙마로 뒤를 이었던 매일경제 회장 출신의 장대환 역시 남들 다 하는 위장전입과 동산투기 세금의혹으로 ‘가문의 영광’을 이루지 못하고 총리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엔 ‘40대 총리’라는 위풍당당한 깃발을 달고 경남지사를 지낸 ‘키다리’김태호가 서울에 올라왔지만 그 역시 박연차라는 사람과 사진을 찍어놓고도 안 찍었다는 ‘거짓말’을 한 죄와 세금의혹 두 가지 이유로 자진사퇴하고 말았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인수위시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자랑스런 목소리로 소아마비로 지체가 부자유했던 법관출신 김용준을 지명했지만 깨끗할 것만 같던 70대 후반의 老법조인도 아들 병역 부동산투기에 걸리자 깨끗하게 자진사퇴했다. 그 이후 박근혜정부에선 지금까지 내리 세 차례나 총리후보자들이 불운을 겪고 말았다.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의 대법관 안대희도 몇 달 동안 십수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전관예우’ 딱 한가지로 스스로 용퇴하면서 일부 국민들로부터는 동정을 받기도 했다. 그 직후 다 알려진대로 언론인 출신 문창극 후보는 엉뚱하게도 교회에서 신자들 앞에서 한 강연을 일부 발췌 보도한 ‘싸가지 없는’ TV방송 뉴스 탓에 어이없게 낙마하고 말았다.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들의 ‘낙마사연’에 비하면 사실 이완구후보자의 ‘의혹 시리즈’는 좀 과하다는 게 여론이다. 병역의혹 투기의혹 탈세의혹 논문표절 교수채용 비리.. 국보위 삼청교육대 근무경력 언론 공갈협박 황제특강...원정출산 건보료미납 소득세 탈루 등등 오죽하면 보수 일간지들마저 약속이나 한 듯 ‘총리감이 아니다’는 제목의 사설과 칼럼을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이완구 너마저!’ 총리의자에 앉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그야말로 진짜 레임덕에 빠지고 국정은 아수라장이 된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합창으로 이완구 후보자는 역대 선배 총리낙마자들의 ‘기구한 사연’보다 훨씬 더 파란만장한 낙마사연을 안고서도 ‘운 좋게’ 총리의자에 안착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사실 엄밀히 말한다면 박대통령 옆에는 이완구처럼 ‘가냘픈 여성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능수능란한 자질이 있어 보이는 ‘노련미 만점’의 인간형이 총리로 앉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마음이 편해야 국정도 잘 풀려나갈 게 아니냐는 여당 측 인사들의 볼멘소리도 마구 터져나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80%가 넘는 높은 대학진학률과 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인터넷 보급률 덕분에 대한민국은 예전 유신시대나 5공 시대처럼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호락호락’넘어가는 안전지대는 더 이상 아니다. ‘민주화 바람’ 탓에 조금만 수상한 기미만 보이면 야당은 물론 네티즌수사대가 총동원돼 눈을 부라리는 ‘무서운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국민 한사람 한 사람은 아주 예리한 ‘정치 평론가’로 성장했고 예전 같으면 통했을 지도 모를 ‘정치인의 사기술’이 이젠 발을 못 붙일 정도로 ‘민도’가 높아진 것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에겐 크나큰 장애물이 돼버렸다.

 

결국 저렇게 시끄러운 정국이 되고 만 건 ‘그놈의 대학진학률과 인터넷’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 유신시대 같았으면 ‘무지렁이 백성’들의 반대로 까짓 국무총리 인준 같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벽에 부닥쳤다는 건 꿈에서라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어쩌면 박대통령은 그 화려했던 ‘아버지 대통령 시대’의 무소불위 권력의 시대를 그리워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천하의 대통령’도 국민 여론 앞에선 숨을 고르며 ‘낮은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 마음에 쏙 들었을 이완구 같은 사람도 최소한 낼 모레 월요일까진 저렇게 온갖 수모를 당하며 초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완구씨가 국무총리 의자에 앉을지 말지는 ‘온전히 하늘의 뜻’에 달렸다. 물론 여당의 사생결단식 강력 엄호로 ‘하늘의 뜻’이 조금은 이완구에게 우호적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내일 일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는 속담처럼 알 수 없는 것이라 이번 소란사태의 장본인인 이완구와 대통령 그리고 여당 고위직간부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야할 것 같다. (2월14일 밤 TV9시 뉴스에선 이완구부부가 강원도 모처에서 칩거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역시 잠못이루는 밤인가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