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뷰의 시선

노숙자들과 식사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명인사 부부에게 세례준 한국 추기경

스카이뷰2 2015. 3. 25. 12:39

                                                                          

                            생일을 맞은 교황이 노숙인들을 초청해 환담하는 모습(다음-뉴스1사진)

 

                             

                        

 

<'빈자들의 교황'이라 불리는프란치스코 교황 이 77번째 생일아침식사를 노숙자들과 함께 했다는 뉴스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이 12월 17일(현지시간) 바티칸 인근에 거주하는 노숙자 4명을 초대해 함께 미사를 올리고 아침 식사를 했다고 전했다.  평소 '가난한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교황으로선 별 이상한 행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종교지도자가 생일 식사 자리에 노숙자들을 초청했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닌 듯하다.> 

 

재작년에 썼던 '생일에 노숙자들과 식사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글의 서두를 다시 소개한 건 어제 아침 인터넷에 실린  작은 기사 탓이다. 그냥 지나쳐도 될 이야기지만 소위 대한민국 '상류층'의 마인드와 종교인들이 그들을 대하는 '대접하려는 행태'가 겹쳐지면서 하루 종일 별 거 아닌 '남의 일'로 머릿속이 좀 복잡해진 탓도 크다.

 

보도에 따르면 '저명인사'인 가야금 명인 황병기(79), 소설가 한말숙(84)씨 부부가 3월23일 천주교 신자가 됐는데 서울 명동 주교관 소성당에서 추기경이 직접 세례를 줬다고 한다. 뭐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자신의 생일날 아침 노숙자들 4명을 초대해 함께 식사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얼마전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게 세월호는 어떻게 됐냐고 걱정하며 물었다는 교황의 '진정성'이 오버랩된 것이다. 교황이 세월호를 잊지 않고 질문했다는 그 자체가 그렇게 고맙고 감동적일 수 없었다.  교황은   언제나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어린 양들'의 편이라는 신뢰를 주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인 추기경이 노부부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만약 그들 노부부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었어도 추기경이 직접 세례를 줬을까 하는 조금은 '시시한 생각'이 든다는 자체가 영 찜찜하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뭐'라는 속된 편견이 종교계에까지 해당된다는 건 참기가 좀 불편한 진실인 듯하다. 

 

노숙자들을 불러 식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팔순의 고령임에도 지난해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 그토록 가슴아파했을때 우리와 함께 아픔을 공유하는 진정성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줬었다. 한국의 어떤 정치인이 교황만큼 진실되게 우리를 위로해줬는지 기억이 거의  안 난다.

 

더구나 한국의 추기경은 깊은 상처 속에 괴로워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자칫 오해할 수도 있는"유족들도 좀 양보해야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수를 겪기도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물론 그의 '본의'는 그게 아니었다는 해명도 나왔기에 이 자리에서 추기경을 폄하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교황처럼 한국의 추기경도 '약자편'에 서서 발언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추기경의 그런 발언 탓이어선지 대한민국 문화계의 '최상류층'으로 대접받고 있는  노부부에게 추기경이 직접 세례를 줬다는 건  비판할 일은 아니겠지만서도 왠지 좀 찜찜한 감정의 앙금을 남기는 뉴스 같다는 얘기다.  그 노부부는 "아직 교리를 잘 모르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추기경님이 직접 세례까지 주셨으니 공부해보려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글쎄 꼭 '추기경님'으로부터 세례를 받아야 신앙이 더  깊어질까라는 의문이 든다. 잘 모르지만 신앙이란

그렇게 '최고 종교지도자'의 '은혜'로 깊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부'해서 될 문제도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굳이 천주교 '최고 지도자'인 추기경에게 '특별대접'을 받으면서 신자가 되었다는 건 뒤집어 얘기하자면  

'문화계 상류층 인사들'인 그들이 나이들어서까지도 평소 누려왔던 '대접받으려는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만약 그 노부부가 '알려지지 않은 변두리 성당'에서 '무명의 신부'로부터 조용히 세례를 받았더라면 훨씬 더 아름다웠을 거 같다.

 

타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행위에 대해 제3자가 뭐라 말할 필요는 전혀 없겠지만 철저히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래서 언제나 약자 편인 교황의 행보와 상류층과 더 친한 듯해 보이는 한국 추기경의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종교의 영역에서마저 소박함을 갖지 못하고 늘 대접받고 싶어하는 '한국 상류층 갑(甲)의 정서'는 어쩌면 오늘날 한국이 처한 온갖 난맥상의 시발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