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뷰의 시선

페루 K팝 소녀 한류팬들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단원고 생존 학생들

스카이뷰2 2015. 4. 21. 11:55

            



                                                                                                               

                                                                                                            페루 한류 소녀팬들과 만나고 있는 박대통령.

                                          

 

 

페루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오후 현지 한류팬들과 예정에 없던 '깜짝 만남'을 가졌다는 뉴스에 수 천개의 '악성댓글'들이 난무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며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루 리마 시내 한 호텔에서 케이팝(K-Pop) 동호회 대표 15명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페루 내 한류애호가들' 명의의 선물을 전달 받았다고 한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이지만, 페루 내 케이팝 동호회 측 요청에 따라 10여분 간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류팬들과 다정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니 페루 한류팬들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이다. 문득 작년 8월쯤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힘겹게 살아남은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그 학생들은 끝내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그때 만약 우리 대통령이 그 어린 학생들의 손을 잡아주며 저 페루 한류 팬 아가씨들과 찍은 것처럼 다정한 모습의 사진을 찍었더라면 아마 엊그제 광화문에서 벌어진 격렬시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월호 참사의 지우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단원고 생존학생들이나 어린 자녀를 잃은 단원고 학부모 유가족들에게 대통령이 페루에서처럼 저렇게 조금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따스하게 어루만져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헛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우리 속담처럼 대통령이 진작에 단원고 학생들을 직접 격려했더라면 지금 현재 대한민국 정치상은 이토록 한심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비효과라는 말이나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막는다는 속담도 떠오른다. 대통령이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단원고 유가족들이나 실종자 가족 그리고 지금은 고3이 된 단원고 생존학생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줬더라면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은 저렇게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페루 소녀 한류팬들은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박수로 환영했고, 박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그라시야스(gracias)"라며 화답했다고 한다. 또 페루의 그 소녀들은 우리 대통령에게 선물을 증정했고 대통령은  "다들 쳐다보고 있는데, 궁금해서 안 풀어볼 수도 없고"라며 웃음을 지은 뒤 상자를 풀어 페루 야생동물인 라마 인형을 꺼내들고 "너무 예쁘다"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품이 다정다감한 우리 대통령인데 단원고 학생 몇 십명을 위로해주지 못하겠느냐 말이다.

아무래도 이건 대통령을 모시는 아랫사람들이 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박대통령이 세월호 수학여행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면담을 요구하기 전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단 10분 정도만이라도 시간을 내 그 학생들에게 따스한 미소와 함께 악수를 먼저 청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통령은 남미로 순방을 떠나기 직전 팽목항까지 내려가긴 했지만 끝내 유가족들을 만나진 못했다. 그러니 공허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박대통령은 귀국하는 대로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대표들과 이제 고3이 된 단원고 학생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차라도 한 잔나누면서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하는 진솔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다면 모르긴 몰라도 그 짧은 위로의 만남이  지금 이 험난한 정국을 평정시키는 가교역할을  적잖이 하리라고 본다. 나비효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