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금 수사 대상 넓히면 ‘물타기’ 오해 받을 것”
차기 대선후보들 가운데 '청렴 이미지'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수사 범위를 리스트에 오른 8인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수사 대상을 무작정 넓힌다면 자칫 ‘물타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쓴소리를 던졌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 노무현 정부 등 야당을 포함한 전방위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성완종의 2차례 사면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는 걸 내세워 야당과 문재인을 압박하고 있는 중인 여당측에서 볼 땐 피아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라고 본다.
지금 새누리당은 재보궐선거 탓인지는 몰라도 너무 뻔히 보이는 '물타기 수법'에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우선 '성완종 리스트 8인'에 대한 수사부터 빨리 해야하는 게 일의 순서 아니겠는가 말이다. 국민수준이 높아진 요즘 새누리당은 우물우물하면서 '물타기'를 시도하려했다가는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기도 한 김 전 지사는 지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 ‘세종포럼’ 초청 간담회에서 “성완종 리스트는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다. 나머지는 있으면 (수사를) 해야지 뭐가 없는데 하는 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물타기 수사'를 자제해야한다는 '소수의견'을 밝힘으로써 '정치적 소신'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김 전 지사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또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신뢰할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래서 '특검'으로 가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기도 하다. 여당측 인사 중에 '특검'주장을 가장 먼저하기도 했다. '대통령 눈치'를 살피지 않고 '소신'을 밝힌다는 게 쉽지 않은 시절이어서 그의 그런 주장이 더 돋보인다.
“정권 때마다 정치 부패 스캔들, 정치권 사정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직 국무총리에,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 전원, 집권세력 핵심 인사가 대거 연루된 것은 처음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진 이후 당사자들 대응을 보면서 국민은 ‘인면수심’에도 못 미치는 ‘철면흑심’을 떠올렸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리스트에 오른 쟁쟁한 8인방이 요즘 말로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는 얘기다.
김 전지사는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사정은 상시적으로 꾸준하면서도, 조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검찰과 형사소추권을 동원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며 현 정권의 기획 사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귀담아들어야 할 쓴소리 같다. 이완구총리가 장관 두 명을 병풍처럼 옆에 세우고 '부패와의 전쟁'을 요란하게 선포하면서 지금 한국은 난리가 난 것이다. 좀 조용하고 세련되게, 진정성 있는 수사를 했다면 이렇게 전국이 시끄러워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번 '성완종 리스트'사건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은 집권여당 특히나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이 리스트에 몽땅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치권에 크게 실망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여성 대통령이 그토록 '사심없는 분'이라며 추켜세웠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거짓말'은 오늘 또 추가됐다고 한다.
2006년 박근혜의원 시절 독일순방때 독일의 초청재단측이 경비를 전액 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비싼 항공료는 제외되었다는 사실이 한 신문사의 단독 보도로 조금전 '폭로'됐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이 아무리 '엄정수사'를 한다해도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인방에 대해 국민들은 '유죄'라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다.
아주 오래전 TV드라마에서 정치인들을 지칭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이야)'라고 말해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20년쯤 전 방영한 드라마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이 '민나 도로보데스'라는 말이 그대로 통용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경제적으론 세계 12위권에 진입했지만 의식세계는 후진국이란 말이다.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온갖 부조리한 사건들의 배후엔 이런 후진적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렴영생 부패즉사'라는 강직한 슬로건을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는 김문수위원장이 이번에 리스트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정치인들부터 일단 집중 수사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적잖은 국민들은 공감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그 8인방이 워낙 '대통령 최측근' 실세들이어서 과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수 있을지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밝혀졌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민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의 면면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며 돌아서고 있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지지율이 1주일 새 5% 이상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1.5%차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찬찬히 새겨봐야 할 것이다.
'집권 세력의 부패라는 본질'은 놔둔 채 '성완종 사면'만 걸고 넘어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건 대통령이나 여당에게 좋지 않은 시그널로 보인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성완종 사태를 물타기 수법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하기보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통령 측근들부터 철저히 수사해야만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가까스로 치뤄낼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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