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장에서 아버지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눈물흘리는 차두리.(다음스포츠뉴스사진)
차두리 은퇴기념 티셔츠..(다음스포츠뉴스사진)
국가대표 선수로서 주장 완장을 차고 은퇴경기를 마무리한 차두리는 ‘행복한 사나이’다. 자신이 뛰어온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뛰다가 박수받으며 내려올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차두리는 복받은 사람이다.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이렇듯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 은퇴하는 선수도 드물다. 차두리에겐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축구 실력'자체보다는 차두리의 '인간적 매력'에 축구 팬들은 성원을 보낸 듯하다.
3월 31일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까마득한 후배들과 함께 푸른말처럼 녹색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차두리를 볼 수 있었던 관중이나 시청자들 역시 ‘동시대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행복을 한껏 누렸다. 이런 게 바로 '해피 바이러스 전달자'차두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소한, 별것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를 차두리는 갖고 있었고 팬들은 그 점을 높이 산 것이다.
차두리는 ‘넘을 수 없는 산’이었던 대선배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출신성분 탓에 ‘손해 아닌 손해’를 보기도 했다. 주변에선 '아버지 백'으로 국가선수에 선발됐다는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차두리 스스로도 ‘차범근 아들로 살아가는게 힘들었다’는 고백을 했다.
자신의 76번째 국가대표팀 경기를 끝으로 은퇴식을 가진 차두리는 “내가 한 것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며 “행복한 축구 선수로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3만3000여명의 관중이 차두리가 전반 41분에 교체돼 나올 때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낸 풍경은 한국 축구가 선진국에 들어선 신호처럼 보였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와의 경기 하프타임에 가진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 선수’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차두리는 "큰 짐을 내려놓아 홀가분했지만 결국 큰 산이었던 아버지를 넘지 못하고 이렇게 축구 인생이 끝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하지만 늘 롤모델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점은 나에게 큰 행복이고 축복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출신의 63세 아버지와 35세 아들이 3만3천 관중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서로의 등을 어루만져주며 서로가 견뎌온 ‘축구 인생’을 위로해주는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차두리 하면 ‘질주하는 야생마’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얼마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70m를 폭주하는 ‘위엄’을 보여준 차두리의 모습은 세계 축구사에 기록될만큼 장엄한 광경이었다. 차두리의 ‘질주 본능’에 상대팀 선수들도 모두 놀란 듯한 그날의 경기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膾炙)될 명 장면이었다.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처럼 차두리는 그라운드에서 상대팀 선수에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일각에선 차두리가 차범근의 리모컨으로 조정당하는 인간 로봇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차두리는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재주'를 가졌다는 세평에 대해 "따듯한 부모님 아래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자라선지 성격은 내가 생각해도 밝은 편"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작년엔 '이혼'이라는 가정적인 아픔을 겪으며 방황하기도 했다.
아버지 차범근선수가 ‘세계적인 골잡이’로 독일과 세계를 평정했던 것에 비한다면 차두리의 존재감은 아버지에 훨씬 못 미친다. ‘아버지만한 아들이 없다’는 말도 있듯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크다보면 제아무리 뛰어난 아들이라도 존재감을 알리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아버지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팬들로부터 받았다. 그만큼 차두리는 ‘매력남’이었던 것이다. 풍요로워진 한국사회에서 ‘생계형 축구’로 대성한 아버지보다 차두리는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면에서 축구팬들의 호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기량 면에선 ‘최고’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개성 넘치는 축구선수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던 차두리 같은 선수의 존재감은 앞으로 보기 어려울 듯하다.
‘대 선수의 아들’로서 프리미엄보다는 핸디캡이 더 많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차두리는 타고난 낙천적 스타일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흠뻑 사로잡았던 것이다. 3만3천 관중의 기립박수와 세계적 선수 차범근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면서 국가대표팀 주장의 완장을 찬 채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차두리는 ‘축복받은 축구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굿바이 차두리 쌩큐 차두리!!!
*아래 글은 2012년 2월 8일 우리 블로그에 실었던 겁니다.
아들을 업은 채 딸아이에게'공부'를 시키고 있는 슈퍼대디 차두리(다음스포츠뉴스사진)
‘딸바보·아들바보’ 차두리가 차린 맏딸 생일 상(床)
‘슈퍼대디’ 차두리가 이번엔 ‘딸바보’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차두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아인이 두 번째 생일이었다! 아직 생일이 뭔지 잘 모르는 아인이지만 본인을 위한 케이크를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사랑해 아인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띄웠다.
사진에서 두 살바기 아인이는 꽃으로 수놓아진 분홍 케이크와 컵 케익, 분홍 장미꽃다발이 놓인 식탁을 보고 함박 웃고 있다. 옆 모습이지만 아빠 차두리를 닮은 듯하다. ‘젊은 아빠’ 차두리의 딸 사랑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사진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정말 훈훈한 아빠네요” “딸바보 인증했다” “아인이 생일 축하” 등 호감의 반응을 올리고 있다. 아무래도 '가정적인 아빠'의 모습과 '천사'같은 아기의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듯하다.
작년 언젠가 차두리는 둘째인 아들아기를 업고 딸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사진을 올려 네티즌들의 격려박수를 흠뻑 받았다. 스스로를 ‘슈퍼 대디’로 자임하고 있는 이 ‘자식 바보’ 아빠 차두리는 아기들의 어떤 투정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체력과 인내를 가진 ‘힘센 아빠’다.
빡빡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차두리 선수는 보는 이들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를 타고났다.
천하태평에 무골호인 스타일이다. 얼굴엔 늘 선량한 기운이 감돌지만 녹색 그라운드에선 ‘인간 탱크’라는 별명답게 상대 팀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차두리는 지난해 무슨 제약회사의 CM송을 불러 꽤 히트시키기도 했다. 그만큼 코믹하고 대중적 흡입력이 있다는 얘기다.
몇 해 전 만해도 ‘기량’면에서 다소 함량 미달인 듯 보였었지만 이젠 국가대표팀 내 서열 1,2위의 ‘맏형’급이 되어선지 경기하는 모습에서 원숙미마저 느껴진다.
차두리는 197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차범근의 장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이젠 차두리라는 이름으로 통할 때가 더 많다. 심지어 어떨 때는 ‘차범근 아들’보다는 ‘차두리 아빠’로 통할 때가 있다는 소리를 하는 ‘차두리 아빠’의 말이 꼭 ‘자식자랑’처럼 들리기도 한다.
언젠가 차범근 감독은 “두리가 이젠 컸다고 경기에 대해 잔소리하면 싫어하더라구요”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는 속담이 맞긴 맞나보다. 어쨌든 차범근-차두리로 이어지는 부자(父子) 축구 국가대표선수 계보는 그들에겐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예전엔 운동선수들 하면 가정형편이 좀 어려운 집 아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차두리처럼 ‘한국최고 축구선수 아들’이라는 거의 ‘황태자 급’ 백그라운드가 있는 선수들은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차두리가 좀 더 돋보였던 면도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차두리는 구김살이 없어 보인다는 평도 듣고 있다.‘철부지’로 보인다는 소리와도 맥이 통하는 얘기다.
1970년대 ‘아빠’의 직장이 있는 독일에서 성장하면서 그곳 유소년축구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신문에 실렸던 ‘귀여운 두리’가 어느새 두 아기들의 아빠가 된 모습도 우리를 흐뭇하게 해준다. ‘무정한 세월’이 어떤 시점에선 인간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기도 한다는 걸 실감한다.
4년 전, 결혼한 차두리는 첫 딸을 본 이후 얼마 전 아들을 뒀다. 지금 저 사진에 차두리의 ‘벌판’같은 등에 업힌 사내아기의 표정이 꽤나 똘망똘망하고 건강해 보인다. 어쩌면 3대에 걸친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성장할 아기인지도 모르겠다.
차두리는 지난 해 자신의 트위터에 "난 슈퍼 대디다. 아일이 업고 아인이 밥 먹이고 아인이가 오랜만에 밥을 잘 먹어줬다" 며 "요즘은 아인이가 밥 잘 먹어 주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다. 물론 먹이는 것은 운동보다도 힘들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인증 샷 한 컷을 올렸다. 아이키우는 일중 제일 힘든 게 밥먹이는 것이라는 걸 아는 듯하다.
사랑이 넘치는 자상한 차두리의 모습에서 '딸바보' '아들바보'의 표준 모델을 보는 듯하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푸른 말처럼 힘차게 질주하던 인간탱크의 모습대신 편안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차두리는 역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정겨운 가족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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