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경숙 표절논란- '미시마 유키오 루이제 린저 패트릭 모디아노를 표절'

스카이뷰2 2015. 6. 18. 10:52

이응준

신경숙                         미시마 유키오

 

 

 

 

                                                                

 

드디어 메르스 잡는 새로운 이슈어가 탄생했다. 한달 가까이 대한민국 매스컴은 메르스 없으면 장사가 안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좀전 검색어 1위로 '신경숙'이 뜨면서 지금 인터넷에선 온통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논란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여성소설가 이름이 인기검색어에 뜬건 아주 오랜만의 일인 것 같다.

 

문학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 조차 신경숙에 대해선 TV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다.재작년인가 한 인기 예능프로에  출연한 신경숙은 노처녀로 지내다가  '지금 남편이 된 그 남자의 냄새가 좋아 결혼하게 됐다'는 다분히 소설가적인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 프로는 시청률이 높아 작가로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그녀에게 선사했다. '남자의 냄새'라는 말 자체가 문학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기에 소위 '있어 보이는 고급진 발언'으로 화제를 끌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문단 사상 최초로 '구로공단 여공출신'이라는 이색적인 타이틀을 달고 문단데뷔한 이래 대성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경숙이라는 이 53세 여성은 운좋게 꾸준히 보수 매스컴의 환대를 받아왔다. 그 덕인지현재 대한민국 문인 중에선 '대부호'급으로 꼽힐 정도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방송에 출연해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책 팔아서 20억원쯤 벌었다는 얘기를 은연중에 함으로써 '인세 부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론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뭐라 평하긴 어렵지만 '인세'로 수십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사실 자체는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만큼 그녀가 표절논란에 휩싸였다는 건 '핫 뉴스';로 대접받을 만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신경숙은 이미 2000년무렵부터 '상습 표절범'이라는 싸늘한 눈초리를 받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문학권력자 부부로 불리는 신경숙과 문학평론가 남편의 '좋은 처세'로 표절논란은 유야무야 대중의 관심권밖으로 사라졌었다고 한다. 그러다 엊그제 이응준이라는 40대 중반 문인의 '예리한 지적'에 의해 다시금 인터넷에선 '신경숙 표절논란'이 메르스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나도 어제 이응준이 쓴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클릭하시면 원문연결)라는 글을 읽어봤다. 특히나 신경숙이 '표절'했다는 부분을 읽자마자 이게 표절이 아니면 뭐가 표절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응준이라는 작가의 글은 설득력이 있었다. 작가니까 글을 잘 쓰는 건 당연하지만 아주 정성들인 문장으로 '신경숙의 표절'에 대해 준엄한 논조로 질타한 글이다.

 

신경숙의 반응이 궁금할 정도로 미시마 유키오라는 죽은 일본인 작가와 신경숙의 문장은 놀랍게 비슷했다.  별로 옮기고 싶지도 않은 문장들이기에 선정성 넘치는 그 문장들은 우리 블로그에는 소개하지 않겠다. 어쨌든 네티즌 99%가 '표절이다'에 한표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신경숙 반응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을 그렇게 공격해온 '후배 문인의 무례함'에 대해 그런 지적을 전면부인하면서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을 출판사를 통해 밝혔다는 것이다. 글쎄, 최소한의 자존심 있는 작가라면 그런 식의 허술한 대응은 바로 자신의 표절을 인정하는 꼴밖에 안된다는 걸 모르는 듯하다. 어쩌면 변명거리가 궁색해서 궁여지책으로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경숙은 출판사로 보낸 변명메일에서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왠지 좀 공허하고 무언가 슬쩍 넘어가려는 듯한 의도가 느껴진다. 

 

'내 독자 분들'께 미안하다거나 '나를 믿어주시길'이라는 표현도 좀 오만하게 들린다. 그런 너절한 표절뉴스로 기분 상했을 일반 네티즌들에겐 미안하지 않다는 얘긴지 궁금하다. 게다가 진실여부와 상관 없이라는 대목도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어쩌면 그녀 자신도 자신이 미시마 유키오의 '그 문장'을 살짝 빌려왔다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진정 '결백'하다면 그런 식의 얘기는 할 수 없는 법이다.

 

신경숙이 다른 사람도 아닌 할복자살로 전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천황주의자'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뉴스에 네티즌들은 기발한 댓글로 그녀를 성토중이다. '표절 경숙,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셀프 분서갱유하시오'라는 우스개 댓글도 나올 정도다.  심지어 신경숙을 '신주단지' 모시듯한다는 출판사 창비의 직원들마저 '양심선언'의 트윗을 올리며 표절논란에 가세하고 있는 중이다. 창비가 창피하다는 거다.

 

탐미적 문체로 유명한 금각사 이외엔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신경숙의 변명은 아무래도 어설퍼 보인다. 이응준이 표절로 지적한 문장은 놀랄정도로 비슷해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실여부'와 상관없다거나 그런 작품을 '알지 못한다'는 애매한 말로 위기 국면을 탈출하려는 것 같다. 글쎄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무대응으로 슬쩍 사태를 수습하려든다는 건 '최고 인세작가'로서 적절치 못한 자세같다.

 

네티즌들로부터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로 불리고 있는 이응준은 이전에 논란이 일었던 신경숙의 표절시비를 언론 기사 등을 인용해 다시 거론했다.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서문 중 일부가 신씨의 소설 ‘딸기밭’에 거의 동일한 문장으로 쓰인 것, 신씨의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단편소설 ‘작별 인사’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과 모티프와 분위기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1999년 문단에서 한차례 논란이 됐던 일들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트위터가 미비한 시절이어서 신경숙은 그냥저냥 무사히 지날 수 있었겠지만 이번 만큼은 아무래도 그 후폭풍이 거셀 것 같다. 

이응준은 마무리 없이 지나간 신경숙 표절시비에 대해 ‘한국문단이 문학적 야만’이라 칭하며 “신경숙의 ‘표절’은 그저 ‘치워버리면 끝이 나는 똥’이 아니라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신경숙의 소설들은 다양한 언어들로 번역돼 각 외국 현지에서 상업적으로도 일정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바 있다. 그런데 만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뉴욕에 알려진다면? 파리에 알려진다면? 영국에 알려진다면? 일본의 문인들이, 일본의 대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는 감춘다고 감춰질 문제도 아니며, 감추면 감출수록 악취가 만발하게 될 한국문학의 치욕이 우리가 도모할 일은 더욱 아닐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가 일본 극우 작가의 번역본이나 표절하고 앉아있는 한국문학의 도덕적 수준을 우리 스스로 바로잡는 것 말고는 한국문학의 이 국제적 망신을 치유할 방법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라는 주장도 했다.

 

이응준의 지적대로 뉴욕이나 파리, 영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표절논란이 알려진다면 대한민국 국격엔 손상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르스로 대한민국 위상이 영 말이 아닌 요즘 신경숙 표절시비는 '문학계 메르스'로 나라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