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간장 두 종지- 금수저 신문사의 중국집 흙수저에 대한 갑질이냐 아니냐

스카이뷰2 2015. 12. 1. 12:08

 

                           장안의 화제가 됐다는 문제의 칼럼. 현란한 글솜씨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 같다.

            칼럼을 패러디한 한겨레 만평. 꽤 재치있어 보인다. 김한길 박지원 천정배는 아니다는 맨 마지막이 웃긴다.

 

 

 

 

 

지난 주말  한 신문에 실린 짧은 칼럼 하나가 장안에 화제라고 한다. '최고의 보수신문'에 실렸던 탓인지 주로 진보계열 신문에서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칼럼이 실린 언론사 온라인 댓글코너에도 주로 그 글을 쓴 '부장 기자'라는 사람이 '갑질'을 했다는 난리법석 댓글이 넘친다.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인지 네티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별 것 아닌 소소한 칼럼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지금 '정상'이 아니라는 반증인 것도 같다.

 

'품성과 인성에 문제가 있다, 갑질도 째째하게 한다, 소잡는 칼로 닭잡느냐 동네 중국집 다 망쳐놓는다, 워낙 착하지 못한 인간형 같다'는 둥 수 천개의 댓글은 주로 이 '간장'칼럼을 썼다는 기자를 공격하는 걸로 차고 넘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찬찬히 읽다보면 글재주는 있어 보이는데 심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네티즌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워낙 매운 질책에 어쩌면 그 기자 꽤나 충격 먹었을 듯 싶다.   

 

아무 것도 아닌 거라고 치부되어도 하나 아까울 게 없는 별 시답잖은 칼럼 하나에 네티즌들은 자신이 갑질을 당하기나 한것처럼 화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무엇엔가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소위 '분노사회' '피로사회'가 된 탓도 큰 것 같다. 피차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있는 건데 그 기자의 '재간 부리는 듯한 글솜씨'탓에 네티즌들은 더 화가 났을 수도 있겠다.  

 

물론 기자의 깔끔한 위생의식에 공감을 표하는 댓글들도 간간히 보였지만 '분노 댓글들'의 위력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여선지 공감의 댓글들은 그냥 떠내려 가버린 듯 존재감이 없다. 아무래도 그 칼럼을 쓴 기자는  며칠동안 찜찜한 기분일 수도 있겠다. 아니지, 어쩌면 더 시니컬한 표정으로 '무식한 네티즌들'을 향해 냉소를 날릴 지도 모르겠다. 신문사 부장 정도라면 적어도 40대 중반은 됐을 텐데 원래 그 정도 나이라면 '반성'은 좀 하기 어려운 나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국집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님이 간장종지 좀 더 달라면 줘야하는 게 최소한의 손님에 대한 예우다. 그러니까 그 중국집이 잘못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 같은 큰 신문에 실릴 정도로 '엄청난 비리'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그런 '귀한 '지면엔 이 사회의 엄청난 비리를 고발해야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삐딱한 시선'이 서려있는 것 같은 기자의 '오만방자한 태도'도 문제로 보인다.    

 

그 칼럼 중 "설렁탕을 주문했고 설렁탕이 나왔는데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먹은 만큼 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라는 대목에선 눈쌀이 절로 찌푸려진다.

 

물론 '내 돈 내고 먹는 건데 웬 감사야'라고 생각하는 잘난 부류도 있을 수 있겠다. 칼럼을 쓴 기자처럼. 하지만 그렇게 똑 부러지는 듯한 그의 '계산법'에서 왠지 몰인정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사는 게 그런 게 아니지않는가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내 돈 내고'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고 나올지라도 고맙다는 인삿말 정도는 덕담으로라도 건네는 게 맞다. 그야말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음식만드느라 수고했을 주방장이나 설겆이하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최저임금도 겨우 받을지 말지 하는 홀 서빙 알바생들에게 '작은 감사의 인사'쯤 건네는 건 '오만한 기자'의  표현대로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적잖은 네티즌들 역시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시니컬한 그 표현에 화가 난 것 같다. 네티즌들의 분노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은 그나마  최소한의 '인정머리'가 남아 있는 곳이라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아래 비교적 점잖은 문장의 댓글 몇 개를 소개하면 이렇다. 

 

(aisi****)어렸을 적부터 밥상 예절을 배울 때면, 아버지께서 항상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예의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고, 식당에 가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 돈 내고 밥을 먹어도, 팁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인사 정도로 '감사합니다' 정도는 할 수 있는 게 한국 사회의 정 아니겠나 싶다.

 

 (ssi****) 댓글 쓸려고 회원가입 했습니다. 마지막 한줄이 아니면 한번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는데, 마지막 한줄이 독자를 화나게 하고 기자님의 인성을 알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자가 뭐 대단한 직위라고 이런식으로 치졸하게 협박을 하는것인지... 제가 중국집 주인이라면 이 기사 대문짝만하게 인쇄해서 입구에 걸어놓고 싶네요.. 누가 더 한심한지....

 

박*성(p****)  
간장종지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스타일로 봐선 주인에게 이야기 해서 각 1 간장종지했을 것도 같은 데. 아무튼 신문 지면을 개인감정을 표현하는 낙서장이나 일기장 처럼 사용한 행위는 좀 거시기 하네요.. 기자라면 그 맴이 간장종지 보다는 컸으면 합니다. 그 중국집 이름 안 밝히는 척 하면서 실제론 일러주는 끝부분도 간장종지만도 못한...., 쯧쯧쯧.


김*기 (min****)

 
간장 한종지에 분노하지 말고 더 큰일에 분노해라. 참으로 한심한 기자 그것도 부장이로다.


(이*삼)대단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2인당 간장 한 종지’에서 곧장 ‘아우슈비츠’로 비약하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돋보였다. 조선일보사 근처의 중국집을 검색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 마지막 문장은 백미였다. 눈에 잡힐 듯 그려낸 상황 묘사와 거침없이 쏟아내는 비유, 주워담을 생각 없이 결론으로 성큼성큼 내닫는 문장력. 조선일보에도 드디어 류근일 김대중 주필의 후계자가 나타난 것이다...간장 두 종지. 점심 메뉴와 갑질의 기쁨. 그런 것이었다.… ‘간장 두 종지’들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지금 ‘총궐기’가 절실한 이유는, 저 ‘간장 두 종지’들로부터 우선 나 자신의 생명과 존엄부터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대 언론사의 부장급 정도라면 이 사회에선 그나마 '갑'에 속하는 부류일텐데 그렇게 '야박한 사고방식'을 갖고 '그 귀한 지면'에 이런 식의 글밖에 못쓴다는 건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어쩌면 그의 '오만한 인간성'과 관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 대한민국에선 '수저 계급론'이나 '있는 자들의 갑질' 등등으로 표현되는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너무 심한 듯하다. 이곳저곳에서 '힐링'을 받아야할 소수 약자들이 넘쳐나는 듯한 이 사회는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이래저래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너무 고달프다. *** 

 

 *PS:문제의 '간장 칼럼'이 나간 뒤 '미디어 오늘' 기자가 문제의 중국집 '열빈'에 취재차 방문해 탕수육을 시켜먹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문제의 칼럼을 쓴 그 '간장 부장'은 그날 그 중국집에서 간장종지 두개를 추가로 더 받았고 주인장으로부터는 즉석에서 심심한 사과까지 받았다는 것이다.주인장은 조선일보 애독자라고 한다. 그런데도 '간장부장'은 분이 덜 풀렸는지 그 귀한 신문지면에 자신의 '옹졸한'분풀이를 했다는 것이 '미디어오늘'기자의 '특종' 보도다. 여러가지로 참 웃기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그 간장부장의 행태는 '갑질'로 분류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