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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론은 현실…“금수저 물고 태어나야 성공”…자수성가 힘들어지는 한국

스카이뷰2 2015. 11. 20. 11:43

                                           미디어오늘 그래픽.

                         

 

 

수저 계급론은 현실…“금수저 물고 태어나야 성공”…자수성가 힘들어지는 한국

 

 

 지난 10월 28일 우리 블로그에 올렸던 '수저 계급론'은 현실이라는 논문이 발표돼 또 화제다. 그렇지 않아도 네티즌들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로 나뉘어지는 수저 계급론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었다. 한쪽에선 불공정한 세상이라는 한탄이 나왔고 한쪽에선 원래 세상은 그런 곳이라는 자포자기적 한숨이 나왔다.

 

설마 설마했지만 한 대학교수가 발표한 '수저계급론'적 논문은 젊은 네티즌들을 실망에 빠뜨리고 있는듯하다. 부를 축적하는 데 있어 스스로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상속받는 재산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수성가’할 기회는 점점 줄고,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학문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을 더 기운빠지게 하고 있다.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가 11월 17일 발표한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 논문이 바로 수저계급론을 확인해주고 있다.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을 이용해 한국인의 자산에서 상속 자산의 기여도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추정한 이 논문은 한국에서의 '부의 이동'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수저계급론이 헛말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준다.

 

분석 결과 부의 축적에서 상속·증여가 기여하는 비중은 1970년대 37.3%에서 1980~1990년대 27~29%로 떨어졌다가 2000년대에는 42%로 빠르게 상승했다. 총자산이 100만원이라면 1980년대에는 27만원이 부모에게 상속받은 것이고 나머지 73만원은 저축 등으로 모은 것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상속으로 쌓인 자산이 42만원으로 늘어나고 스스로 모은 자산은 58만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국민소득에서 연간 상속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0년대 5.7%에서 1980년대 5.0%로 저점을 통과한 뒤 계속 높아져 1990년대 5.5%, 2000년대 6.5%, 2010~2013년에는 평균 8.2%로 뛰었다. 어떤 지표에서나 상속의 중요성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 상속의 중요성은 현재로선 다소 낮은 편이다. 전체 자산에서 상속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기준으로 독일 42.5%, 스웨덴·프랑스 47.0%, 영국 56.5%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국민소득 대비 연간 상속액 비중도 2010년대 연평균 기준으로 독일(10.7%), 프랑스(14.5%)는 한국보다 높았고 스웨덴과 영국은 8.2%로 한국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상속 재산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높아져 조만간 다른 나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1980~1990년대에는 상속의 비중이 낮은 수준에 그쳤다.

고도성장기에는 저축률이 빠르게 늘어났고, 젊은층이 자산을 축적할 기회도 많았다. 자수성가할 기회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당시 젊은층에겐 그래도 '기회에 대한 꿈'이 남아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노년인구는 늘어나 206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는 투자와 저축, 경제성장을 낮추는 반면 사망률을 높여 상속이나 증여에 의한 이전 자산이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수저계급론'이 당당하게 전면에 부상하는 이유다.

 

이 논문은 “성장률이 미미해지면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축적할 기회는 줄고 상속받은 부가 더 중요해진다”며 “상속이 저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의 축적 경로가 되고, 그렇게 축적된 부의 불평등이 높다면 그 사회는 능력주의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문의 결말은 서글픈 대한민국의 미래 자화상이라고나 해야할까. 지금 권력게임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최고권력을 비롯한 그 주변부 인사들은 제발 이런 문제들을 직시하고 사심 버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면 좋으련만...

 

가뜩이나 극심한 취업난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청년들에게 '학문적으로 입증된' 이 수저계급론은 또 하나의 정신적 장애물로 등장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여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기를 간절히 당부하고 싶다. 그 누구와도 비교불가능할 '자기 앞의 생'을 사랑하라는 '고언(苦言)'을 드리고 싶다.  

 

좀 없이 살면 어떤가, 아직 청춘인데... 일단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진격'해 나간다는 '푸른 기상'으로 그대들 앞에 펼쳐진 삶을, 그 귀한 순간순간을 충실히 누리라는 조언도 첨부하고 싶다.

약속하고 태어난 건 아닌 이 세상이지만 어쨌거나 이 땅에 발을 디뎠으니 어떤 악조건에서라도 '이판사판 도전'해보겠다는 승부사 기질이야말로 젊은 그대들을 일으켜 세우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