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닷컴 그림.
요즘 대한민국 정치판에 번지는 ‘진박(眞朴) 고르기’ 열풍
웬만해선 정치 이슈는 쓰지 않으려하지만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하도 우스워서 언급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여의도 정가에선 친박이네 가박이네 난리도 아니다. 일찍이 이런 현상은 듣도 보도 못했다. ‘진박 고르기’열풍이 여의도 정치판을 강타하고 있다는 얘기 자체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건국 이래 최초로 탄생한 여성대통령을 두고 서로 가까이하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정치권 특히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새누리당 인사들을 보다보면 개그콘서트보다 그들의 행태가 더 웃긴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하기야 그들 입장에선 ‘생계’가 걸린 일이고 보니 제3자가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실례같기도 하다. 어쨌든 실소를 금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온라인엔 이런 우스갯소리가 떠돌고 있다. ‘아래 항목 중 5개 이상이면 당신은 가박(가짜 친박)입니다.’라고. 그 항목을 읽다보면 그야말로 배꼽을 잡는다. 만약 이런 항목을 여성대통령이 본다면 그녀는 어떤 느낌을 가질지 궁금하다.
요즘 여의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진박(眞朴)’가리기란다. ‘진박(진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 자가진단법’이라는 제목의 글은 하루 종일 종편TV들이 앞다퉈 다루고 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는 대한민국 특유의 현상으로 조만간 기네스북에 오를 것도 같다. 21세기 개명천지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 ‘친박 가박’을 따지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 오바마가 이런 얘길 들으면 막 웃을 거 같다.
진박을 가려내는 항목 중엔 이런 게 있다. ‘5·16은 쿠데타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김무성을 찍었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과 통화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등등... 재치 넘치는 20개 문장 가운데 5개 이상 해당되면 그 의원은 가짜 친박이라는 것이다. 그 문항들은 온전히 여성대통령의 심기 경호 입장에서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진박’중에 진박을 가늠하는 항목도 있다. ‘유신은 구국의 결단이다’ ‘박 대통령이 꿈에 3번 이상 나타났다’ ‘나는 진실된 사람이다’ 등이다. 아침 종편채널A에 출연했던 민주당 대변인 출신의 젊은 정치패널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꿈에 3번이나 봤는데 악몽이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엊그제 여성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말한 발언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다름 아닌 “진실된 사람만 총선에서 선택받게 해달라”는 명령성 주문이다. 그 말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거세다. 심지어 한 진보신문엔 ‘국민에 대한 언어 폭력’이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등장했다.
국민을 어렵게 안다면 그런 식의 말은 할 수 없다는 게 많은 네티즌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그런 말은 일종의 ‘대국민 갑질’이라는 신경질적인 댓글도 수두룩하다. 아닌게 아니라 대통령의 노파심(老婆心)어린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닌데도 왠지 기분을 불유쾌하게 한다.
청문회를 통해 온갖 민망한 일들이 까발려져 별로 ‘진실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듯한 장관들이 잇따라 새누리당으로선 아주 쉬운 지역이라 할 수 있는 대구 경북 같은 곳에 출마하려하는 것도 국민 눈에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박’이란 용어는 무려 20여종에 달한다고 한다. 진박 가박 이전에 원박 멀박 옹박 신박 짤박 언박 등등 언뜻 들으면 그 뜻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진기한 신조어들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복박(돌아온 친박)’ ‘곁박(곁불 쬐는 친박)’, ‘홀박(홀대받는 친박)’, ‘울박(울고 싶은 친박)’ ‘용박(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친박)’등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가히 개그 콘서트 교재용으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개그맨들은 소재고갈로 괴로워할 것 없이 이런 용어들을 자료 삼으면 될 듯싶다.
2007년 대선때 MB쪽에 붙었던 인사들이 ‘탈박’과 ‘비박’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재오 김무성 정두언 이런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이 정부 초기에 장관에 임명된 소감을 ‘가문의 영광’으로 표현했던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 문제로 여성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 그 좋다는 장관직을 물러나면서 ‘짤박(짤린 친박)’ 별명이 붙었다. 짤박 중엔 최고위원을 지냈던 이혜훈 같은 여성도 들었다.
‘김무성이 당대표가 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던 ‘老가신’ 서청원은 ‘원박(원조친박)’이라고 분류된다. 지금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원유철은 신박으로 분류된다. 유승민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을 하다가 유승민이 짤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그 자리를 이어받은 원유철은 여성대통령 마음에 쏙 드는 말만 골라하는 ‘개인기’를 보여줘 ‘신박(新朴)’ 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러닝메이트였으면 유승민이 물러날 때 ‘동반사퇴’하는 게 상도의상 옳은 일인 듯한데 태연히 원내대표 자리를 꿰찬걸 보면 남다른 탁월한 정치능력이 있는 것 같다.
건국이래 최초로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둘러싼 ‘감별 용어’가 난무하는 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여왕적 대통령의 성품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판인사들의 공통적 인식 같다. 워낙 ‘원칙’과 ‘신의’를 금과옥조로 삼고 ‘배신’이란 용어는 원수처럼 여기는 여성대통령이라서 ‘눈 밖에 나면 죽는다’는 괴담마저 여의도 정가를 휩쓸고 있다는 풍문도 떠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두언의 말마따나 "대한민국은 군정종식은 됐지만
왕정종식은 아직 안된 상태"여서 '여왕님'을 향한 그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유승민 축출’사태 이후 여권에선 모두 몸조심해야한다는 ‘월하의 공동묘지’같은 분위기가 스멀댄다고 한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 정치판의 현실이라는 게 좀 으스스하다. 그나마 비박계라는 김용태 같은 비교적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모기 소리’나마 반박의 주장이 나오는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엊그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구가 서울인 김용태는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라며 “진박-가박 (논란)이 현 실정에서 나온다는 자체가 국민들한테 너무나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여당의 현실을 비판했다고 한다. 어차피 대통령 눈밖에 난 비박(非朴)이라서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어쨌거나 진박 가박 분류한다는 자체가 여의도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는 아직 멀었다.
'온라인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저 계급론은 현실…“금수저 물고 태어나야 성공”…자수성가 힘들어지는 한국 (0) | 2015.11.20 |
---|---|
IS테러 당한 파리 꼬마의 감동 멘트···“꽃과 촛불이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 (0) | 2015.11.18 |
금자식·은자식 흙자식 '자식론' 등장-수저 계급론에 대한 반격 (0) | 2015.11.11 |
이대에서 생긴 일- 국정화 반대포스터와 대통령 방문 반대 학내 시위 (0) | 2015.11.02 |
정옥자 전 국편위원장 역사학계 90%가 좌파라 말한 김무성 대표 직접 비난 (0) | 2015.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