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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에서 생긴 일- 국정화 반대포스터와 대통령 방문 반대 학내 시위

스카이뷰2 2015. 11. 2. 13:17
 

 

이대 교정에 붙은 국정화 반대 대자보. 위대한 푸른집 령도자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다음 온라인 뉴스.
 

 

 

 

 

지난 10월 29일 이화여대생들이 '박대통령 방문'을 반대하는 극렬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은 뜻밖이었다. 이대생 하면 다른 대학교 학생들이 모두 데모해도 별로 나서지 않는 '고운 아가씨들'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말라'는 둥 이대생들 답지 않은 거친 피켓을 들고 사복입은 여경들과 몸싸움 벌이는 '말만한 여대생'들을 보며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마저 했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이대생이 데모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요 몇 년새는 볼 수 없었던 대학 교정에 사복 정복 경찰들이 우루루 몰려가 학생들을 거칠게 제압하는 장면을 보면서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예전,  1970년대 후반 유신시대나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에야 학생들을 마구 대하는 군경의 모습을 흔히 봤다. 하지만 요 몇년새 저런 뉴스는 처음 본다. 그런 만큼 충격이 크다.

 

 '민주화'이후엔 한동안 대학교정에서 학생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사복들의 '폭거'는 별로 본 기억이 없었다. 게다가 요즘 학생들은 취업난에 시달려 데모 같은 건 아예 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런 데모 장면은 거의 사라졌었다. 그런데 이대생들이 저런 시위를 했다는 건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만큼 요즘 대학생들은 현 정치상황에 대해 불안해 하고 불만이 가득하다는 얘기일 거다. 왜 아니겠는가.

비싼 등록금 내고 4년제 명문대학을 나와봤자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대생하면 대한민국 최고 명문여대를 다니는 유복한 여학생들이라는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대학들어갈 나이에 있는 여학생들은 그 여대생들을 선망하거나 질시하거나 두 종류로 나뉘었었다. 딸가진 부모들도 마찬가지여서 우리 딸도 이대에 보내야지 하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안 했다면 좀 이상하다 할 정도로 이대는 '명문가로 시집 가기 쉬운' 상류사회 집안이 선호하는 명문여대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물론 요즘에야 워낙 취업도 안되고 결혼도 하기 어려운 시대여서 그런 '시집 잘간다는 쉬운생각들'은 많이 퇴색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화여대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명문여대로 요즘은 중국에서까지 그 화려한 명성이 자자하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는 중이었다.  

 

그래서 중국에서 놀러온 유커들중 여성들은 나이불문하고 이화여대 교정에서 이대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어야 시집 잘가거나 딸을 시집 잘 보낸다는 괴소문마저 돌아 요즘 이대에는 이대생보다 중국아가씨나 아줌마들이 훨씬 많다는 얘기도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다. 중국관광객들을 실은 여행사버스가 이대교정엔 늘 가득하다는 얘기들도 떠돈다.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그런 이대에서 그 '고운 이대생들'이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이 이대를 방문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는 건 뜻밖이다. 게다가 연대와 고대 교정을 장식했던 국정화 반대 대자보 보다 훨씬 더 수위가 높은 '反 국정화 문구와 그림'이 그려진 북한식 포스터가 이대생들에 의해 제작돼 학교 교정 여기저기 나붙었다는 뉴스 또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 대자보는 포스터 형식으로 “친일미화”, “모두다 국정교과서에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하단에는 ‘1972’,‘력사전쟁’, ‘빠더최고’, ‘반신반인’, ‘최고존엄’ 등의 단어가 쓰여있다. 이런 이대 대자보는 며칠 전 보도된 북한 말투식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대자보와  맥을 같이하는 걸로 보인다. 대자보 하단엔 “위대한 푸른집 령도자를 흠모하는 리화 녀벗들 올림”이라는 문구로 여대생다운 재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솜씨도 제법이다.

 

여성 대통령 입장에서는 암살당하기 직전 "부르터스 너마저"를 외쳤던 시저처럼  "이대생 너희들마저"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섭섭했을 지도 모르겠다. 무슨 여성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처럼 최고 명문여대라는 이대를  방문했던 여성대통령은 이대생들의 극렬 시위 탓에 행사장에 10분 늦게 후문으로 들어갔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쫓기듯이 후문으로 나와 청와대로 갔다는 종편 보도는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여성대통령으로선 다른 곳도 아닌 이대에서 열린 여성단체 행사에서 어린 이대생들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에 아마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반면 이대생들은 '왕년의 멋이나 부리던' 그 이대생들이 아니라는 '결기'를 보여줬다는 자부심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놈의 국정화'탓에

여성대통령이나 여대생들이나 서로가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대생들의 대통령 반대 시위는 가뜩이나 '소통이 안된다'는 평을 듣고 있는 대통령에게 씁쓸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