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에서 짤린 황상민(다음 경향신문 사진)
'섬세한 여성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자주해왔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이 학교측으로부터 짤렸다. 연세대 대학본부와 문과대학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지난해 말 황 교수를 교원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지난달 29일 해임 조치했고 이 징계 결과는 지난 1일 당사자에게 통지했다는 것이다.
해임 사유는 황교수가 그의 부인이 설립한 연구소의 연구 이사로 재직하면서 연구비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외부 겸직 위반’ 사유를 적용해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징계위원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황 교수의 소명을 들은 뒤 해임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한다.
졸지에 '실직자'가 된 55세 중년 남자 황상민은 오늘 한 신문과의 통화에서 “연구소에서 2004년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 명목상 연구이사로 있었다”며 “2014년에 안식년을 맞아 연구소에서 연구비를 받아 연구 활동을 했는데 대학본부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구실적 및 학생지도 태만 등을 들어 징계 시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소명을 들은 뒤, 또 다시 겸직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재차 소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년부터 황상민을 내쫓으려던 학교측의 시도가 있었다는 얘기다. 학교내부 사정은 잘 알 수 없지만 비교적 '신분 보장'이 잘 된다는 대학교수의 해임사유 치고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있는 것 같다.
황상민은 “(징계 조치를 담당했던) 대학본부 관계자들이 징계 의결 직후인 2월 초 모두 인사 이동돼 현재 나로선 징계에 대해 항변할 대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법적 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는 조만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쩄거나 '대세'는 기운 것 같다. 학교측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일단은 짤린 것이다.
황상민으로선 자신이 별안간 짤린게 다소 황당하겠지만 적잖은 네티즌들은 황상민이 아무래도 학교에서 쫓겨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벌써부터 해왔었다. 지난 대선 무렵부터 황상민은 지상파 종편 등에 종횡무진으로 출연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을 눈치보지 않고 원없이 해댔었다.
그는 2012년 한 종편TV 방송에 출연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가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박 후보는)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건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지상파 TV의 토론 프로에서는 박 후보의 판단력이 워낙 '바텀(bottom)'이라고 말하는 등 '예민한 여성후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발설해 화제를 모았다.
황상민의 전격해임이 이런 '일관된 대통령 때리기 발언들' 탓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지금 다음 댓글난에는 황상민이 '보복 해임'을 당한 거라는 네티즌들의 주장들이 1천 개 넘게 계속 올라오고 있다. 글쎄다. 요새가 20세기 말 유신시대도 아니고 21세기 민주 공화국 시절인데 그런 '치졸한 보복극'이 벌어진다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황상민의 그간 발언이 워낙 유별난 스타일이다보니 '괘씸죄'에 걸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래 글은 2013년 11월 25일 우리 블로그에 올린 겁니다.
황상민 " 박근혜 대통령, 우리 국민이 여왕을 선출한 것”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황금마차를 탄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다음자료사진)
지난 대선때 "박근혜후보는 생식기만 여성이다"라는 발언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이 이번엔 박대통령의 심기를 또 뒤집어 놓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황교수는 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리 국민이 여왕을 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이 들으면 몹시 언짢아할 말 같다. 요즘 박대통령을 둘러싸고 왜 이렇게 '극언' 혹은 '망언'들이 난무하는 지 모르겠다.
황 교수는 2013년11월 23일자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심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한(恨)”이다. 그분 인터뷰를 하고 내가 첫번째 받은 인상은 ‘촛불을 앞에 둔 무녀(巫女)’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어딘지 으스스한 분위기가 발언 속에 녹아 있는 듯하다.
그렇잖아도 예전 '의원 시절' 박대통령을 보면 얼굴에 항상 수심이 가득해 보였는데 심리학자는 그런 대통령의 표정을 그런 식으로 말했나보다. 좀 멋을 부린 표현이라고나 할까. 하기야 어떤 '反박근혜'인사는 "박근혜에겐 미망인의 아우라가 너울거린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 걸 보면 박대통령의 얼굴엔 누가 봐도 보이는 수심의 그림자가 늘 서려 있었던 것 같다.
황상민은 이런 말도 했다.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인물. 이럴 때 그분은 여왕이 될 수도 있고, 바리공주가 될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되느냐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겠구나 생각했다”며 “결국 그분은 여왕이 되셨다. 오리지널 (영국) 여왕과 같이 마차에 오르는 것으로 명실상부하게 그 세리머니가 완성되었다. 이게 다 우리 국민의 선택이다.”
그는 “내가 박 대통령을 1998년부터 시작해 3년 간격으로 분석했는데 대중이 생각하는 그분의 이미지는, 처음엔 ‘귀한 집 여식’이었다가 ‘공주’가 됐다가 ‘에비타’까지 갔고, 그러다 마침내 ‘여왕’이 됐다”며 “20대 젊은 세대에게도 박 대통령은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높은 수준의 공주님이고, 여왕님”이라고 했다. 어쩌면 이런 분석은 비단 심리학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황교수가 지적한대로 별 생각없이 '외관'만 따지는 성향이 있는 20대 젊은이들에겐 박근혜 대통령 모델은 하나의 신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황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이렇게 꼬집었다. “요즘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분의 심리적 속성상 처음부터 예견되던 일이다. 군주제에 무슨 인사가 있겠나? 왕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여서, 신하로 남든지 남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뿐이지. 우리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은, 근본부터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좀 극단적으로 비꼬는 듯한 발언이긴 하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 실책'을 곰곰 살펴보면 황상민의 그런 지적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황상민은 자신은 여당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밝히면서도 박대통령에 대해선 '학자' 중에선 가장 직설적 화법으로 대통령의 '심기'를 뒤집어 놓고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예전 어떤 재벌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천한 것들, 저 머슴들이 뭘 알겠어?’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멘탈을 최고로 뚜렷하게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신 것이다. 그 다음부터 그분이 할 일은 ‘코스프레’뿐이다. 아주 우아한 코스프레”라고 꼬집었다.
황상민은 “엠비(MB)는 하나님이라도 팔았지만, 엠비 다음엔 아예 여왕님을 모시게 되었다. 난 그래서 우리가 대통령을 탓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땐 인간 박근혜로 존재했는데 그를 유력한 지도자, 대통령으로 만든 건 우리다. 그 탓을 왜 남에게 돌리나”라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해 “생식기만 여성”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해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는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일이다. 우리가 얘기하는 젠더, 성(性)의 문제는 생식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데, ‘생식기만 여자다’로 언론이 호도하고, 거기 국민이 속아 넘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아,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은 속는 일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한 달 반 뒤 대선에서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10월 31일 한 종편 TV에 출연한 새누리당의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게 태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할”이라고 말한 뒤 사회자가 “(박 후보가)그래도 여성성을 갖고 있죠?”라고 묻자 “그거는 생식기의 문제지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한 거(는 아니지 않으냐)”라고 말해 크게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박 후보 측 공보단장 이정현은 “황 교수 발언은 도저히 입으로 옮기지 못할 만큼 충격적”이라며 ‘언어테러’라고 강력 반발했었다. 그 이후 종편방송을 비롯한 각 방송 출연을 '자제'해온 황교수는 여전히 박대통령에 대해선 이제까지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예리한 분석'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그가 또 어떤 발언으로 화제를 모을지 사뭇 궁금하다. 물론 박대통령은 황상민이라는 존재에 대해선 몹시 못마땅해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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