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홍용표는 12일에 이어 14일 오전 KBS TV에 나와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된 자금이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의혹과 관련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정부는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리를 듣자마자 귀를 의심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 같다. 지금 거의 '준전시 상태'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저런식으로 말한다는 건 꽤나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 장관은 그 프로에서“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면 당의 서기실 또는 39호실로 이관하고, 그 돈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파악된 바에 의하면 개성공단에서 지급된 달러의 70% 정도가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쓰여지고 있는게 확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번에 야당에선 "정부는 알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자금줄 노릇을 해왔나"라는 비난을 퍼부을 것이고 적잖은 국민들도 혀를 찰 일이 아닌가 말이다.
홍용표는 한 술 더떠서 이런 말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최근의 연속된 도발과 행태들은 오히려 (개성공단이) 평화를 파괴하고 남북관계에 어려움을 주는, 우리 국민에게 불안을 주는 그러한 장소가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며 거듭 개성공단 유입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된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걸 강조한 거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면서 재차 강조까지 한 건 그의 발언이 우연한 실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통일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저자거리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보다도 못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당 자료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했을 것"이라면서 "여러가지 갖고 있는 정보사항과 이런 것들을 말씀드린 것이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나중에 검토, 조치하겠다"며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자 이쯤 되면 개그 콘서트의 텍스트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생각 없이 막 말하다보니 엎지른 물처럼 담지도 못하는 꼴이다.
홍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 위반을 시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핵개발에 전용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2013년 유엔에 보고했고, 2014년과 2015년 유엔 제재위원회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핵개발 자금 전용 자료가 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유엔 결의를 위반했고 허위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미”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장관은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