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100억 수임료 사건 변호사 최유정과 의뢰인 정운호의 악연

스카이뷰2 2016. 5. 13. 15:16

  

   의뢰인  정운호         최유정 최유정                                              

                     

                                                                                               


                                  

                                                                                     

                                  




지금 대한민국을 한창 시끄럽게 하고 있는 100억원 거액 수임료를 둘러싼 '정운호 법조비리 의혹'사건을 보면 미국 작가 존 그리샴의 흥미진진한 법정 소설보다 더 재밌고 어이가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역시 돈이었다. 이번 사건은 크게 두개의 기둥 줄거리로 구성된다. 남대문 노점상에서 자수성가해 일약 화장품회사 회장까지 오른 51세 남자가 해외도박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면서 벌어진 기막힌 '법창 야화'가 기본 스토리다.   


또 하나의 스토리는 의뢰인에게 100억원이라는 기상천외한 수임료를 요구한 46세 여성 변호사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성장한 지방 출신 한 소녀가 서울법대 졸업후 그 어렵다는 사시에 패스하고 지방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낸  한편의 '성공스토리'는 눈물겹다. 여기까지였으면 그냥 그저그런 평범한 성공스토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사정으로 '돈'이 필요해진 여성이 부장판사직을 내려 놓고 불과 2년만에 그 자신이 푸른 수의를 입게된 사연이 백미다. 이런 스토리로 소설을 쓰면 너무 꾸며 썼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신분이 추락하는 이야기는 카뮈의 소설 '전락'을 떠올리게 한다. 피고인들의 형량을 결정하는 막강한 위치에서 하루 아침에 수의를 입고 그 자신이 법정에 서게된 여성 부장판사 스토리는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건국 이래 최초의 사건인 것 같다.  


더구나  그 여성 변호사는  부장판사 중에서도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엘리트였다고 한다. 1970년생으로 93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년 뒤 95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기)에 합격했다. 1998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2013년 부장판사에 올랐고, 2014년 2월까지 재직하다 돌연 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여기까지는 승승장구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법관 생활을 마친 뒤 대형 로펌에 들어가면서 운명이 서서히 바뀌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6~7개월 만에 보수 문제 등으로 나왔고, 같은 해 12월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앞에 개인사무실을 차렸다. '전관예우'덕분인지 브로커덕분인지 운 덕분인지 몰라도 그녀는 '잘하는 변호사'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능력 뿐만 아니라 글재주도 남달랐다고 한다 . 2007년 대법원이 발간, 월간지가 선정하는 문예상 대상을 수상했고  법조 전문지에 칼럼도 기고하며 '문학 판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감수성의 소유자라면 지금쯤 자신에게 닥친 이 불행한 상황에 대해 남다른 사유를 할 법도 하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을 체포하러온 경찰관의 얼굴을 할퀴고 팔을 물어뜯으며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등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마 대부분의 상식인들 사이에선 금시초문일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변호사는 구치소 여자 독방에 수감됐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인물일 경우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있으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어 혼자 방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잘나가던 변호사가 한순간에 구치소 독방 신세를 지게 된 상황은 너무도 극적이다. 하지만 최변호사는 "보석·집행유예를  약속하고 수임료를 받은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답게 그녀는 스스로의 '변호인'이 된 것이다. 요즘 유행어로 '셀프 변호사'가 됐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에선 우리네 일반인들에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대문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맨주먹 20대 청년이 자수성가해 화장품 회사로 떼돈을 벌어 수천억원의 자산가가 되었다는 건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같은데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스토리다. 그 회사 화장품은 웬만한 젊은 여성들은 한번쯤은 썼을 정도로 '저가 화장품'시장에선 최고의 인기였다.


'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탓인지 해외원정 도박으로 1백억원의 거액을 탕진한 회장은 감옥살이만은 피하고 싶어서였는지 '최고의 변호사'를 구했고 '전관예우' 파워로 보석이나 집유를 잘 따낸다는 소문이 난 여성변호사 최유정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됐다. 정운호 최유정의 악연의 시작이었다. 정운호는여동생을 시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두 장을 갔다줘라'했고, '순진한' 여동생은 2억원을 가지고 갔다가 여변호사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놀란 여동생은 수감중인 오빠에게 다시 갔더니 오빠도 벼락같이 화를 내면서 0하나를 더 붙인 액수를 갖다줘라 했다. 그게 바로 20억원이었고 그후 성공보수를 30억원 더 요구한 변호사에게 회장 가족들은 그 거액을 더 줬다. 변호사는 그 어마어마한 돈을 받고서는 어른 손바닥 절반크기의 포스트잇에 30억원을 받았다는 수령증을 써줬다는 얘기도 보도됐다. 1억원짜리 수표 50장이었다니 참 대단한 현금 동원력이다.


거의 믿거나말거나 수준의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의뢰인 정운호는 자신이 풀려나오지 못하자 접견온 변호사 최유정을 '폭행'했고 그녀가 의뢰인을 고소함으로써 이번 '정운호 법정비리 의혹'사건이 세상에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여변호사가 의뢰인을 고소하지만 않았더라도 '100억원 수임료 사건'은 그대로 묻혔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얘기다. 여변호사의 자충수였다고나 할까...


이번 거액 수임료 사건보도를 보면서 적잖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엄청난 '신세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을 것이다. 수임료 '두 장'이 2백만원도 2천만원도 2억원도 아닌 20억원이라는 대목에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그런 엄청난 수임료를 챙겼다면 서울이나 대도시 부장판사 출신들은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수임료를 받았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이러니 법조계에서 떠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거의 사실일거라는 '심증'이 더 확실해졌다. '돈'으로 형량을 낮추고 '돈'으로 감방살이를 피할 수 있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대한민국을 망하게 만드는 '검은 세계'의 존재에 대한 각성을 던져준 계기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