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추석선물 못 받은 조응천
박근혜 대통령 추석선물 조응천은 못 받았다-배송취소했다는 청와대의 궁색한 변명
오늘 아침 온라인 뉴스 서핑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국회의원에게 추석선물을 보냈는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더민주 의원 조응천에게는 보내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요즘 유행어로 박대통령은 '뒤끝 작렬한 성격'임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뉴스였다. 물론 박대통령이 '조응천에겐 선물 보내지 마세요'라고 직접 말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윗전'의 심기를 살피는 '아랫사람들'로선 꼭 '말씀을 안하셨어도 알아서 기었다'고 볼 수 있겠다.
보통사람인 나로선 청와대의 그런 처사가 쉽게 이해되질 않는다. 대통령 씩이나 되신 분이 그렇게 '표나게'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티'를 내셨다는 그런 분위기 자체가 좀 안쓰럽다. 얼마나 조응천이 미웠으면 그랬을까하는 측은지심마저 들 정도다. 사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는 그 어마어마한 위상을 감안해볼 때 청와대의 이번 처사는 옹졸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올 추석선물을 300명 국회의원 중 오직 한 명만 제외하고 보냈다는 건 좀처럼 믿기 어려운 뉴스다. 일찍이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엔 그런 일도 일어나나보다. 하기야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 이 세상에서 그런 일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서도 그런 식의 '협량한 태도'는 '최고 권부'인 대한민국 청와대로선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측은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각 의원실로 추석 선물을 발송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보낸 이번 선물 메뉴에는 경북 경산대추와 경기 여주햅쌀, 전남 장흥육포 등이 들어있다. 하지만 조응천 의원실엔 8일 현재까지 선물이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아무래도 '배달사고'는 아닌 듯 싶다. '의도된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다.
선물을 받지 못한 조응천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선물도 못 받았는데 여러분들이 후원금 좀 보태주이소”라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자신의 후원 계좌도 공개했다는 조응천의 태도도 그렇게 '신사'답지는 못한 듯하다. 이럴 때는 그냥 '묵언수행'의 자세를 보이는 게 좋을 듯 한데 말이다.
아직은 '청년기운이 남아있을 법한 55세 조응천으로선 '대통령 선물 리스트'에서 자신이 제외된 게 사실 그리 유쾌하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대통령측 입장에서야 '배신자' 조응천은 거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에 선물따윈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게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차별'을 한다는 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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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인 조응천은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씨가 젊은 시절 마약복용으로 방황하던 시절 '담당검사'로 인연을 맺은 후 20년 가까이 '우정'을 나눠온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밤의 비서실장'으로 알려졌던 정윤회의 국정 개입 논란과 관련된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핵심 인물로 매스컴을 탔다.
조응천은 정윤회와 관련한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지만씨 측에 건넨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위반)로 기소됐었지만 지난 4월 재판부는 “유출된 문건은 복사본, 추가본이며 대통령 기록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조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이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을 조응천은 문재인의 '영입인사 1호'로 더민주에 전격입당한 이후 지난 번 총선때 남양주 어디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됨으로써 대통령의 울화를 더 돋우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선 '천하의 배신자'인 조응천이 무죄받고 국회의원뱃지까지 달게 됐으니 그녀로선 예삿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작년 여름 '배신자'로 국민심판을 요청했던 유승민이 지난 총선때 무소속으로 의원뱃지를 달고 급기야는 다시 새누리당으로 들어온 것 만큼 조응천의 '화려한 변신'은 대통령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선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실수'로 뺐는지 아니면 '누구'의 지시를 받고 '명령'대로 조응천에게만 선물을 안 보냈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300명 국회의원중 유독 조응천 만 선물이 도착되지 않았다고 매스컴에 보도되었다는 건 누가봐도 '일부러 안보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좀 치사스러운 기운마저 느껴진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에서 말이다...
어쨌거나 '민족 화합'을 부르짖는 대통령에게 이번 선물 누락 사태는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 풍경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PS: '조응천 선물 누락'에 대해 청와대는 8일 이런 '변명'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만 추석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는 보도와 관련 일부 배달이 늦어진 것인데, 조 의원이 자신에게만 대통령 선물이 배달되지 않은 것처럼 공론화해 배달을 취소시켰다"
그러니까 요점은 어쨌거나 조응천의 방자한 언행이 괘씸해 '배달가고 있던 선물'을 무슨 '위화도 회군'처럼 되돌렸다는 얘긴데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네티즌들의 조롱섞인 댓글들이 인터넷 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상 참 좁다. 이젠 실시간으로 '청와대의 변명같지 않은 변명'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이 머나먼 타국에서 그 '좁은 어깨'로 대한민국 안녕을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마당에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보좌진들이 몇 만원도 안되는 추석선물로 비판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는 건 그 자체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프로 중의 프로'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 청와대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째 하는 일마다 조마조마 아슬아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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