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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핸드백 사용법

스카이뷰2 2016. 10. 5. 17:25



                                                부군 에딘버러공과 함께.(다음뉴스사진)

                                            깜장백을 함께 든 여왕과 멕시코의 영부인.(로이터사진)

                                     핸드백을 왼쪽 팔에 걸친 모습에서 여왕의 편안한 심기를 알수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여왕의 핸드백 사용법


 

온라인 국제뉴스판에 아주 귀여운(?) 보도가 하나 실렸다. 주인공의 직위나 연세를 헤아린다면 ‘귀여운’이라는 형용사는 무엄하기 그지없지만 기사를 보는 순간 그런 느낌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다.

화제의 기사는 바로 21세기 현존하는 국왕 중 최장수재임기록을 갱신 중인 영국의 엘리자베스2세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공식 석상에선 늘 단아한 핸드백을 왼쪽 팔에 걸거나 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왕마마의 핸드백 사용법’에 관한 것이다.

 

여왕은 공식석상에서 핸드백을 이용해 개인 비서에게 신호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핀란드 일간지 헬싱긴사노맛이 인터넷 판에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귀족출신 언론인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감히 묻지 못하지만 여왕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이라는 책을 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여왕과 비서가 주고받는 은밀한 ‘핸드백 암호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독일인 저자가 ‘감히 묻지 못하지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여왕마마의 ‘입지’는 국경을 초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는 여왕이 핸드백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5분 내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뜻이며, 가방을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면 "다른 곳으로 갈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여왕이 핸드백을 의자 왼쪽 바닥에 놓는다면 "나를 구해달라"는 긴급 SOS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쎄 어떤 경우에 여왕이 SOS를 보낼 지 꽤 궁금하다. 어느 누가 감히 여왕마마를 ‘위기상황’으로 내몰 수 있을까?

 

아무래도 여왕을 알현하러 온 사람들 중에 눈치 없게 여왕마마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마구 해대는 ‘언론인 부류’가 아닐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하의 여왕마마’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직업 군(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아마 이런 ‘SOS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반면 여왕이 가방을 왼 손에 들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위에 실은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여왕은 늘 ‘왼쪽’손에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다. 아마 오른 손으로 악수를 해야 하기에 그럴지 모르겠다. 혹은 여왕은 왼손잡이가 아닐까?  


어쨌든 여왕의 핸드백은 여왕의 심기를 헤아려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여왕은 핸드백 속에 어떤 소지품을 지니고 다닐까?  저자에 따르면 핸드백 속에는 자녀에게서 선물 받은 행운의 마스코트, 자녀들의 사진, 민트향 사탕, 애완견 과자, 거울, 달력, 크로스 워드 퍼즐, 만년필과 돋보기안경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민트향 사탕, 돋보기안경, 애완견 과자에서 여왕 역시 여염집 할머니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생활용품’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대체로 할머니들은 길에서 만난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주기위해선지 핸드백에 껌이나 사탕 같은 ‘주전부리’를 넣고 다니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크로스워드 퍼즐은 왜 갖고 다니시는 걸까?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일텐데... 여왕에게 지루한 시간이 있을까? 하기야 요샌 여왕마마가 막내딸벌인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수시로 전화한다는 외신보도를 보면 의외로 여왕마마는 심심한 시간이 많을 지도 모르겠다. 


독일 귀족출신이라는 저자가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까지 영국 왕실의 3대 궁금증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람이 궁금해 했던 여왕마마의 핸드백 속 소지품 목록이 자세히 밝혀지게 된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여왕이 들고 있는 핸드백들은 ‘감히 물어보진 못했지만’ 영국제일 게 분명하다. 검소하기로 소문난 여왕이 비싼 ‘해외 명품 핸드백’을 들 것 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여왕의 핸드백은 ‘순수국산’일 것이라고 추정해 본 것이다.

 

몇 년 전 본 영화  ‘더 퀸’에서 영국여배우 헬렌 미렌이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 2세의 검박한 생활 모습은 퍽 감동적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여왕은 왕위계승 1순위의 공주신분이었지만 군수품 트럭운전 정비사로 군업무에 종사했던 경력이 있다. 그만큼 여왕에게서 ‘애국심’은 거의 ‘본업’인 셈이다.

 

영화에서 여왕이 ‘마이 피플(my people)’이라고 칭하는 자국 국민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보여주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정치 일선에 나타나진 않지만 ‘정신적 지주’인 여왕의 존재감은 대단해 보였다.

총리에 당선되면 맨 먼저 ‘인사드리러’가는 곳이 바로 여왕이 사시는 ‘버킹엄 궁’이다.

 

이런 관례는 '천황'이 존재하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황궁에 인사하러간 고이즈미총리나 아베 총리가 천황에게 95도 각도로 인사하던 사진이 떠오른다. 일본인들의 천황가에 대한 극진한 예우는 아마 영국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버킹엄궁에서 총리부부는 여왕을 알현하기 전 ‘궁중 법도’에 대한 상세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인사하는 각도와 악수하는 법 여왕에게  인사하고 나올 때는 절대로 등을 돌려선 안 된다는 둥 '알현예법'을  코치하는 왕실시종의 모습에서 우리네 조선왕조 왕실법도가 떠오르기도 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중세의 기사들처럼 여왕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충성서약’을 바치던 장면에서 여왕의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무리 ‘상징적 존재’라해도 여왕은 ‘국가의 최고 어른’으로서의 권위와 위용을 갖추고 나랏일에 암묵적으로 관여하는 것 같았다.  
 

여왕이 갓 ‘등극’했을 때 처음 인사하러 온 총리가 그 유명한 처칠이었다. 여왕은 그를 회상하면서 “나를 가르치려 들었지”라고 말한다. 부왕의 급서로 비록 26세 어린나이에 여왕이 되었지만 ‘my people’ 주제에 어딜 감히 누굴 가르치려 드는가라는 지극한 자존감이 배어나는 말투였다. 그만큼 여왕마마는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1952년 26세때 왕위에 오른 후 어언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올해 90세가 된 여왕마마의 ‘핸드백 사용법’을 보면서 아직 ‘숙녀의 멋’을 잃지 않은 멋쟁이 여왕할머니가 ‘귀엽게’ 느껴진다.(무엄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