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朴美靜 편집위원
헤어커트 팁 마저 하얀 봉투에 넣어서...
재벌딸들 다니는 청담동 미용실 요지경 이야기
삼성·현대·LG가(家) 등 국내 최고 재벌가 여성들이 알음알음으로 찾는다는 서울 청담동의 한 미용실 남자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다. 사실 평범한 시민들이야 이런 재벌가 스토리는 TV드라마에서나 보는 것이어서 재벌들의 ‘실제 생활상황’에 대해선 알기도 어렵고, 또 별로 궁금한 사안도 아니다. 그래도 은근히 그런 돈 많은 사람들은 이럴 때 얼마나 쓸까 하는 ‘속물적 관심’은 젊은이들 사이에선 꽤 높을 수도 있다.
현재 서울의 동네 미용실은 커트 비용이 싼 곳은 1회 1만5천 원 안팎, 동네에서도 소위 ‘브랜드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3만원~4만 원 정도 한다. 서울 강남 같은 곳의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미용실은 이보다 좀 더 비싸겠지만 그래도 커트 한 번 하는데 수십 만원 한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신문에 난 청담동의 그 미용실에선 커트 한 번 하는데 20만원, 파마하는데 30만원이라고 한다.
40대 중반인 이 미용실 원장의 휴대전화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ㆍ재계 VVIP 300여명의 개인번호가 저장돼 있다고 한다.
특히 '스타일 아이콘'으로 불리는 모 그룹 장·차녀, 모 엔터테인먼트회사 회장 등 최상류층 고객이 단골이라는 것이다. “‘스타일 아이콘’으로 불리는 모 그룹 장·차녀”라는 대목에서 웃음이 나온다. 알만한 사
람이야 다 눈치 챘겠지만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의 따님들 아니겠는가. 그렇잖아도 이부진 이서현 이 자매들의 공식석상 차림새나 머리 모양은 항상 매스컴의 관심을 받아서 일반인들도 그들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의 세련된 맵시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금세 ‘아무개 따라하기’식으로 유행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려온다. 책방에 가면 '이부진 스타일'이라는 책도 나와 있다. 그만큼 그 자매들이 쟁이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녀들이 청담동의 어느 미용실에 가서 한번에 20만원의 커트 비용을 지불하고 머리를 한다는 ‘디테일한 뉴스’는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아침신문에는 그녀들이 단골로 다니는 이 미용실 원장의 ‘육성’이 상당히 리얼하게 소개됐다.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 미용실 원장은 프라이드가 너무 넘쳐서 ‘고객’을 조금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는 부류 같다. 기분이 불쾌해지는 ‘발언들’을 좀 하는 걸로 봐선 ‘기본 예의’가 별로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국내 최고재벌가 여성들이나 회장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들과 덩달아 눈이 높아져서 그러나보다. 말하는 품새에 자만심이 가득 뱄다. 충남부여에서 맨손으로 올라와 20여년만에 자수성가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기사에 따르면 이 남성원장은 재벌가 ‘따님들이나 안방마님들’에 대해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삼성이나 현대나 LG家의 여성들인지도 모르고 상대했다는 걸 무용담처럼 말한다. 몇 해 전 머리를 자르고 현금 30만원이 든 하얀 봉투를 놔두고 간 '중년 사모님'도 있었단다. 돌려주려고 전화해 보고서야 그가 엄청난 재벌가 안주인인 걸 알았다고 한다.
글쎄 엄청난 재벌가 안주인이라면 삼성 정도일 텐데... 미용실 와서 커트비용을 봉투에 넣어 팁을 10만원이나 얹어줬다는 건 우리네 평민들 입장에선 그저 놀랍기만 한다. 하기야 재산이 수 조원 정도의 부잣집 마나님에게 30만원이야 별 거 아닐 수도 있다.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낙선한 힐러리 클린턴도 헤어커트와부대비용으로 4백달러나 썼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팁으로 받은 돈을 돌려주려고 전화했다는 미용실 남성원장의 얘기는 어쩐지 좀 산뜻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뭐 다 자기 스타일대로 사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찾아간 기자가 커트 비용이 20만원이면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묻자 ‘외국에 비하면 싸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목도 영 우습다. 왜 커트비용을 비싼 외국과 비교하는가.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커트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단순 커트비가 수십만원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그 유명한 삼성家 회장 사모님이나 따님들이 커트 한 번 하고 20만원에 팁으로 플러스 알파를 준다는 건 ‘사소한 뉴스’이지만 일반인에겐 ‘신기한 별천지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원장은 후배들에게 손님한테 과도하게 90도로 인사하지 말라는 ‘손님 응대 매뉴얼’도 가르친다고 한다. 미용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기술직'이라는 게 신조여서 커피 같은 걸 대접하는 미용 외 서비스는 기술 부족한 미용사들이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아주 이상한 ‘기술자 곤조(根性)’가 있는 듯 보인다. 친절하게 하는 게 실력없는 걸 뜻한다는 얘긴 금시초문이다.
그 미용실을 가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어떤 분위기인지 알겠다. 국내 최고재벌가 영양(令孃)들과 사모님들이 드나든다는 그 미용실엔 되지못한 ‘오만한 공기’가 넘실댈 것 같다. 그런 곳은 우리 일반 시민들이야 갈 일도 없지만 가고 싶지도 않다. 머리한번 자르는데 무슨 20만원씩이나 준단 말인가!
*PS :요즘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커트 비용을 더 받을 거라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3년 전쯤 20만원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재벌가 사모님들이야 그런 건 별 신경을 한 쓸 '푼돈'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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