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일본 영화 굿' 바이: Good &Bye

스카이뷰2 2017. 8. 4. 13:40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81회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부문에서 수상한 <굿’바이>의 일본 원제는 ‘おく



りび(보내는 사람)’이다. '죽은이들의 마지막 얼굴'을 세심하게 화장해주고 시신을 말끔히 정리해주



 '납관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갖게 된 핸썸한 첼리스트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도쿄의  한 교향악단의 첼로 연주자 코바야시 다이고는 1억 8천만원이나 하는 첼로를 은행대출까지 받아


입하지만 악단의 전격적인 해산으로 졸지에 실직자가 되고 만다.



‘직장 찾기’가 급선무인 다이고는 생각 끝에 아내에게 고향 야마가타로 내려가 살 것을 제안합니다. 고향


에는 부모가 남긴 허름한 집이 한 채 있다. 딱히 할 일이 없던 다이고는 지역신문에 실린 광고에 눈이 번쩍


 뜨인다.

.



‘나이, 경력 무관· 고수익 보장’. NK에이전시라는 매력적인 이름의 회사에서 낸 구인광고였다.


더구나 ‘여행을 도와줄 사람을 구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던 그의 ‘여행 정


서’에  불을 댕긴다.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아내 미카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공수표가 될 뻔했


약속을 실행할 날이 바야흐로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역시 고향으로 내려오길 잘 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얘기다. 삭막한 도쿄에서 졸


지에 버림받았던 것 같아 꺼림칙했던 기분도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다.



한달음에 NK회사로 달려간 다이고는 허름한 ‘회사 모습’에 다소 실망했지만 풍채 좋은 사장의 즉석채용에


감격한다. 하지만 사장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다이고는 대경실색하고만다.


NK라는 그럴싸한 영문 이니셜은 바로 납관(納棺)의 약자였다. ‘여행’은 다름 아닌 저승에로의 여행을


뜻했다. 죽은이의 몸을 깨끗이 닦아주고, 수의를 입히고, 얼굴에 고운 화장을 해준 뒤 관에 넣는 일


을 하는  ‘납관사(納棺師)’라는 새로운 직업의 세계가 실직자 다이고 앞에 펼쳐진 것이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해준다는 건 그가 누구이든 아름답고도 슬픈 일이다. 어쩌면 숭고한 직업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일은 ‘3D업종’으로 치듯, 일본에서도 친구나 심지어 아내마저도 그


런 직업은 아주 천하고 불결한 일로 치부하는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며 고인에게 따스한 애정을 갖고 배웅하는 일’의 아름다움을 NK사장은 침을 튀겨가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게다가 ‘두툼한 현찰’을 넌지시 손에 쥐어주는데 그걸 뿌리치기는 커녕, 오


히려 빨리 이 ‘자랑스런 현찰’을 아내에게 갖다 주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마저 느끼며 다이고는 얼떨결에



납관 회사 의 첫 ‘공채사원’이 된다. 물론 아내에겐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론 밝히지 못한 채 비밀스럽


게 일을 시작한다.



자! 이렇게 해서 도쿄의 멋쟁이 첼리스트 코바야시 다이고는 납관사라는 낯선 직업을 ‘생업’으로 삼고 사


장이자 스승인 이쿠에이의 뒤를 부지런히 좇아다니며 쉽지 않은 ‘납관사의 기법’을 배워나간다.


영화 전편을 장식하는 첼로의 ‘철학적인 선율’은 인간의 숙명인 ‘죽음’의 다양한 모습과 그 뒤치다꺼리를


헌신적으로 해나가는 납관사의 모습과 어우러져 아주 멋진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들에게 조차 시신의 알몸은 보이지 않게 하려는 납관사의 엽렵한 손놀림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도달


듯 보인다. 갓난아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시신에게 수의를 입히고 아주 정성껏 화장을 해, 살아있는 사


람의 얼굴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솜씨는 ‘연기’를 떠나 실제 상황인 듯한 착각


마저 느끼게 한다.


 


‘장인(匠人)의 경지’에 다다른 그들의 솜씨에 아내를 맡긴 한 남자는 “이제껏 본 아내의 얼굴 중 가장 아름


웠습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리며 사의를 표한다. ‘마지막 가는 길’인데 아내의 얼굴을 그토록 예쁘게 해


주다니 그 남편은 다소나마 슬픔을 달랠 수 있었을 것이다.


 


NK사의 사장으로 나오는 대인풍의 야마자키 츠토무라는  70대후반의 노배우와 


주인공 다이고역을 맡은 가수출신의 40대 남자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의 탁월한 연기는 직접 그 영화를 봐


만 그들의 ‘일가를 이룬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32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했고 그 여세를 몰아 할리우드의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이다.




주연 배우 모토키는 이 영화 출연을 위해 실제로 첼로와 납관사 일을 배우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맹연습을


거의 ‘진짜’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일본에선 굉장히 유명한 배우다.



여섯 살배기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살아왔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염습해


리면서 다이고의 눈에 맺히는 눈물방울은 어떤 말보다도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원망과 용서, 남자의 진


정어린 회한과 화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


다.



‘오쿠리비토’라는 원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처연한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누구나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을 보내야 하고 또 언젠가는 자기 자신도 배웅을 받아야만 하는 존


가 바로 우리들의 운명이다. 그렇기에 납관사들의 세계를 그린 이 일본영화는 미국인들에게도 어필했


던 것 같다. 

 


 


PS  극장에서는 벌~써 막을 내린지 오래된 영화지만 비디오로라도 꼭 한번 보시길 강추합니다. 겸허한 마


세로 돌아가게 만드는 울림이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