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박기영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꼭 읽어봐야 할 젊은 과학자들의 성명서

스카이뷰2 2017. 8. 9. 15:03


                                                                                                         

       10여년전 활짝 웃고 있는 황우석과 박기영.





어제 (8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 피해자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사과 발언'을 함으로써 취임 석달 동안 쌓아왔던 '선군(善君)'의 이미지를 더 굳건히 다졌다.  아픈 국민, 슬픈 국민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의 '감성적 이미지'는 정부 수립이래 처음이어선지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70% 이상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인사문제에 관해선 문 대통령은 기껏 얻은 점수들을 순식간에 까먹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청와대 인사 담당 비서관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대통령은 지난 7일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에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 박기영을 임명했다.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매년 20조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다루며 과학기술계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될 '요직'이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여성을 임명한 것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관운 좋다는' 이 여성은  10여년 전, 대한민국을 큰 혼란과 충격에 빠뜨리고 국제적인 국격을 크게 손상시켰던 '황우석 사태'의 장본인이었다. 상식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큰 흠결'이 있는 여성이 어떻게 이런 요직을 맡게 됐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심성이 착하다는' 문대통령이  '여성인재 30% 등용'이라는 자신의 공약에 집착한 탓에 과학계는 물론 정가에서도 99%가 반대하고 있는 인물을  '여성이라는 이유'하나로 맘대로 앉혔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문제의 박씨는 황우석 사태에 대해 이제까지 일언반구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노무현시절  청와대 보좌관으로 황우석씨에 대한 지원을 주도했고 황씨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실제로는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기영은 황우석으로부터 2억5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받기도 했다. 황우석 사태를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아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받았다. 과학계에선 박기영 임명을 "한국 과학계에 대한 모독"이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노무현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문제의 박기영과 함께 일한 문 대통령은 이런 사실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계 인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요 '신설자리'에  하자 많은 인물을 앉혔다는 건 대통령으로서 쌓아온 '좋은 이미지'를 순식간에 훼손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과학계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우군'으로 알려진 정의당마저 이 여성을 임명한 것에 비판 성명을 냈고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냈다.  “박기영 은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신뢰를 훼손할 인물이며, 적폐 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고, 특정 과학자를 비호하기 위해 거짓을 일삼고 반성도 하지 않은 인물이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 개발 예산을 다루는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의 담당자가 된다면 과학계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를 이뤄 낸 촛불 시민의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곁에서 이런 '이상한 인사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바빠도 아래 젊은과학자들의 절절한 성명서를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성명서 전문>




박기영 교수는 정말 아니다! 

오늘 우리는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 변화를 꿈꾸던, 과학기술인들의 절망을 본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임명했다. 혁신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오히려 그 이름은 과학기술인들에겐 악몽에 가깝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를 심각하게 재고하길 기대한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과학기술인들의 희망을 담아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중요한 자리다. 국가연구개발(R&D) 예산권과 심의 및 조정, 연구성과 평가 등을 다루는 차관급 조직으로, 관료나 기업 출신이 아니라 과학기술 현장을 아는 인물이 선임되길 모두가 바랐다. 첫 리더는 상징적이다. 그는 과학기술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 하며, 그 지지를 바탕으로 국가 연구개발의 혁신을 이룰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그 연구개발 결과를 치열한 국제경쟁의 무대에 세워야 한다. 박기영 교수는 그런 리더십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계가 바라는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는 권력을 쥐었던 참여정부 시절, 스타 과학자 육성을 중심으로 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 했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마자 전공도 아닌 4차산업혁명 관련 저술로 다시 나타나 유행을 좇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은 유행을 모방하는 행위나 소수의 스타과학자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혁신은 유행을 만드는 과정이며, 시스템적인 전환으로부터 나온다.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의 최정점에서 그 비리를 책임져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 황우석 사태가 마무리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등장한 인터뷰에서, 그는 황우석을 여전히 두둔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그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는지,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혁신은 과거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으로부터만 나온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실리콘 밸리 혁신의 중심엔 젊고 유능하며 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구어낸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혁신은 혁신을 추진하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두 능력을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대만은 최근 디지털 부분을 총괄하는 장관에 실리콘밸리 출신의 해커이자 트렌스젠더인 오드리 탕을 임명했다. 그는 35세다. 이런 혁신적인 인사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박기영 교수에겐 과학기술인들이 따르고 지지를 보낼만한 능력과 리더십조차 없다. 

우리는 황우석 사태라는 낙인을 찍어 한 과학자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장과 외교부장관이 임명될 때, 과학기술인들은 희망을 걸었다. 우리도 멋지고 새로운 리더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창조과학자와 책을 함께 쓴 기업가 출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되었을 때, 우린 인내했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철저한 인사의 수난을 본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모른다면, 현장에 겸손히 물었어야 했다. 우리는 탄핵된 대통령의 독단에 질렸다. 외교, 안보, 국방, 행정, 경제 관련 인사에선 했던 일을 과학기술계 인사엔 적용하지 않는 건,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지 혹은 천대로밖에 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 사는 세상을 약속했다. 과학기술계에도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은 산업화 시기 박정희 독재정권의 경제개발 프레임에 갇혀 국가에 희생하는 부속품으로 취급받았다. 한국 경제의 발전은 그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연계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사람이 아니라 국가경제개발계획의 부속품이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아젠다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희망이라면, 그 사람에겐 희망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나라에서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인으로 살고 싶다. 우리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우리가 존경할 수 있는 리더가 과학기술계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 과학기술계는 단 한 번도 그런 리더를 가져보지 못했다. 나라가 나라다워지려면, 과학이 과학답고, 공학이 공학다우며, 기술이 기술다워야 한다.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계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나라는 결코 나라답게 되지 못한다.

2016년 11월 4일, 우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새누리당의 책임을 묻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 우리가 촛불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에 대해 이런 비판의 글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를 심각하게 재고하길 아픈 마음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