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대통령 앞에서 한시 읊은 검찰총장 문무일

스카이뷰2 2017. 7. 26. 17:36


문무일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검찰총장 문무일 이미지문무일.




 이번 정부는 워낙 '혁명적 촛불 덕'으로 태어난 탓인지 대통령이 '인재'를 임명하는 방식도 다른 때와는 좀 다른 듯하다. 아니  '전형적인 B형 스타일' 인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잠재적 본능'을 아낌 없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사들을 발탁해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관'에 앉힘으로써  '이것이 새 정부다'라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에서 진행하는 임명장 수여식에도 대통령이 '장관의 아내' 혹은 '장관의 가족'들에게 정성스런 자세로 꽃다발을 안기는 것도 이전 정부에선 볼 수 없었던 스페셜 무대다. 어떤 장관 부인은 얼마나 활달한지 장관이 된 남편의 팔짱을 끼지 않고 '감히'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여봐란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마도 건국 이래 이런 장면들은 처음일 것이다.


이렇게 '스페셜 무대'가 펼쳐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고로 눈길을 끈 사람은 바로 검찰총장 문무일이다. 어제(25일) 청와대에 임명장을 받으러 가면서 문무일은 애교많아 보이는 부인의 손을 꼭 잡고 등장했다. 대체로 50대 중후반의 사나이들은 그런 공적인 자리에선 와이프의 손을 잡지 않는 게 '상식'일텐데 문무일은 애처가 다운 포즈로 아내의 손을 잡고 들어서서 눈길을 끌었다.


더 재밌는 장면은 대통령으로부터 검찰 총장 임명장을 받은 직후에 일어났다. 문대통령이 다정다감한 어조로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고 화답했다. 여기까지는 뭐 그저그런 상식적인 응답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문무일은 대만의 저명 학자로 알려진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의 한시를 읊기 시작했다.


그 시가 바로  위에 소개한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것이다.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다듬은 시로, 각자의 입장에 따라 서로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른 것이 인생이라는 점을 짚는 내용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문 총장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검찰 개혁 방안과 관련해 청와대와 검찰 조직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도 보일 수 있었다.


 대통령 앞에서  '깊이'있는 한시를 주르르 읊는 신임 검찰총장이라니...아마도 그 자리에 배석했던 청와대 기라성같은 수석비서관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속으로 엄청 놀랐을성싶다. 그렇게 대통령 앞에서 한시를 읊을 정도의 배짱이라면 대한민국 검찰 총장을 잘 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문무일의 이런 '예상 밖' 한시 낭송에 보수와 진보는 늘 그러는 것처럼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골탕 먹이려는 깊은 속뜻'을 읽어냈고 진보는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과 애정'이라는 과도한 해석을 하고 있다. 아무려나 그 깊은 속뜻은 문무일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 절묘한 한시는 '정치하는 어려움'을 수천년전 중국인들은 이미 간파했다는 걸 보여준다. '시각차이'가 자칫 '정치적 오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의식해선지  문무일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정치하기의 어려움'을 한시로 '화답'한 것이라는 부연 설명을 검찰을 통해 내놓았다. 그만큼 정가에선 뒷얘기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아닌게아니라 종편TV들은 하루종일 '검찰총장의 한시'를 주요 메뉴로 다뤘다.


신임 검찰총장은 공교롭게도 대통령과 '종씨'인 문씨에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얼굴 분위기가 꽤나 닮았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곱상한 얼굴과는 달리 목소리는 '탁성'으로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꼭 그래선 아니겠지만 대통령은 '전남 광주'출신의 문무일을 12년만에 검찰총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앉혔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첫 출근 일성을 내놓은 '문무일 검찰'이 과연 어떻게 개혁될지 지켜보겠다. 큰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