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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과 탁현민과 주홍글씨

스카이뷰2 2017. 8. 22. 14:24




     지난해 여름 히말라야 트레킹 때 사진. 왼쪽부터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문재인 대통령. [탁현민 페이스북]

2016년 히말라야 27일간 동행한 사나이들의 우정.양정철 탁현민 문재인.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정현백 . /연합뉴스





오늘 오전 국회에서 65세 여성가족부 장관이 '소위 '의문의 1패'를 당했다.  51세 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점잖은 훈계'를 들어야했다. 물론 그녀는 그 자리에 부재중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인사권'이라는 엄청난 주제로 여성 장관이 '야단'맞는 풍경은  일찍이 보질 못했다. '학자출신'으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왔지 누구로부터 '야단 맞은'적은 한번도 없었을 그녀로선 구설수를 단단히 겪고 있는 셈이다. 한번도 '상상 못했을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운동권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은  오늘(22일) 오전  국회 운영위에 출석했다. 그 자리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정현백이 여성계로부터 사퇴압력을 계속 받고 있는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탁현민의 거취와 관련해 자신은 '무력하다'고 언급한 것을 꽤나 못마땅히 생각했나보다. 사실 그런 '화법'은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인 장관으로선 부적절하 언사였다고 본다.


왜 아니겠는가. 아무리 여성인권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이라지만 '직속상관'인 대통령이 '믿고 아끼는' 부하직원을 자르라고 말했다는 건 임종석에겐 '결례'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야당 여성대표 이혜훈 하나면 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전 4당대표와 대통령과의 만남자리에서 청와대 방문은 처음이라고 밝힌 이혜훈은 "오늘 당장 탁현민을 인사조치하시라"는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야당대표라해도 좀 지나친 언사였다. 탁현민을 두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 대표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인데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부적절했다. '기본 매너' 문제란 얘기다.


 임종석은 또 "그것은 대통령 인사권이 존중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개 장관'이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여성가족부 업무는 마땅히 여가부 장관 중심으로 책임 있게 하는 것이 옳지만 전날 여가부 지적은 행정관 인사 문제"라는 뼈 있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여성가족부 장관 입장에선 '야당에게 얻어맞고 최고 권부로부터도 쥐어박힌' 꼴이 됐다. 그래서 '의문의 1패'를 당했다는 말이다. 


'정현백의 수난'은 어제(21일) 국회에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  한 여성 의원이 "여성 비하의 아이콘인 탁 행정관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지적이 잇따른다"며 "지난번 (장관 인사) 청문회 때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에 건의하고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는가'라고 물었고 장관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답변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정 장관은 "청문회 때 약속한 대로 구두로 (청와대에) 제 의사를 전달했고 그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좀 무력했다"며 "분명히 청문회 때 약속드린 대로 (문재인 대통령께) 사퇴의 고언을 전하겠다고 했고 그대로 했음을 확인드린다"고 응답했다. 자칫 잘못 들으면 '직속 상관의 불통'을 간접 시인하는 듯한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책상물림'으로 정치세계는 잘 모를 순진한 여성가족부 장관이 야당의원들의 '유도 심문'에 넘어간 것으로도 보여진다.  

그래선지 오늘 아침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은 국회에 나가 '중인환시리'에 자신보다  13년이나 연상인 여성 장관을 우회적으로 나무란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인사권' 운운하며 여성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내 기억으론 처음 있는 일이다. 출범 100일 밖에 안 지난 이 정부에선 그동안 보질 못했던 여러가지 이벤트성 행사가 넘쳤고 '감동과 눈물'을 선사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렇게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게하는 상황을 연출해온 탁현민이라는 행정관에 대해 야당과 여성계에선 그의 퇴진을 부르짖고 있다. 탁현민에 대해 그동안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에선 비난의 불화살을 쏘아왔다.  그 자세한 내용은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여서 일일이 열거하고 싶진 않다. 그동안 우리 블로그는 '속사정'을 알 수 없는 시사 이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오늘 아침 '장관 야단 맞는 풍경'을 보면서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았다. 

보도에 나온대로 10여년전 탁현민이 썼다는 '빨간책'은 그야말로 '주홍글씨' 급으로 보인다.  청소년들 있는 집에선 '화제'로 올리기조차 민망한 '쓰레기같은'이야기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런 걸 책이랍시고 출판했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상세한 이야기는 나중에야 알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호인'출신의 문재인으로선 그런 건 어쩌면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실정법적 죄'는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최고권력자 대통령으로부터 '탁월한 재능을 인정 받았다'는  73년생 탁현민은 시중에서 이미 '탁순실'이라는 별칭마저 듣고 있을 정도의 유명인사가 됐다. 시중에선  '박근혜와 최순실'의 관계처럼 탁현민이 문대통령에게 엄청난 신임을 얻고 있다는 풍자띈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로부터 신임받는다는 건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거야말로 '재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면 탁현민의 '운명'에 최고권력자로부터 '귀염받을 운'이 정해져 있어서 본인은 청와대로부터 떠나고 싶어한다지만 어쩔수 없이 붙잡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탁현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알려진대로 '너저분한 책 내용'을 성토하는 야당이나 보수 언론과 여성계 일부에선 '상종 못할 인간'으로 매도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쪽 인사들은 탁현민이 이주여성들의 행사를 무보수로 도와주는 등 '선행'을 많이 해왔다면서 그를 공격하는 건 '문재인 흔들기'라고 주장한다. 우리 블로그로선 그 어느 쪽 편도 들고 싶지 않다. 다만 대통령이 '한번 꽂히면' 그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는 전형적 B형 스타일이라서 '짤라야할 인물'을 안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은 된다.

보도에 따르면 탁현민은 작년 여름 '문재인의 오른팔'로 알려진 양정철과 함께 27일동안 문재인 후보를 모시고 히말라야 등정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인연'이라면 남자들끼리의 소위'브로맨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것도 같다. 게다가 탁현민이 최근까지 보여준 '행사 기획'들이 '착한 이니'를 사로 잡았다는 풍문도 자자하다. 그러다보니  제 발로 나간다면 몰라도 대통령이 그를 쫓아낼 확률은 거의 제로라는 확인 안된 소문마저 돌고 있다. 문대통령의 '외곬수 성품' 상 어쩌면 그 소문이 맞을 지도 모른다.

야당이나 보수 언론에서야 '결사반대'이겠지만 우리네 일반 시민들이야 탁현민이 청와대에서 계속 일하든 나오든 별 상관이 없다. 단지 탁현민이 과거에 그런 '못된 책들'을 썼다해도 개과천선해서 국민 앞에 겸손하고 진실된 낮은 자세로 대통령을 위해 일하겠다면야 그냥 한번 봐주는 것도 대세에 지장 없다고 본다. 일개 행정관의 거취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도 그렇게 대놓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질타했는지 모르겠다.

최고 권력자가 그의 '재주'에 반해서 신임하고 일을 시키겠다면야 일단은 지켜볼 도리밖에 뾰죽한 수는 없다고 본다.  단 우리 블로그 입장에선 탁현민이라는 44세된 공연기획자가 보여줬다는 '창의력 있는 행사들'에 대해서 그리 높은 점수는 주지 않고 있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인재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 '국민통합'을 외치고 탕평인사를 부르짖는 문대통령이라면 야당이나 여성계에서 그리도 결사반대하는 인물을 굳이 곁에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니! 대통령 자리 참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