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

버틀러,대통령의 집사-34년간 백악관서 8명의 대통령을 모신 집사의 감동 스토리

스카이뷰2 2017. 11. 12. 22:28



오바마 대통령이 찬사를 보낸 영화 <버틀러:대통령의 집사>

 

 

 

미국 영화 ‘버틀러-대통령의 집사들’은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심한 흑인차별이 이뤄져오던 20세기 중후반 ‘흑인 잔혹사’ 속에 목화밭 꼬마 노예에서 백악관 집사로 ‘대성’한 한 흑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1920년대 초반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세실 게인스(포리스트 휘태커)는 어려서 목화밭 노예로 삶을 이어가는 부모 아래서 어머니가 백인 주인에게 능욕당하고 아버지는 백인의 총에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며 성장한다. 백인주인집 할머니의 ‘배려’로 ‘흑인 하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가 고향에서 도망쳐 나온 뒤 천신만고 끝에 일급 호텔에 취직한다.

 

'백인의 마음을 읽고 만족시키라‘는 상사의 가르침에 따라 서빙 실력을 연마해온 그는 호텔 손님으로 온 백악관 고위 공직자의 눈에 들어 버틀러(집사)로 백악관에 입성한다. 흑인으로선 그나마 운 좋게 양질의 취업을 하게된 세실은 타고난 성실 근면으로 윗분들의 눈에 들어 30여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낸다는 게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물론 주인공은 백악관이라는 최고의 권력기관에서 일하다보니 굽이굽이 고비를 맞기도 하지만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무난하게 고비를 넘긴다. ’직업운‘은 매우 좋았지만 세실 게인스의 ’개인사‘는 그리 행복하지 않은 나날이었다. 전심전력을 다해 일에 매진하며 살아가는 사이, 가족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머리 커진‘ 아들은 ’별 의식 없이‘ 백악관 버틀러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삶이 못마땅하고 외로운 아내는 알콜 중독에 빠진다. 이런 ’가족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55세의 흑인 감독 리 다니엘스는 그 나이또래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소중함을 에둘러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결국 아들은 워싱턴을 떠나 흑인 차별이 극심한 남부로 내려가 그곳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흑인 인권운동에 투신하고 그때부터 아들의 삶은 늘 백악관 공무원인 아버지의 삶과 대립각을 세운다. 이 장면에서 박정희 유신시대 청와대의 고위 관료로 일하는 아버지와 운동권에 투신한 자녀들의 '실화'가 떠올랐다. 

끝없이 반목하는 아버지와 아들은 비단 이 흑인 부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버지세대의 고루함을 이겨내려는 아들세대의 진취성이 미국을,세계를 발전시켜냈는지도 모르겠다. 

 

'버틀러'는 누가 봐도 충직하고 성실해 보이는 인상의 53세  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고, 전세계 여성 중 최고의 미디어 재벌이기도 한 59세의 오프라윈프리가 감독의 삼고초려 끝에 20여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주인공의 아내 글로리아 역을 맡아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1988년 '버드'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2006년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휘태커의 뛰어난 연기는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후보를 예약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대해 “백악관에서 일하는 버틀러들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해 각 분야의 프로들이었던 모든 이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솟구쳤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이 주인공 남녀배우의 연기를 극찬했다고 한다. 감수성 풍부한 오바마로선 '당연한 눈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영화는 흑인들의 애잔했던 삶과 그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다.

 

믿어 지지 않겠지만 불과 70년 전만해도 미국 남부에선 광대한 목화밭에서 악랄한 백인주인이 휘두르는

채찍을 맞아가며 살아가야하는 혹독한 노예의 삶을 사는 흑인들이 있었다는 걸 영화는 설득력 있게 고발한다.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의 서러운 삶은 그동안 미국 문학과 영화계의 좋은 모티브로 자리잡아 왔다. 이 영화도 그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인은 흑인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엄혹한 사회분위기 속에 버스나 대중식당에서도 유색인이 앉는 자리가 따로 있었고 심지어 수돗물 마시는 곳에서도 백인용과 흑인용을 구별했을 정도로 백인의 횡포는 도를 넘어서 자행돼왔다. 그 차별과 멸시는 개명천지 21세기인 현재까지도 암암리에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은 요즘도 속속 보도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레이건 등 20세기 중후반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흑인차별금지’를 위해 무던히 애써왔다. 그 대통령들의 일상을 묵묵히 수발하고 있는 흑인 버틀러 세실은 수십년 간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며 마침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눈을 뜨게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국의 대통령들은 ‘묵언의 집사’를 친구삼아 ‘신세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의 자리의 무게가 무겁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 대통령과 매우 비슷한 용모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와 대사는 이 영화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인 듯하다. 재클린 케네디가 자신의 남편이 앞으로 '8년간 백악관'에 있을 사람이라고 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케네디는 백악관에 3년도 머물지 못한 채 테러리스트의 흉탄에 서거했다.

 

이 영화에선 ‘자식은 마음대로 안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우리 속담이 머나먼 미국에서도 고스란히 통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운동권에 뛰어들어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혀온 큰 아들은 월남전에서 사망한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의 장례식에도 참석치 않아 아버지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다.  

 

툭하면 감옥에 들어가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는 집에서 나가라고 고함도 지른다.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처럼 검은 베레모를 쓴채 식탁에서조차 아버지에게 반발하는 '애물단지'  큰 아들은 흑인인권 운동의 대부로 성장해 국회의원까지 한다. 백악관에서 퇴임한 아버지는 그 말썽쟁이 아들의 ‘인권운동’에 세뇌돼 시위대에 합류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부자의 정은 끈끈한 것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영화의 감동적인 ‘라스트 신’은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다.

비록 별로 빛나지 않는 후미진 자리지만 30여년 이상 묵묵히 일해온 한 흑인의 ‘위대한 생애’는 이 라스트 신에서 그 위용이 더 빛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오바마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봤다는 이 영화를 여러분께도  필견(必見) 강추!

 

 

 

 

백악관에서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버틀러 유진 앨런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


영화 버틀러의 모델이 된 실제주인공유진 앨런

 

케네디대통령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해 직원들과 인사하는 장면.


극중 레이건대통령내외가 백악관 파티에 참석하는 장면. 낸시레이건을 맡은   제인폰다가 매우 비슷하다. 

버틀러에 출연한 주연남녀배우와 쟁쟁한 조연배우들.

포레스트 휘태커, 오프라 윈프리, 로빈 윌리엄스, 존 쿠삭, 제인 폰다, 쿠바구딩주니어

테렌스 하워드, 레니 크라비츠, 데이빗 오예로워, 리브 슈라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