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전, 생일 축하 영상에는 ‘문 대통령이 태어난 날을 축하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영어 문구가 실렸고 2012년·2017년 대선 출마 영상도 같이 올렸다. 생일 당일인 23일 오전(한국시각 24일)에도 5분씩 두 차례 광고가 진행됐다.
광고비용은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금을 통해 마련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수천만원의 기금이 모여 저렇게 뉴욕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니 지지 클럽' 중 30대 여성 회원들이 앞장 섰다고 한다. '우리 이니 꽃길만 걸으세요' '이니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순정파적 지지 멘트에서도 이들의 '진정어린 염원'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무조건적 지지자'들이 생각이 다른 정파나 같은 당에서도 '이니'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에겐 '무차별 공격'으로 돌변한다는 건 위험한 현상이다.
1953년생인 문 대통령은 '사생팬'들의 이런 열광적인 지지에 감동해선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 고맙습니다. 생일을 챙기지 않는 삶을 살아왔는데, 대통령이 되어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니 두 번 다시 없을 특별한 생일이 됐습니다”라며 “더 힘내어 더 잘하라는 走馬加鞭(주마가편ㆍ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다는 의미)으로 받아들입니다.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으로선 자발적 지지자들의 '정성어린 축하'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뉴욕의 전광판까지 진출한 생일축하 광고는 좀 '오버'했다는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그 지지자들의 심리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런 식의 축하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착한 이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문 대통령은 이제껏 우리가 봐왔던 '권위 가득한' 대통령들에 비해선 아주 다른 스타일의 최고권력자이다. 지난해 5월 취임 이래 그가 보여준 '따스하고 인정 많고 격의없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 직전 대통령의 '권위적이고 소통부재한 답답한 모습'과 대비돼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로부터도 좋은 평을 들어왔다. 물론 탁 아무개라는 청와대 행정관의 '탁월한 연출력'에 의해 창출된 환상적 이미지라는 혹평들도 많았지만 말이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 아직도 '여당 체질'을 벗어던지지 못한 것 같은 야당, 특히나 한국당쪽 인사들로부터는 '좋은 공격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사생팬(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열성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돼 달라,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는 적절치 않다"는 평을 내놨다. "김일성 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 본다. 북한에는 3만여 개 김일성 동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야당 인사도 있었다.
좋아하는 현직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비'를 아끼지 않고 축하광고를 한다는 건 좋게보면 신세대들의 발랄한 정서를 보여준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처럼 현직대통령의 생일축하를 위해 뉴욕 광장의 전광판까지 진출했다는 건 상식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은 자신의 이런 열성지지자들에게 물론 감사함을 표시하는 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과공은 비례'라고 어쩐지 좀 낯설고 어색해 보이는 풍경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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