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가수 비의 눈물
이상하게 젊은 청년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슬픔을 참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면 여지없이 뭉클해지면서 함께 눈물짓는 버릇이 있다.
물론 사람들이 우는 모습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가슴 아프게 하지만 특히 청년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은 왜 그렇게 가슴을 에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시위대를 막는 전경들이 젖은 눈으로 “제발 쇠파이프로 때리지는 마세요”라고 절규하듯 외치는 장면을 뉴스로 보면서는 그야말로 나도 몰래 주먹을 꽉 쥐며 공분을 느꼈었다. 쇠파이프로 전경들을 후려치던 그날 시위대들을 보며 “대한민국 아직 멀었구나”라는 한탄이 절로 나왔다.
자기 아들이나 동생뻘 밖에 안 되는 어린 전경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저리도 폭력적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심성이 너무도 강퍅해지는 것 같아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워졌다.
“요샌 옛날처럼 최루탄을 쏘지도 않는데 오히려 전경들이 ‘얻어맞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며 시위대에게 크게 맞아 병원에 입원한 전경아들의 어머니가 울며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시위가 있는 날이면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다고 말하던 앳돼 보이는 청년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가물거린다. 그래도 그 청년은 신입 전경들에겐 그런 자신의 심경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무척 애쓴다는 말을 해 또 울컥했었다.
지난 월드컵 때 독재자 같은 주심 탓에 스위스에 억울하게 지고 만 우리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녹색의 그라운드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역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억울한 판정으로 경기에 진 것도 화가 났지만 저렇게 생때같은 우리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2002년 서해교전 때 갑판에서 쏟아지는 적의 총알에 대항하며 최후까지 조국을 지키려 애쓰며 쓰러져간 어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들의 장례식장엔 당시 대통령이었던 DJ는커녕 국방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부르르 떨었다. 천하남인 나도 그랬는데 조국을 위해 스러져간 그 병사들의 부모님 심경이야 오죽했겠는가.
아무튼 이렇게 젊은 청년들의 비장한 모습을 보면 한없이 슬퍼진다.
며칠 전 심야에 텔레비전의 한 프로그램에 나온, 요즘 최고 인기라는 신세대가수 비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신세대는 아니지만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 수다 떠는 심야프로그램을 가끔 즐겨 본다. 그들의 얘기하는 모습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알 수 있고 그들이 신인시절 소위 ‘뜨기 위해 무진장 애썼던 고생담’같은 것들을 말할 때는 의외로 인생에 대한 그들의 겸허한 자세와 진정성이 느껴져 세대를 초월해 공감하기도 한다.
살벌하고 거친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 젊은 연예인들의 눈물겨운 분투기는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그들 대부분은 ‘어려운 가정을 일으켜 세우려는’ 소년소녀 가장출신들이어서 더 눈물겹다.
엊그제 본 프로그램은 ‘내가 해본 위험한 일탈’이라는 제목으로 이러저런 얘기들이 나왔다. 그날 나온 연예인 중에는 비가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국제적으로도 그 위상이 엄청 높은 요즘 최고 인기가수인 탓에 얘기는 자연스럽게 비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씨름 선수 출신인 사회자도 비가 나타나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남성 출연자의 말에 모두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도 재미있었다.
‘일탈’은 일반인들도 누구나 언제라도 꿈꾸는 ‘매력적인 주제’아니겠는가.
출연한 한 여가수는 술만 마시면 아무나 다 예뻐 보여서 뽀뽀를 해주는 버릇이 있다는 ‘이상한 고백’으로 좌중을 웃겼다. 제법 예쁘장했던 그 여가수의 얼굴에도 이젠 ‘세월’이 내려 앉아 보기에 안스러웠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기상천외한 얘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지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무슨 얘기 끝에 비가 “이런 얘긴 정말 하고 싶진 않았지만요”라고 운을 떼면서 얘기를 시작하면서 좌중은 숙연해졌다.
“예전에 무명시절에요, 엄마가 아프신데 병원 갈 돈이 없었어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어린 동생하고 저하고 엄마를 지켜만 보고 있었죠. 결국 엄마는 병원비가 없어서 그냥 집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그는 이 말을 하면서 목이 메는지 한참을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었는데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거의 감전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이 아파왔다.
‘비’라는 가수는 개인적으론 그렇게 ‘취향’에 맞는 가수가 아니어서 그저 그런 가수가 있나보다 정도였었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모습이 한없이 안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워보였다.
듣기로 ‘비’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보아와 함께 제일 잘 나가는 신세대가수라고 한다. 거의 ‘움직이는 1인 기업’으로 ‘억만금’을 벌었다는 그가 무명시절 ‘돈이 없어 병원한번 못가보고 세상 뜬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가슴아파하는 모습에서 ‘참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훤칠한 모습의 비는 지난 5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 · 연예 분야 100인”에 선정됐었다. 타임은 비를 “한국에서 온 마술의 발”이라는 제목아래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형스타이며 한국 팝의 왕으로서 베이징, 방콕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홍콩에서 그의 공연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됐고, 아시아권 팬들은 그가 나오는 드라마의 해적판 비디오를 소장하고 있다. 천사같은 얼굴, 경이로운 몸매로 아시아 전체의 팝 문화를 사로잡고 있다. 서울의 단칸방에서 비를 일어나게 한 야망은 단지 지구상에 있는 가장 큰 대륙을 점령하는 데만 안주하지 않게 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게 야박하다는 타임지로서는 ‘엄청난 찬사’를 받친 것 같다.
알려진 대로 비는 국내는 물론 도쿄며 베이징이며 대만· 방콕· 미국· 심지어 중앙아시아에까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소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상의 가수이지만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효자라는 점이 그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날 비는 자신의 ‘고질병’을 고백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이성에게 과도하게 친절한 것이 제 고질병”이라는 것이다. 귀여운 청년이다.^^
그는 앞으로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아마도 불우했던 성장기를 거치면서 인간이 살아가야할 길에 대해서 나름대로 많이 생각해 본 ‘조숙한’ 청년 같기도 하다.
이제까지 ‘비’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인터넷 검색창을 쳐봤더니 역시나 비는 ‘효자’가 많이 나온다는 ‘게자리’출생으로 이제 겨우 24세밖에 안 된 청년이었다. 이제부터는 ‘효자 가수’ 비의 노래도 좀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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