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삼성 현대의 면접시험문제들

스카이뷰2 2006. 11. 1. 09:09
 

      삼성· 현대의 면접시험 문제


11월 1일부터 며칠 동안 개인 일정이 겹쳐져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어려워졌습니다만 어제 신문에 난 삼성· 현대 등 대한민국 ‘최고 회사’들의 면접시험문제에 대한 보도를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잠깐 언급하기위해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지난 1년간 대기업의 면접시험에 나온 질문 5천여 건을 분석해 소개했다는 겁니다.

그 질문들을 보자마자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월이라지만 “이건 아니잖아!”라고 외치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기막힌 질문’들을 살펴볼까요.

*아내(남편)와 자식이 물에 빠졌는데 한 명만 구할 수 있다. 누구를 구하겠는가.

*부모님과 애인 둘 다 위급할 경우 누구를 구할 것인가?

*애인과 친구가 바람을 피우면 누구를 택하겠는가?


위의 3가지 질문이 소위 국내 최대 회사라는 삼성과 현대의 면접시험문제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셨습니까?

저는 이 질문들을 접하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소중한 ‘생명’이 걸린 절대 절명의 위기상황을 꼭 이런 식으로 비틀어서 ‘면접시험문제’랍시고 출제한 그 대기업 사람들의 인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극한 상황을 어려운 ‘취직시험’을 보러와 그렇잖아도 주눅 들어 앉아 있을 ‘가여운 수험생’들에게 꼭 그런 식으로  ‘야비하게’ 질문을 던진다는 건 제가 보기엔 ‘인권 유린’에 ‘인격모독’ 그리고 ‘인간학대’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봅니다.


지금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하자는 얘기입니까? 문득 이런 요사스런 질문들을 보면서 어제 우리 블로그에 올렸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마녀 편집장’으로 악명 높은 메릴 스트립이 면접 보러온 비서 지망생에게 던진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엄청 까다로워 그 밑에서 견뎌내기 어렵다는 그녀도 그런 식으로 ‘사람 잡는’ 질문은 안했거든요. 오히려 그녀는 아주 ‘쉬운’질문만 했습니다.


어제 우리 블로그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녀는 수험생에게 ‘내 이름 들어본 일이 있느냐’ ‘우리 잡지를 본 적이 있느냐’ ‘왜 우리 회사에 오려 했느냐’등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질문만 몇 가지 던졌을 뿐입니다.


오히려 ‘눈치 없는’ 응시생이 ‘당신 이름 들은 적 없다’ ‘다른 곳에 원서 냈는데 오라고 한 곳은 여기뿐이었다’는 둥의 ‘비상식적 대답’을 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었지요. 그런데도 그 ‘마녀 편집장’은 특유의 ‘사람 볼 줄 아는 안목’으로 그녀를 비서로 채용합니다.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들의 그 요상한 질문들을 보면서 또 하나 떠오른 건 바로 그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을 맡아 아카데미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선택’이라는 영화였습니다.


그 영화에서 유태인으로 나오는 그녀는 나치 수용소에서 자신의 쌍둥이 자녀 중 한 명만 살려주겠다는 ‘진짜 악마’ 같은 나치의 강요에 할 수 없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했던 인간으로서는 ‘죽어도’ 할 짓이 아닌 일을 당하고 맙니다. 아주 끔찍한 비극이죠.


하도 오래 전에 봐서 자세한 줄거리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무튼 ‘고뇌에 찬 엄마’역을 하던 그녀의 ‘명연기’만큼은 지금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자! 위에서 말씀 드렸던 국내 굴지의 삼성· 현대의 면접 질문이 이만하면 사람을 얼마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것인지 실감들을 하시겠죠?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이런 내용을 신문에 소개하는 기자의 보도자세였습니다. 그 기사는 단순한 ‘사실보도’가 아니라 기자의 ‘논평’을 곁들일 수 있는 ‘칼럼 성’ 기사였는데도 그 기자는 ‘질문이 좀 심한 것 같다’식의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아마도 대 광고주인 삼성이나 현대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그랬겠지요.


게다가 더 우스운 건 기자 자신의 견해는 전혀 내비치지 않은 대신 그 자료를 소개한 인크루트 회사의 대표 말을 소개했는데 그의 ‘분석’도 제가 보기엔 가소로웠습니다.


“이색 질문은 이력서나 자기 소개서로 볼 수 없는 구직자의 성향, 인성, 가치관, 창의성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식상한 답변보다는 엉뚱하더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대답을 논리적으로 하는 게 좋다”


이게 취직 도우미회사라는 인크루트 사장의 ‘충고’였답니다. 구직자의 인성이나 가치관 창의성 등을 알아보려고 ‘생명’가지고 장난치는 ‘못된 질문들’을 ‘좋게만’ 해석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좋은 건 좋은 것이고 나쁜 건 나쁜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살다보면 때에 따라선 ‘절대선’이 과연 있는가라는 회의가 들 때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취직시험 보러온 수험생들에게 “니네 엄마와 아내의 목숨 중 어느 쪽이 더 귀하냐”식의 질문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아주 좋지 않은 질문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절대선’은 없는 세상이라지만 ‘보편적 가치’는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그 밖에 몇 가지 질문들은 위의 ‘협박성 질문’보다는 좀 나았지만 그 중엔 ‘삼성’이라는 이름이 아까운 ‘더티한’ 질문도 눈에 띄었습니다.


가령 삼성SDI라는 회사에서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질문으로 내놨답니다. 이것 역시 ‘인격모독’ 아닙니까?


이런 건 깔끔한 이미지의 이건희 회장님이 아신다면 야단 좀 쳐야 될 질문 아닙니까? 제가 이건희 회장이라면 이런 질문과 위에서 말씀드렸던 ‘생명선택’질문을 내놓은 면접관들은 인사조처 하겠습니다. 인사와는 관련 없는 부서에서 일 하라구요.


이건희 회장님은 워낙 높은 곳에 계셔서 이런 ‘만행’이 자신의 부하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사실은 모르고 계시겠지요. 아신다면 그분 성품상 가만 계시진 않을 텐데요.^^


‘자신이 홀로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가지고 갈 물건은 무엇인가(SK텔레콤)’‘무인도에 꼭 가지고 가고 싶은 것 3가지를 말하라(푸르덴셜 생명)’

이런 유형은 차라리 ‘애교’있는 질문이라고 봐야겠지요. 하이트 맥주회사에서

응시생들에게 ‘맥주와 소주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가?’라고 물은 것은 아주 ‘귀여운 질문’으로 보입니다.^^


효성이라는 회사에서는 ‘서울 시내에 있는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정량을 계산하시오’라는 질문을 냈답니다. 이것도 좀 그렇죠? 그래도 ‘생명을 선택하라’는 ‘턱없는 질문’보다야 나은 셈이겠죠.

‘노래방에서 몇 시간이나 놀 수 있는가’ 라든지 ‘즉석에서 부를 수 있는 곡은 얼마나 되는가’ 정도는 그래도 ‘양호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도대체 ‘배우자와 자식 중 누구의 생명을 구하겠는가’나 ‘부모와 배우자 중 누구의 생명을 구하겠는가’라는 상식 밖의  ‘조폭 같은 질문’에 과연 어떤 식으로 답변을 해야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는지, 그게 정말 궁금하더군요. 

이런 ‘인성이 의심스런 질문’들은 정말이지 이 가을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