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골프가 뭐길래!

스카이뷰2 2006. 9. 14. 14:21
 

     골프가 뭐 길래!


한 5백년쯤 전 옛날, 영국 시골에 사는 양몰이 목동이 있었다.

어느 날 이 목동은 발에 걸린 작은 돌을 양몰이 작대기의 구부러진 부분으로 내리쳤다. 그랬더니 공교롭게도 그 돌이 언덕 토끼굴에 들어가고 말았다. 신기하게 생각한 그 목동은 친구 목동들과 함께 그 굴속에 다시 돌을 쳐 넣으려고 했다. 이것이 요즘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골프라는 운동의 기원이다.


그러니까 맨 처음에는 시쳇말로 서민층 아니 하류층 스포츠였던 셈이다.

‘그 시작은 미미하되 나중은 창성하리라’는 말처럼 화려하게 성장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위풍당당한 골프’가 된 것이다.


요새야 골프는 ‘클래스 있는’ ‘인품을 알 수 있는’ ‘인생을 배우는’ 아주 고귀한 스포츠에 속하는 것 같다. 게다가  ‘자본주의 도망’은 못가, 아무나 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돈’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물심양면의 귀족스포츠’가 되고 만 것 같다.


다른 스포츠보다 더 ‘돈’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서 골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권력’으로도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신예 사회학자라면 골프와 계급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다. 좀 극단적인 표현이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골프를 치는 계급과 치지 못하는 계급’으로 나뉘어 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골프는 단순한 ‘취미’의 경지를 벗어나 한 인간을 가름하는 ‘잣대’역할마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국민처럼 ‘평등’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골프 치는, 있는 사람들’ 꼴은 그냥 봐주기 좀 뭐한 것 같다는 것도 이해가 갈만하다.


더구나 ‘사회지도층’ 행세를 하는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그 ‘특권’을 이용해 평일 골프를 즐겼다는 소식을 접하면 ‘국민 분노’는 유독 강하게 불타오르는 것 같다.   


엊그제 한나라당 국회 국방위원인 김학송· 공성진·송영선 등 3인의 의원나리들이 ‘국감현장’인 경기도 소재 해병대 사령부 골프장에서 ‘시설점검 차 쳤던 골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온갖 매스컴에서 난리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그 위세 좋던 국회의원들이 혼비백산해 화장실로 ‘대피’하는 화면과 ‘딸 같은’ 어린 여기자에게 구구하게 변명을 늘어놓던 공성진의원의 평소와는 다른 ‘비굴한 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참 딱하다는 느낌과 함께 섬광처럼 ‘골프가 뭐 길래!’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들의 ‘골프 스캔들’ 이전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두 달 전 지난여름 수해때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그 수해현장의 골프장에서 유유자적 골프를 치다 들통 나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그때도 나라가 떠나갈 듯이 매스컴에선 ‘골프 친 죄인’들을 단죄하고 나섰지만 그 이후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외국 나가서 ‘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만 깊어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사례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정권 들어서도 이런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더구나 언젠가는 젊은 대통령내외가 새벽에 골프를 친 게 ‘들통’나는 바람에 한동안 시끄러웠던 일도 있다.


대통령부인 권양숙여사는 ‘싱글 핸디’로 역대 영부인 중엔 골프솜씨가 최고라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은 ‘싱글 핸디’가 뭔 소린가 싶을 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얘기하자면 ‘싱글 핸디’의 경지에 오르자면 골프장을 제 집 드나들 듯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소시민인 나로선 동네에 있는 골프연습장 옆을 버스를 타고 가다  구경한 것이 골프에 대해 아는 전부여서 ‘골프가 뭔지’ 논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인과 골프 스캔들’에 대해 하도 여러 번 지상을 통해 접한 터라 나름의 단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동안 지상을 오르내렸던 정치인과 골프에 얽힌 이야기는 백에 구십구는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골프행위’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알고 있는 ‘미담 성 골프 이야기’는 딱 한가지다.


몇 달 쯤 전, 텔레비전 심야토론에 바로 요 며칠 ‘골프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공성진의원이 출연해, “고건 전 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는 농민들을 보고 그 자리에서 골프채를 꺾었다”는 ‘미담’을 소개하는 것을 우연히 본 게 내가 아는 ‘골프 미담’의 전부다.


사실여부를 알아보려고 자료를 찾아보니, 공 의원 말대로 고건 씨는 37세 때인 전남도지사시절 ‘고생하는 농민들을 목격’하고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골프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은 공을 치는 골프는 재미없다”는 어록도 남겼다. 이에 대해 골프 애호가인 한 의원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골프는 죽은 공을 살리는 묘미가 그만이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 날 텔레비전에서  공의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주말 심야에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우연히 그 장면만을 봤을 뿐이다.


평소 토론 프로그램은 별로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날도 그 프로그램의 주제가 뭐였는지는 모른다. 더구나 왜 한나라당 의원이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좋게’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날 스쳐지나가듯 들은 그 이야기에 아마도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고건 씨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을 것 같다. 그런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공 의원 본인이 ‘스캔들 성 골프이야기’에 휘말렸다는 것은 좀 우습다.


그러니까 골프와 정치인에 얽힌 이야기는 이렇게 골프를 잘 쳐서가 아니라 골프를 끊어서 ‘칭송받는 경우’에 해당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한국 정치인들은 정치로 대성하려면 골프는 멀리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에만 국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몇 해 전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가 펴낸 ‘골프장에서의 대통령, 백악관의 골프이야기’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인의 우상’ 케네디 대통령도 ‘국민들 몰래 골프를 쳤다’고 한다.


며칠 전 환갑잔치를 했다는 클린턴 대통령도 ‘골프장 구설수’가 끊이질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아예 대놓고 “골프장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골프중독증세가 심했다고 한다. 미셸 위나 박세리가 클린턴과 골프라운딩을 함께 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매너 좋기로 소문난 클린턴이지만 ‘골프 매너’만큼은 별로라고 할 정도로 골프는 그 사람의 ‘인격’과는 별개로 ‘맹목적 골프 추수주의’를 요구하는 별난 스포츠인가보다.


그래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골프에서 인생을 배웠다. 골프는 필수 과목”이라면서 삼성 임직원에게 골프를 거의‘강요’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보면 골프는 예사 운동은 아닌 것 같다.  


듣기로 골프장은 우선 경관이 수려한 한적한 교외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물론 지금이야 우리 같은 서민도 ‘자가용은 굴리고 살지만’, 그 차를 몰고 골프장까지는 아직 가보지 않은 형편이어서 골프장 주변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어쨌든 친구들 말로는 ‘그곳에 가면 스트레스가 좍 풀릴 정도로 시원하다’고 한다. 우선 공기가 좋고, 눈에 좋다는 ‘녹색의 잔디’가 한없이 펼쳐져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줄 것만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시중 우스개 말로 ‘한번 발 잘 못 들였다가 빠져 나오기 어려운 3대 성인 오락’ 중 하나가 바로 골프라고 한다. 나머지 두 가지로는 춤과 도박이라는데 우리같이 무미건조하게 그날그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인지 불행인지 이 3대 오락과는 ‘연분’이 전혀 닿지 않은 인생이라서 그런지 그 ‘신비의 세계’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오죽하면 신종도박 ‘바다이야기’에 빠져 ‘자살’로 막을 내린 사람이 그렇게도 많겠는가. ‘춤바람’이야 이젠 고전 오락이 됐지만 이것도 여성들이 빠져들 경우엔 ‘가정’도 버릴 정도라니 그 ‘중독성’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골프중독’은 도박이나 춤바람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아무래도 골프에는 들어가는 기본경비가 주로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이어서 그 중독성이 더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골프장에 서기위해선 장비와 의복, 차량까지 ‘돈’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한번 ‘필드’에 나가면 최소 30만원은 들어가야 하니까 평범한 월급쟁이나 구멍가게 주인이라면 언감생심으로 넘보기 어려운 운동이다.

그러니 그걸 ‘누리는 사람들’에 대해선 거의 ‘적개심’수준의 질시가 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구설수에 오른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사에 대학교수에 전부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다. 왜 그들이 ‘피감기관 점검’을 위해서라는 ‘기상천외한 변명’을 둘러대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인 것 같다.


게다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했다는 송영선 의원은 요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반대의 최전선에 앞장서서 보수 계층 노인들에게선 ‘송 다르크’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려왔다.


그녀의 보좌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하실 말씀이 안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해명은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 같은데 그녀는 그걸 잘 모르고 있나보다.

일부 신문에선 한나라당은 전시작전통제권에만 신경 쓰지 말고 ‘골프 통제권’에 먼저 신경 쓰라는 비아냥 섞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며칠 전 우리 스카이뷰 블로그에 ‘한심한 한나라당’에 대한 글을 올렸었다.

전효숙 사태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한나라당이 과연 ‘수권정당’으로서 자질을 갖추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게다가 잘 나간다는 대선주자 박근혜의원 지지자들과 이명박씨  지지자들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보면서 아무래도 자중지란으로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결과 ‘정권을 인수인계 받을 행운을 누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는 정치지도자연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추태’를 보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 이번 ‘골프사태’가 아예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꼴이 된 것 같다.


골프는 국민정서를 재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하게 우리 국민들은 골프에 대해서만큼은 용서가 안 된다는 정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 국민정서를 외면할 정도로 ‘골프에 빠져버린’ 한나라당의원들을 보면서 골프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두 번 실수는 하지 않는 법이다. 더구나 두 번씩이나 ‘대권 획득’에 실패한 정당의 의원들이 여전히 ‘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한나라당은 차기 국정을 넘겨받을 행운을 누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한나라당 형편으론 ‘목숨 걸고’ 차기 대선에 도전해야할 처지 같은데 아마도 그들에겐 지금 당장의 ‘쾌락’을 버리기 어려운가보다. 이번 한나라당 의원들의 ‘골프 스캔들’은 그들의 정신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가 뭐 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