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유시민장관과 지하철3호선 장애걸인 가장

스카이뷰2 2007. 1. 8. 16:58
 

         유시민과 지하철 3호선의 장애걸인 가장(家長)


엊그제 한 석간신문에 보니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씨가 “공직자로서 여기 복지부에서 일하는 것이 많은 보탬이 됐고, 더 일하고 싶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청해 놓았다”는 인터뷰 기사가 나왔다.


이제까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장관이 대통령에게 ‘더 일하고 싶다’는 청을 해놓았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직접 밝힌 것은 유시민씨가 처음인 것 같다. ‘노의 남자’ 다운 얘기다.


대통령 스스로도 말했듯이 아무리 ‘동네북 신세’가 되어버린 대통령이라지만 그래도 그렇지 일개 부처의 장관이 감히 대통령에게 ‘나 장관 더 하고 싶소’라는 ‘청’을 한다는 건 내 상식으론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주제넘은 일 같다.


하기야 지금 대통령은 언젠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자신의 비서출신인 안희정 등을 가리켜 ‘동업자죠’라고 말할 정도로 ‘소탈한 성품의 소유자’이니까 유시민 씨가 그런 식으로 ‘속내’를 공개하는 것도 뭐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적어도 이 정부에서는. 어떻게 보면 종전까지는 보기 어려웠던 상당히 리버럴한 내각 분위기라고나 할까.


어쨌든 ‘싸움닭’ 혹은 ‘노의 남자’ ‘노의 가신’으로 불리는 유 씨이고 보니 그 정도쯤이야 ‘서로가’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47세의 젊은 장관 유시민 씨는 그 인터뷰에서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 있다. 최근 언론에 나오는 정치권 복귀설이 안 나왔으면 한다. 더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청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하라는 말씀을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다”라는 말도 했다.


어쩌면 유씨는 대통령에게 피력한 자신의 희망에 대해 대통령이 즉답을 하지 않자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서 그야말로 ‘스리 쿠션’ 식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희망사항’을 대통령에게 재확인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한번 하기만 하면’ 가문의 영광이자 자자손손 그 영광이 전해진다는 장관자리가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는 유씨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직장’이었나보다.


‘대통령’만 빼고는 거의 위 ·아래 없이 ‘맞장’뜨는 성격이어서 오죽하면 열린우리당 내의 어떤 후배의원이 “유시민 형은 옳은 말도 너무나 싸가지 없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했을까.


어쨌든 유시민 씨에 대한 기사가 나온 걸 보니 문득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작년 1월초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이 ‘아니 되옵니다’라고 외쳤지만 반대를 무릅쓰고 유시민씨를 보건복지부 장관자리에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앉혀버렸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 때 정황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다 아실 것이다. 열린우리당 내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유시민씨를 복지부 장관에 앉히는 것에 대해 ‘결사반대’하면서 그 날 있을 청와대 만찬을 벼르고 있었다.


대통령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의원들의 속내를 간파하고 그들이 저녁 먹으러 오기 직전 바로 유씨를 장관에 임명했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사연으로 그 만찬은 취소되었고 어쨌거나 유시민씨는 ‘가문의 영광’이라는 장관 자리에 어렵사리 앉게 된 것이다.


그 이전 까지는 ‘사나운 개 콧등 아물 날 없다’는 속담처럼 그냥 이 사람 저 사람과 언쟁을 벌여오던 유 씨는 별안간 ‘8대2’스타일의 가르마를 탄 전형적인 ‘공무원’ 헤어스타일에 분장까지 한 채 청문회 석상에 나타나 우리를 웃겼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과거 행적’이 마음에 걸렸던지 임명받은 직후 “이제부터는 복지부 장관으로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다”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할 정도로 사람이 돌변해 버렸다.


국회의원 선서하는 날 백색 면바지에 티셔츠를 받쳐 입고 나와 동료의원들이 퇴장하라는 아우성을 받은 끝에 다음날 양복에 넥타이 매고 나와 겨우 선서를 마쳤던 그 유시민이 아니었다.


“국정을 경험하게 해서 차기 대선주자 후보 반열에 앉히고 싶다”는 임명배경까지 털어놓은 대통령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가 못미더웠던지, 유씨를 임명한 한 달 뒤에 국회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시민이가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언론을 통해 보면 남을 조소하고 조롱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시니컬하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단치 않은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대통령은 유씨를 한참이나 걱정해주고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버렸고 금년 초 들어 열린우리당이 ‘콩가루 당’처럼 될 처지에 놓이자 산자부 장관인 정세균씨는 당으로 복귀했다.


이제 총리인 한명숙씨와 유시민씨의 거취가 주목된다는 매스컴의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리한’ 유씨는 미리 ‘선수’를 치면서 강력히 장관직 ‘잔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렴 이전투구 같은 열린당에 가는 것보다야 우아하게 대접받는 장관자리가 훨씬 좋겠지.


개인적으론 유씨가 내각에 잔류하든 당으로 복귀하든 별로 관심 없다. 단지 그에 대해 이렇게 긴 얘기를 서론에 앞세운 것은 그 좋다는 ‘장관자리’에 앉았고, 그 자신 ‘일이 재미있고 보람을 느낀다’고 하니 복지부 장관으로서 진지하고 성실한 ‘민생시찰’도 좀 하라는 뜻을 전하고 싶어서다.


유시민 장관에게 묻고 싶다. 아마 유 장관도 예전 어려운 시절엔 ‘지하철’을 애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그의 지역구였던 일산 쪽의 ‘지하철 3호선’을 한 번이라도 타 봤을 것이다. 요새야 장관들이 주로 타는 전용기사가 딸린 검은색 체어맨을 타고 다니느라 지하철을 탈일은 전혀 없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오랜 세월 한결같이 지하철을 애용하고 있기에 지하철 내에서 목격하는 온갖 ‘서민의 풍경’에 익숙해져 있지만 때로는 ‘저런 모습은 제발 담당 공무원들 특히 해당 부처의 장관들이 알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경제가 어려워진 탓인지 한 3,4 년 전부터는 지하철 3호선에 잡상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요즘같은 겨울엔 방한 귀마개부터 장갑, 목도리장사부터 흘러간 팝송이 들어있는 CD를 팔거나 무좀을 예방한다는 구두창까지 별별 품목의 물건들을 갖고 나와 팔려고 목청을 돋우는 상인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람들 축에 속한다.


내가 제일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장애 걸인’들이다. 그들 중에 어떤 이는 겨드랑이에 부축 대를 낀 채 간신히 걸어 다니면서 도와주세요라고 외친다. 그나마 그 사람은 형편이 낫다.


지하철 3호선 일산에서 서울 가는 방향에 자주 보는 한 중년의 장애인 남자걸인을 보면서 언젠가는 복지부 장관에게 ‘선처’를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오늘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장애인 남성은 정말 보기에 너무 딱하다. 그 자신의 말로는 회사원이었는데 교통사고로 양 다리를 절단하고 이렇게 구걸을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 장관과 거의 또래로 보이는 그 장애걸인 남성은 그가 말한 대로 ‘샐러리맨 출신’같다. 얼굴은 다른 장애걸인에 비해 반듯한 인상이다. 목소리도 예전엔 괜찮은 일을 하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가 양쪽 무릎 아래가 절단 당한 채 양 손엔 벽돌 같은 것을 ‘밀개’로 사용한 채 엉금엉금 기어가면서 “팔순 넘은 노모와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오늘도 이 자리에 이렇게 섰습니다”라고 듣기만 해도 눈물날것 같은 구슬픈 목소리로 외쳐대면 정말이지 자주 보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게 가슴이 아플 수가 없다.


그의 사진을 찍어 우리 블로그에 소개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그 사람의 인격을 훼손시키는 일 같고 그런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자체가 너무 죄스러워 그냥 조용히 몇 천원을 적선하는 것으로 그치곤 했다.


지난주에도 그를 또 봤다. 그 날은 감기가 걸렸는지 코맹맹이 소리로 도와달라고 외치는 그를 보니 정말이지 이 나라에 복지제도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저 사람이 집에서 나와 저렇게 지하철까지 들어와 구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상황이 너무 슬프다. 아직은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니까 당분간은 구걸할 기운이 남아있겠지만 더 늙으면 그 다음엔 저 사람은 어떻게 누구의 도움으로 살아가야하나?


벌써 한 3년째 ‘지하철 3호선’에서 구걸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늘 우리 블로그에 올려야지, 그래서 보건복지부 사람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하소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내가 보기에 그 장애걸인은 정부에서 ‘직업기술’을 시키면 잘 할 수 있는 비교적 영리해 보이는 남자였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장애인들이 구슬프게 갈라진 목소리로 타인들에게 구걸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게 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은 유념해주었으면 좋겠다.


복지부 장관 일이 ‘재미있고, 보람있다’는 유시민 장관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무슨 ‘대권 주자’를 꿈꾸는 것은 그대의 자유겠지만 제발 ‘큰일’에 매달려 ‘작은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대인’보다는 저렇게 ‘팔순 노모와 두 딸의 생계’를 위해 비록 ‘앉은뱅이신세’지만 목이 터져라 구걸할 수밖에 없는 저런 장애걸인 가장을 위한 복지제도를 우선 마련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보건 복지부 관계자들은 제발 이런 ‘장애걸인’들에게 ‘제대로 된’ 기술 교육을 시키고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 가능하면 유시민 장관에게도 특히 이 ‘지하철 3호선의 앉은뱅이 장애걸인’이야기를 꼭 전달해주었으면 좋겠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한 명의 우주인양성을 위해 수백억 원을 쓰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추운 겨울날 저런 ‘장애인 걸인가장’이 지하철을 전전하며 ‘서민의 동정심’에 의지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이야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