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니와 오자키 유타카와 이은주

스카이뷰2 2007. 1. 23. 16:16
 

          유니와  오자키 유타카 (尾崎 豊)와 이은주


어린 여가수 유니의 자살 뉴스를 듣는 순간 80년대 일본열도를 휩쓸었던  꽃미남가수 오자키 유타카와 이은주가 떠올랐습니다.


몇 해 전인가요, 위성 NHK에서 오자키 유타카라는 꽃미남 가수의 스페셜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가수에 대해 1시간 정도하는  특집 방송인데다 젊은 남자가 보기 드물게 미남이어서 호기심을 갖고 봤습니다.


꽤 오래 된 일이라서 기억은 좀 가물가물합니다만 훤칠한 미남가수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단명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무슨 관상쟁이는 아니지만요 때때로 어떤 사람을 보는 순간 그런 ‘섬뜩하고 서늘한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재작년 역시 자살로 꽃 같은 삶을 마감한 미녀 배우 이은주를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에서 처음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지요. 뭐랄까요 좀 화사하면서도 왠지 금세 부서져버릴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 이은주가 자살했다는 뉴스를 텔레비전 자막뉴스를 통해 첨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요....


일본 가수들에 대해 별 정보가 없던 저로서는 ‘오자키 유타카 스페셜 아워’를 보면서 ‘노래도 잘하고 미남이고 인기 꽤 끌겠네, 하지만 좀 단명의 분위기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화면 아래쪽에 자막으로  ‘오자키 유타카의 10주기 추모 프로그램’이라고 나오는 걸 보면서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아주 순간적으로 시간이 뚝 멈춰버린 듯한 그런 기분이었지요.


그때 제가 첨 본 오자키 유타카는 어찌나 잘 생겼는지 그 이튿날인가 친구들과 만나 26세로 요절한 이 꽃미남 가수를 마치 저의 보이프렌드라도 되는양 자랑하면서 ‘장동건보다 예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장동건의 왕팬이었던 한 친구가 발끈하기도 했었지요.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런 ‘수다’를 떨었던 당시 저와 제 친구들은 그 꽃미남들보다는 훨씬 ‘연상’이었습니다. 워낙 철들이 없어서요.^^


엊그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니는 오자키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오자키가 18세 때 데뷔했듯이 유니도 15세 때 데뷔한 ‘하이틴 스타’ 출신입니다.


둘 다 빼어난 인물의 소유자라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거기에 26세라는 나이에 둘 모두 자살로 인생무대를 가슴 아프게 떠났다는 점도 섬뜩하네요.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요. 그 푸른 나이에 왜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을까요. 


재작년인가 우연히 유니가 출연한 토크쇼를 봤기에 그녀의 자살뉴스가 더 가슴 아팠습니다.

유니가 결손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성장배경을 말하면서 눈물짓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아버지는 얼굴도 모르고 할머니 품에서 외롭게 자랐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 같은 걸 써오라면 아버지의 이름을 자신이 대충 꾸며서 쓴 일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 소녀애가 아빠의 이름을 지어서 써내려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여워지네요.


그러면서 자신이 잘 되어서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다는 말도 했었지요. 그런 사람이 자살로 마감한 자신의 주검을 맨 먼저 할머니가 발견하게 했다는 건 ‘용서할 수 없는 불효’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떠나갈 수밖에 없었던 유니 본인은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요.


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물론 병증세로 인한 것이라 해도) 스스로의 목숨을 끊기까지는 아마도 엄청난 고통의 과정을 겪었으리라고 헤아려집니다.

스물여섯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그렇게 가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험난한 연예계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끝에 마지막 벽에 부닥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연예계라는 곳이 좀 험난한 곳입니까. 게다가 변덕쟁이 팬들의 그 까다로운 취향은 어떻게 일일이 맞출 수 있겠습니까.  

유니의 자살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서 했던 그런 가슴 아픈 얘기들과 연예계라는 거의 지옥 같은 동네가 풍기는 살벌한 이미지가 겹쳐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는 유니가 한 마리 ‘가여운 어린 새’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오! 가여운 어린 새여!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이제 막 시작한 파득거리는 날갯짓으로 연예계라는 험난한 정글을 헤쳐 나가야 했던 유니의 지난날이 너무도 가엽게 여겨지더군요. 꿈 많은 사춘기 여학생이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소녀로선 아마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 후 1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늘 거친 풍랑이 일고 있는 연예계 풍토에서 유니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요. 아마 그 수많은 시련은 본인이 아니고는 알 수 없겠지요.


유니와 단짝친구였다던 탤런트 소유진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유니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고 합니다.

“너무나 착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너무나 여려서 항상 걱정하게 만들어 놓고, 이렇게 말도 안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니, 너무 보고 싶다. 하나님 아시죠. 바보같이 착하고 순수한 아이라는 거,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도록 보살펴 주세요.”


유니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소유진의 ‘헌사’를 보면서 유니가 어떤 아가씨였다는 게 대강 짐작이 갑니다. 아마도 유니는 외로운 성장환경 탓에 몹시도 수줍음을 타는 처녀였을 겁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고뇌나 갈등을 함부로 말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2년전 25세로 자살한 이은주와도 비슷한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이은주 역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라는 유서를 남겼었다지요.

두 여성 모두 아리땁고 고운 아가씨들이었을 겁니다. 그러니 거친 연예계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전 연예인들이 마약하다가 걸린 뉴스를 가끔 볼 때마다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런 그들의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처지에 대해 깊은 연민과 동정을 느껴왔습니다. 자살로 꽃같은 생을 마감해 버린 젊은 연예인들의 ‘선택’도 가슴은 아프지만 그 심정을 알 것도 같습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그들의 ‘피 말리는 인생’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엄습해오는 자신의 추락에 대한 공포감을 참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I love you' 라는 노래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했던 오자키 유타카도 마약에 손대 감옥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는 군요.

일본이나 한국이나 아니 전세계적으로 연예계라는 곳은 아마도 생존의 법칙이 그 어느 곳 보다 냉엄한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로 성공할 확률은 10만분의 1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유명한 세기의 여배우 마릴린 먼로도 떠오르는군요. 36세때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그녀 역시 늘 불안해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살았다죠. 먼로 역시 고아출신으로 10대 때부터 연예계에 발을 디뎌 몹시 지친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늘 아버지를 그리워해 아버지같은 사람과 연애를 많이 했다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연예계라는 곳은 보이지 않는 ‘큰손’이 도사리고 앉아 ‘가여운 어린 새’들을 대중 앞에 내놓고 그들을 닦달하면서 ‘재미’보다가 그 ‘어린 새’들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찬바람 부는 길거리에 내팽개쳐 버리는 곳인 것 같습니다.


까다로운 대중들의 비위를 맞추려면 온갖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하면 생명의 안위까지 위협받는 곳이 바로 연예계이지요. 순간에 재물을 모을 수도 있지만 불안한 ‘날갯짓’으로 벌어들인 그 돈들은 그 ‘어린 새’들 곁에 늘 머물러 있진 않지요.


어쩌면 인간세상에서 가장 비정한 곳이 바로 연예계이겠지요. ‘상품가치’없어지면 오늘의 스타도 내일엔 3류 카바레로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동네죠. 그러니 제아무리 천하장사라도 배겨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순간의 영광 끝에 내팽개쳐지면 그들은 오갈 데 없어 ‘죽음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거 아닐까요?   


보도에 따르면 유니는 자신의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기 하루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미혼모였던 유니의 모친은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딸의 ‘마지막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하도 ‘나쁜 말들’이 춤을 추고 돌아다니니까 이미 세상 뜬 자신의 딸에게 행여라도 더러운 소문들이 추접스럽게 달라붙는 것을 ‘마지막 모정’으로 지켜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 찢어지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증이 다 나은 줄 알았는데....라면서 유니의 모친은 말을 잇지 못했다죠. 우울증이 무서운 건 바로 다 나았다고 여길 때 환자들이 자살해버리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은주나 유니나 모두 같은 케이스일겁니다.


오자키 유타카도 그의 마지막 뮤직 비디오를 보면 그런 쫓기는 듯한 절박함이 느껴져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군요. ‘저러다 사람잡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사력을 다해 노래 부르고 있었습니다. 8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절대적 존재답게’ 그는 온몸을 던져 절규하는 모습이었죠.


이 글을 쓰기 위해 인터넷에 들어가 본 유니의 뮤직 비디오도 섬뜩했습니다.

왜 그렇게 음산하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멀쩡한 사람도 그런 류의 비디오를 촬영하다보면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그녀의 뮤직 비디오 역시 오자키의 그것처럼 한없이 불안하고 공포감마저 느껴져 보는 사람마저 아슬아슬하게 만들어놓았더군요. 


이은주도 그의 유작이 되어버린 ‘주홍글씨’라는 영화에서 너무 가혹한 장면을 많이 촬영해 가뜩이나 심약한 그녀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게 모두 ‘돈벌이’를 위한 ‘연예계 큰손’들이 무언의 압력을 넣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자키나 유니의 ‘귀기 어린’ 뮤직 비디오, 이은주의 참담한 ‘베드 신’들 이런 것들이 그 ‘어린 새’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요, 원래 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섬세한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밥줄’이 걸린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일하다보면 결국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게 ‘비정한 정글의 생존 법칙’인 것 같아 서글퍼집니다. 


이은주가 그랬듯이 유니도 인터넷 악플로 많이 괴로워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소위 ‘키보드 워리어’(악성댓글을 상습적으로 만드는 네티즌)들이 인정사정없이 뱉어내는 악성 리플들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들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잘 뒈졌다’는 소감을 버젓이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심보일까요? 장난? 장난으로 던진 돌에 사람 잡는 걸 모르는 철부지들인가 봅니다.


유니도 이런 온갖 악플 때문에 엄청나게 괴로워했다는군요. 인터넷에는 어느새 ‘유니 악플 모음’이라는 요상한 기사도 떠있습니다.

 

이건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일 겁니다. 악플 다는 사람들을 ‘징계하기 위해’ 재조명한다는 것이지만 자연히 고인에 대한 ‘약점 아닌 약점’들이 마구 파헤쳐지는 형상입니다. 이런 걸 올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어떻게 ‘악플 모음’이란 걸 올릴 ‘꾀’를 냈는지. 이건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봅니다.


유니나 오자키 유타카나 이은주는 모두 조용하면서도 평범한 삶의 순간도 누리고 싶었을 겁니다. 아침이슬 같은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일수록 ‘보통 사람’같은 ‘생의 따사로운 순간들’을 맛보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합니다.

그런 그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제 우린 고인들을 조용히 보내드려야 합니다.


세상의 짐이 너무 무거워 어린 나이에 먼 길 떠난 ‘어린 새들’을 위해 조용히 그들의 명복을 빌어야 할 시간입니다. 악플 따위로 그들의 영혼을 모욕해선 안 되겠지요.


그리고 연예인을 선망하는, 아니 새로운 세계로 나가려는 모든 ‘어린 세대’들에겐 이런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세상은 네 뜻대로 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좌절하지도 말고 더더욱 자살만은 절대로 안 된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세상에 살아남아야 한다!’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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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여러분!,

세상을 살아가면서 온갖 고민과 갈등을 겪는다하더라도 제발 자살만은 안 됩니다.

어떤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자살만은 안 됩니다.!!!

혹 죽음의 유혹을 느낄 땐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를 방문하셔서 방명록에 여러분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아 주셔요. 

우리 함께 인생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풀어나가 봅시다.

-스카이뷰의 블로그 운영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