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극장의 여왕' 이미경 CJ부회장과의 만남

스카이뷰2 2007. 4. 6. 13:00
 

    ‘극장의 여왕’ 이미경 CJ 부회장을 만나다


어제(5일) 저는 ‘횡재’를 한 기분이었습니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극장의 여왕’ 이미경 CJ 엔터테인먼트 부회장과 조우한 것입니다.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재벌가 출신으로 현재 재벌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여서가 아닙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선 국내 최대 극장체인인 CGV를 운영하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의 총괄 부회장으로 말하자면 ‘극장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경씨가 현재 하고 있는 그 ‘일’이 부러워서였습니다.


이 ‘극장의 여왕’이라는 호칭은 제가 오늘 처음으로 그녀에게 헌정한 별명임을 밝힙니다. 그러니까 그 ‘저작권’은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극장의 여왕’! 꽤 멋있지 않습니까! ‘극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마력적인 분위기에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이 결합했으니 그 판타지는 아마도 어떤 상황에서도 멋있게 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자화자찬이 너무 심하지요?^^) 


언젠가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서 고백한 적이 있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워낙 영화를 좋아해 어렸을 때는 바구니에 땅콩이나 오징어같은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담고 어두운 극장 안을 살금살금 돌아다니던 ‘언니’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극장 안에 그런 ‘판매 소녀’들이 사라졌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그렇게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 안에서 바구니 장사를 하는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요즘 웬만한 연인들은 콜라나 팝콘을 사들고 들어와선지 아예 좌석엔 콜라 컵을 놓는 홀더까지 부착되어 있지요. 어떨 땐 그런 연인들이 아삭거리며 먹는 팝콘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요즘 트렌드려니 하고 참아낼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튼 저는 어려서는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그런 ‘판매 언니’ 들을 부러워하다가 학생시절엔 주인공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강력히 가졌던 적도 있습니다.


아마 요즘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0순위’가 연예인이라지요, 이런 현상은 어쩌면 인간의 오래된 ‘본능적 소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주 옛날에는 남사당패가 오면 가슴 설레며 그들을 따라 몰래 가출을 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엄격히 따져 들다보면 바로 이런 ‘연예인’이 되고자하는 소망과 맥이 닿아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주인공 배우’에의 소망은 철이 들면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나서부터는 슬그머니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으로 그 ‘희망 대상’이 바뀌어왔죠.

아무래도 작가나 감독이야 ‘얼굴’로 승부하진 않을 테니까요.^^


아마 적지 않은 틴에이저들이 저와 같은 성장 통과의례를 거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다가 그냥저냥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단순한 영화팬’으로 블로그에 영화 에세이 올리는 것을 ‘거룩한 사명’ 쯤으로 여기는 쓸쓸한 경지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 전 ‘삼성가의 여성’인 이미경씨가 미국에서 스티븐스필버그 같은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드림웍스라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녀를 언젠가는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저의 오래된 ‘취미’중의 하나는 ‘유명인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그것을 글로 쓰는 것입니다. 한때 열렬한 ‘문학 지망생’이기도 했던 저는  고교 3년 무렵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작가 이회성씨가 일본 굴지의 문예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인터뷰 리스트’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소망은 거의 15년의 세월이 지난 후 제가 동경에 직접 가서 작가가 살고 있는 쯔츠지 오카(진달래 언덕)라는 곳에까지 찾아가면서 이루어졌습니다.

번잡하기 이를 데 없는 신주쿠 역에서 게이오 센이라는 기차를 타고 작가를 만나러 가던 그때가 지금도 기억에 선합니다.


동경근교에 살고 있는 작가와는 ‘문명(文明)’이라는 조그마한 역전 다방에서

만났었지요. 당시 50대 후반인 그는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미남형’이었습니다. 거의 30대로 보이는 작가에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 말하자 그는 ‘철이 없어서요’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더군요.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작가는 재일동포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한국식 이름 석자를  내세우고 일본 문단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1세대 문학인으로서 그 필명을 날려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와 아주 막역한 친구 사이라고 하더군요.

 

오에 겐자부로는 2006년 5월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만 일본 작가치고는 보기 드문 사회참여파 문인으로서 행동하는 작가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는 '시민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프루덴셜한 정신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그의 가치관과 이회성씨의 '자이니치(在日)'로서의 이방인같은 정신 세계가 어떤 합치점을 찾아낸 것 같았습니다.


이회성작가와의 만남은 당시 제가 일하고 있던 시사주간지에 칼라로 5페이지 정도 소개되었지요. 그야말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겠죠?^^ 그 이후에도 이런 일들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미경씨도 저의 ‘인터뷰 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는 매스컴에 알려진 이야기 말고도 개인적 채널로 적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언젠가는 그녀를 직접 만나서 ‘의견 교환’을 해야지 라고 혼자 생각했었지요.


그러다가 어제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2007 한국의 경영자상 시상식’에서 그녀가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하는 6명의 CEO중의 한 명으로, 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상을 받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소공동 롯데 호텔에 갔던 것입니다.


이미경 부회장은 아시다시피 ‘비운의 황태자’로 알려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회장의 장남 이맹희씨의 장녀입니다. 그러니까 이병철회장의 장손녀이죠.


그동안 그녀에 대해선 매스컴의 보도로 간간히 이러저런 소식은 듣고 있었습니다만 전혀 뜻밖에 직접 만나 명함을 건넸으니 저 같은 소시민의 입장에서야 거의 ‘횡재’한 셈이겠지요.^^


그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많이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재벌가에서 태어나 현재 재벌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겸손한 성품의 소유자로 보이더군요. 아담한 체구의 그녀는 제가 명함을 내밀자 목발을 짚고 있어 조금 불편한 자신의  자세에 당황해했지만 이내 따스한 미소를 잊지 않았습니다.   


시상식장으로 막 입장하려는 경황없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도 역시 ‘재벌가 회장’다운 리더십을 보여주더군요. 그렇게 부잣집 여성이고 휘하에 현재 2천명 가까운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극장의 여왕’이었지만 거만한 구석이라곤 조금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굉장히 성실하고 공손한 인상이었습니다.

물론 사람을 한 눈에 알아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왜 ‘일별’하는 데서 받는 느낌은 대체로 들어맞질 않습니까!


그녀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얼굴에서는 ‘극장의 여왕’다운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복장도 아주 여성스러웠습니다. 그냥 연한 미색 투피스였는데요, 정장용이 아니라 조금은 파티 분위기도 나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약간 페티코트 풍의 치마를 입고 스니커즈 풍의 귀여운 갈색 단화를 신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야 툭하면 ‘재벌가의 회장이나 자제분들’을 수시로 접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그들을 만나는 건 거의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거든요. 첩첩이 둘러싸인 ‘인의 장막’을 헤집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건 그야말로 ‘시운’이 닿지 않는 이상 평범한 소시민들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저의 ‘인터뷰 리스트’에 올라있는 재벌가의 여성 CEO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그녀와의 인터뷰는 조만간 이루어지리라고 봅니다.^^


내친 김에 저는 시상식장면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시상식 구경은 자기가 받거나 가족들이 받지 않는 이상 썩 재미있는 구경은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한·미 FTA협상도 타결돼, 전 국민의  ‘경제 마인드’가 한껏 높아져 있는 시점이고 보니 ‘경제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경영자 즉 CEO들이 경영을 잘해 상을 받는다는 행사를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 소개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한·미 FTA협상 타결 과정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닥쳐올 여러 가지 영향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서 경제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CEO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도 싶었습니다.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어제 행사는 알고 보니까 역사가 꽤 된 행사였습니다. 69년에 처음 제정한 이 상은 올해로 39회를 맞는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상을 받은 CEO들을 보니 대한민국 경제계를 주름잡는 웬만한 회장님들은 거의 모두 이 상을 받았더군요.

그러나 워낙 ‘대가(大家)’ 들이어선지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과 현 이건희 회장, 현대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 등은 역대 수상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여성으로는 1999년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첫 수상자였고, 2002년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이, 2004년 경신공업의 김경신 사장이 상을 받았습니다.

대학 총장이 CEO상을 받은 건 좀 특이하게 여겨졌지만 요즘은 대학도 경영마인드가 있어야 총장직을 잘 할 수 있다는 설이 지배적인 걸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 듯도 합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이미경 CJ 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네 번째 여성수상자이자 현재까지는 최연소(49세)로 상을 받은 CEO입니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자 소감 인사말을 제일 먼저 한 그녀는 착한 모범생 같은 또렷하고 겸손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자신의 상을 받은 데 대한 감사의 인사말을 해나갔습니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식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 큰 박수를 아주 오랫동안 그녀에게 보내더군요. 요근래 그토록 열렬한 박수를 받은 수상자는 처음 봅니다. 그녀는 그날 제일 박수를 많이 받은 CEO였습니다.


그만큼 그녀의 말에는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연설말미에 ‘어머니’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하는 대목에서는 숙연한 기운마저 느껴지더군요. 그런 재벌가의 딸들도 ‘고생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뉘앙스가 풍겼습니다.


그녀는 “CJ가 1998년 국내 처음으로 세운 멀티플렉스 극장 ‘강변 CGV’가 들어설 때만 해도 국내 영화관객수는 5000만 명이었지만 2006년에는 1억 6,700만 명의 관객이 들었습니다. 2007년 현재 CGV는 전국 45개 영화관에 362개 스크린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지요. 멀티플렉스 극장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이미경 부회장의 아이디어였다는군요.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해 동안 한국에서 영화를 본 전체 관객 4명중 1명은 이미경 부회장이 이끄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를 봤다고 합니다. 뮤지컬 관람객의 20%가 CJ가 기획하고 공연한 작품을 감상했다고 하니 그녀에게 ‘극장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붙여주는 것도 그리 허풍스런 건 아니겠지요.^^


그녀는 한때 반짝했던 ‘한류’가 요즘 들어 조금 주춤해 있는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했습니다.

이미경 부회장이 CJ엔터테인먼트를 총괄해 온 이래 CJ는 우리에게 익숙한 ‘공동경비구역 JSA’나 ‘동갑내기 과외하기’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너는 내 운명’ ‘타짜’등의  한국 영화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요.


이미경 부회장은 CJ엔터테인먼트가 수입할 예정인 영화는 직접 필름 프린트를 구입해서 관람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녀가 해외에 직접 찾아가 그 영화의 제작 현황을 모두 파악한 뒤에 수입을 결정할 정도로 일처리가 철저하다는 소리가 들립니다.(저도 요런 일을 하고 싶거든요.^^)


그녀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석사를 한 뒤 중국의 명문 푸단대학에서 중국역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답게 해박한 지식으로 부하 직원들과 수시로 대화하면서 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열정’을 요구한다는군요. 재벌가의 오너 CEO로서의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 같네요. 어떤 일이든지 열정이야말로 제일 필요한 덕목 아니겠습니까!


그녀에겐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휴식 없는 일벌레’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스스로도 일에 ‘열정’을 갖는 것을 제일로 치고 보니 부하직원들에게도 ‘열정’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막연히 생각할 때 재벌가의 딸로서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예전 잣대로 볼 땐 그리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녀와 같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아랫사람들도 그야말로 ‘열과 성’을 다 바쳐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이 날 식장에는 이 부회장 이외에도 민계식 현대 중공업 부회장,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인호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 등이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말했습니다.


이 들 중 이 부회장 다음으로 제일 인상에 남는 사람은 민계식 현대 중공업 부회장이었습니다. 그는 올해 65세인데 요즘도 1년이면 10차례 정도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특이한 취미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그는 연설도중 자신이 다섯 살 때 에디슨 전기를 읽고 공학자의 길에 들어설 것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불과 5세! 에 그런 목표를 설정했다는 게 정말이지 너무도 놀랍더군요. 큰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옛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도 연설말미에 ‘부모님’을 언급하며 울컥하는 감정을 삭이지 못해 한동안 연설을 못했습니다. 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박수로 격려를 보내고 나서야 연설을 마무리 하더군요. 완전 백발인 CEO의 눈물!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시상식이 끝나고 저는 다시 이미경 부회장에게 다가갔습니다. 연단의 수상자 석에 앉아 있었던 탓인지 그녀는 몹시 지쳐 보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사진 한 컷을 찍겠다고 염치없이 말하자 그녀는 피곤한 미소를 보이며 ‘나중에 찍지요’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에 도저히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어마어마한 재벌가의 최고 여성 CEO지만 여느 여염집 여성보다 더 조신하면서 겸손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니까 CJ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