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스시와 대한민국 상위 1%
오늘아침 신문에 보도된 ‘네이키드 스시(알몸 초밥)’는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어제(25일)밤 한 케이블 TV의 ‘백만장자의 쇼핑백’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체의 백인여자가 식탁위에 반듯하게 누워있고 그녀의 몸 위에 있는 스시를 여배우라는 한 진행자가 젓가락을 들고 집어먹는 사진이 실렸다.
그렇잖아도 요 며칠 새 엽기적인 아동성추행 살해 사건이나 스낵에 들어간 이물질 소동으로 내 비위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는 상태였는데 이런 황당한 사진과 기사내용을 보는 순간 그야말로 구토증세가 일어났다.
‘네이키드 스시’는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사람의 나체위에 초밥이 놓여져 나오는 것이다. 건강하고 젊은 미녀의 몸 위에 요리를 놓고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일본의 속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미국에서도 이 네이키드 스시 집이 문을 열었는데 1인분에 150달러를 받는데도 아주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알몸초밥을 먹는데는 ‘신성한 룰’이 있어서, 손님들은 반드시 젓가락을 사용하되 모델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나. 이런 ‘룰’을 내놓는 걸 보면 어떤 ‘돌발 상황’이 나올 수 있는지를 암시해주는 것 같아 영 개운치 않다.
소위 ‘룸살롱’ 같은 곳에서 이상한 ‘음주 법’이 있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있는데 마치 그런 수상한 행태의 시식 법을 연상시키는 것도 같다.
더할 수 없이 음탕한 분위기의 음주와 식사라는 이미지가 주는 불쾌함을 참기 어려워진다. 소돔과 고모라 수준이라고나 해야 할 지.
앞으로 얼마나 더 기상천외한 타락의 향연을 방송에서 소개할지 걱정스럽다.
국내 케이블 TV에서 ‘대한민국 상위 1% 부자들이 어떤 곳에서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생활을 누리는지 알아 본다’는 취지로 마련했다는 소위 트렌드 바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첫 방송에서 이렇게 엽기적이고도 비위 상하는 천박한 내용을 내보냈다는 점에서 요즘 사람들의 의식수준과 정서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의 제일 밑바닥 수준이 소위 ‘문화업종’이라고 불리는 방송계 종사자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기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얄팍한 상술을 익힌 상인들의 행태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물론 여성단체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프로를 제작한 팀의 관계자는 ‘해외부자들의 생활상을 재연해 보여준 것으로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공방전’도 상투적인 느낌이 든다. 반박 성명은 당연히 발표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제 여성단체에선 그런 ‘사후약방문’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21세기 여성단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이런 걸 ‘요리’라고 즐기는 수요자가 있으니 공급이 될 것이다. ‘건강·장수’야 인간의 본능적 소망인 것이니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하고 장수해지고 싶은 ‘상위 1%’ 돈 많은 부자들이 제 돈 내고 그런 ‘요리’를 사먹는 거를 나무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걸 불특정 다수가 보게 되는 방송에 내보낸다는 건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어른들도 그런 ‘시식법’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텐데 청소년들에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겠는가.
아마도 이런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는 문화관광부에서 다루고 있을 것이다. 탤런트 출신 장관 유인촌씨는 코드 안 맞는 산하기관장 축출하는데 신경 쓰기보다 이런 저질 방송프로그램을 바로잡는데 노력해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
이 방송의 제작진들은 이런 말도 했다. “알몸 초밥을 접하는 순간 황인영이 젓가락을 들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예상과 달리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네이키드 스시를 체험했다.”
여자 진행자가 여자의 나체 위에 놓여진 초밥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젓가락질 했다는 설정! 그야말로 몬도가네라는 영화에나 소개할 수 있는 거의 황음(荒淫:함부로 음탕한 짓을 함)수준의 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젓가락질로 초밥을 집어먹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불이 꺼진 상태에서 시식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소리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 정도다.
아무리 ‘돈’벌기 위해 식탁 위에 ‘인간접시’형태로 누워있는 거라지만 ‘스시 접시’대용의 그 여성의 인권은 어쩌란 말인지. 성별을 떠나서 한 사람의 고귀한 인간성이 그런 식으로 부자들의 건강을 위해 바쳐지고 있다는 걸 보면서 마치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가 떠올라 울적한 기분마저 든다.
불결함과 유치함과 인간 모독을 넘어서 인간성 말살의 혐오스런 행위가 무슨 ‘실험연극’도 아니면서 버젓이 방송에서 소개되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나라 문화수준이 어느 정도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관광부 당국자에게는 이런 요상한 프로그램을 꼭 방영허가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보건복지가족부 당국자에게는 그런 혐오식품을 판매 허가하는 게
합법적인지도 아울러 묻고 싶다. 아직 출범 한달 밖에 안 돼 어수선하겠지만. 제발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런 ‘요리’와 ‘프로그램’은 국민 눈에 띄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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