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블로거에 두 손 번쩍 든 중국 관리들

스카이뷰2 2008. 7. 8. 12:17

 

인민일보를 방문해 블로거들과 채팅하는 후진타오 주석. 

 

      

   블로거에 두 손 번쩍 든 중국 관리들


‘철권통치’로 알려진 공산주의 국가 중국도 이제 블로거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

전통적인 ‘관존민비’와 ‘정보통제’의 나라 중국에도 블로거들의 자유언론 바람이 태풍처럼 불어 닥쳐 거만한 관리들이 ‘민초’ 블로거들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귀주(貴州)성 웡안현 당서기와 현장을 지난 7월 4일 면직시킨 ‘사건’은 블로거들의 ‘저항’에 따른 블로거들의 승리 사례라고 보도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다.


‘죽의 장막· 인의 장막’의 중국에도 이제 인터넷이 시대의 대세로 등장했고 그 핵심에 블로거들의 존재가 드디어 자리한 것이다.

‘귀주사건’의 발단은 이 지역 한 여학생의 죽음에서 비롯되었다.  


이 여학생은 귀주 성 공안국 고위 간부 아들에게 강간당한 뒤 피살되었는데도 공안 당국은 사망원인을 단순 익사로 발표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정부청사와 관용차량에 불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정부는 이들을 폭도로 규정하며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폭동은 깡패와 범죄인들이 부채질했다며 ‘과잉진압’이 아니라고 강력 주장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런 ‘불의’를 두고 가만있을 중국 블로거들이 아니었다. 블로거들은 이번 사건의 실체가 정부 관리들의 횡포에 항거한 의거라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집단적으로 올리며 정부당국에 맞서는 ‘사이버 전쟁’을 벌였다.


블로거들의 공세가 들불처럼 걷잡을 수없이 번지자 결국 중국정부는 시위대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해당 관리들을 면직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블로거들이 이뤄낸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귀주성 당서기도 사건 초기엔 “불순한 동기를 지닌 소수 분자들이 부추긴 사건”이라했지만 블로거들의 강력한 ‘사이버 시위’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말을 바꿨다. “거만하고 거친 간부들이 시위를 유발했다”며 공식 사죄한 것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이제 블로거 인구도 최근 2억 2천만 명을 돌파해 그동안 ‘블로거 종주국’이었던 미국을 제치고 ‘블로거 1위 국가’에 등극했다.

바야흐로 중국이 사이버 세상마저도 ‘인해전술’로 접수한 셈이다.


이 ‘귀주 사건’이 일어나기 전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지난 6월 20일 인민일보(www.people.com.cn) 포털 창궈(强國) 블로거 사이트를 방문해 블로거들과 20분간 채팅을 했다. 중국 지도자로선 처음 ‘인터넷의 힘, 블로거의 힘’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날 블로거들과 대화하면서 “여론을 알려면 인터넷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이곳이 주요 여론 창구”라고 말했다.

후진타오는 “바빠서 매일 웹서핑을 할 수는 없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접속하고 있다”면서 “창궈 사이트는 꼭 방문해야 하는 사이트”라고 중국 블로거들에게 아부(?) 발언도 했다고 한다.


그는 “블로거들이 제기한 의견과 문제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귀를 기울여 그들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티벳 항거를 세계에 처음 알린 것도 블로거였다.


바야흐로 공산주의 중국에서도 ‘못 말리는 블로거들’ 덕분에 자유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듯하다. 예전처럼 언론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해도 인터넷까지 강제로 규제하기엔 중국 정부도 ‘역부족’과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중국의 블로그 바람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중국 인터넷 상의 최고 유행어는 “오늘 너 블로그 했니?”였다. 그만큼 자신의 의견과 정보를 자유롭게 인터넷에 공개하는 블로그에 13억 중국인이 매료되었던 것이다.


중국을 이끌어오던 관료 중심의 특권층 사회의 주도권이 ‘민초’들에게 넘어가는 디딤돌로 블로그가 자리매김한 것이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블로거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스타 블로거’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해 중국 최고 블로거로는 안체(安替:반대 세력을 뜻하는 영어의 anti와 발음이 같다)가 꼽힌다. 안티 블로거는 중국 블로거들의 ‘의식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정치 칼럼들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정치 블로그 뿐 아니라 문학 연예분야와 음악 방송 분야에서도 스타블로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시류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있는 기업체들도 블로그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QQ특구, 시나, 보키(bokee) TOM같은 토종 기업체들은 물론이고 마이크로 소프트도 중국 블로그 시장 공략에 부지런히 나서고 있다.

이제 중국은 그야말로 민·관·기업이 앞 다퉈 블로그 세상과 접속하는 명실상부한 ‘블로그 대국’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중국 최고 권력자 후진타오가 직접 블로거들과 채팅까지 해가면서 블로거들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점이 중국 블로거들은 물론 세계 블로거들에게도 고무적인 소식 같다.

이제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든 정부당국자들은 블로거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블로거는 곧 국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