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워렌 버핏과의 65만불짜리 유쾌한 점심

스카이뷰2 2008. 7. 4. 11:07
 

워렌 버핏 할아버지. 

 

        워렌 버핏과의 65만 불짜리 유쾌한 점심


79세 할아버지와 점심식사 한 끼 먹기 위해 65만 달러(6억 7700만원) 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지만 그 ‘배경’을 모르는 분들에겐 다소 불쾌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천문학적 점심 비용’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 그 ‘멋진 할아버지’에 대해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올해로 8년째 열리고 있는 세계 최고 부자 할아버지와의 점심은 해가 갈수록 전 세계의 매스컴의 화제거리로 오르고 있다. 그 점심값은 올해는 65만불이었지만 내년엔 211만 달러로 무려 3배 이상 가격이 폭등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물론 이 점심값은 고스란히 시카고의 빈민구제사업에 기부한다.

그래서 천문학적 점심 대접받는 이 할아버지가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점심한끼 대접하려드는 노인의 정체는 무얼까?

미국 중서부의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워렌 버핏 옹. 이 사람이 바로 비싼 점심대접을 받고 있는 할아버지다. ‘투자의 신’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투자의 현인’ 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워렌 버핏 옹은 7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현역으로 전 세계 경제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은 놀라울 정도로 검박한 생활을 하고 있어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듣다 보면 왜 그를 ‘오마하의 현자’로 부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버핏은 전 재산 620억 달러의 세계 제1의 부자이면서도 50여 년 전 신혼때 장만한 6억 원(현 시가)짜리 집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다.


세 자녀들이 태어난 집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그냥 눌러 살고 있는 것이다. 아침 식사는 맥아분유를 곁들인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고, 진수성찬이라하면 햄버거와 팝콘 그리고 체리 코크 정도. 비싼 만찬이라 해도 25달러짜리 스테이크를 사먹는다. 


이렇게 검박한 생활은 회사에도 고스란히 연결돼, 연 투자이익률을 25%나 올리는 잘나가는 회사이지만 번듯한 본사건물 하나 없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투자그룹 버크셔 헤서웨이의 본사는 그의 집 근처인 오마하의 다른 건물 2개 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물론 회장실이나 접견실은 따로 없다. 직원도 고작 20명 남짓. 

그렇게 부자이면서도 중고차를 기사도 없이 직접 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유비를 아끼려고 셀프서비스를 이용한다.


지난 6월25일 이 버핏 할아버지와 6억원짜리 비싼 점심을 함께 먹은 미국인 사업가 스피어는 “그가 왜 오마하의 현자라 불리는 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버핏과의 점심 시식기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했다.


뉴욕 맨해튼의 ‘스미스 & 월렌스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만난 버핏은 “나는 다섯 살 이전에 먹어 보지 않은 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이들 수록 유년시절 ‘먹어봤던 음식’에 집착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오마하의 현자’ 영감님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말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아주 심오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워런 버핏같은 세계 최고 갑부 할아버지는 아주 별난 음식 진수성찬의 식탁만 받을 것 같지만 ‘다섯 살 꼬마’ 시절 식사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 우리에게 ‘인생은 별난 것이 아니다’를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또 “인생은 자기 내면의 잣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라”면서 간단하면서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선문답’을 내놓는다.


“나는 내가 나쁜 인간인줄 알면서도 세상에서는 선한 사람으로 여겨졌으면 하는가, 아니면 세상이 나쁘게 보더라도 스스로 선한 줄 알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가?”

할아버지의 이 ‘명쾌한 화법’에서 그의 존재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위선자로 살래 아니면 너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충실할래? 라는 이 질문에 아마 적잖은 사람들은 ‘정답’을 내놓는데 망설임을 가질 것이라고 본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명언을 참조한다면 좋을 듯 싶다.

 

이 할아버지의 투자철학은 간단하다. "10년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이다.

"한 번 사면 오를때까지 간다" 이렇게 평범한 철학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웬만한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것이다.

항상 쉬운 것이 어려운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실제 그는 78년에 구입한 코카콜라 주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2006년 전 재산의 85%인 32조원을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 앤 멜린다 재단’에 ‘쾌척’했다. ‘오마하의 현자’라는 명성에 신뢰감을 더해주는 사건이었지만 버핏 본인은 아주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이 영감님은 ‘대인 풍’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유지해온 그의 단순하고도 검박한 일상생활이 그에게 그런 신뢰감 느껴지는 풍모를 선사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고부자인데도 ‘거친 식사’를 주로 하고 소매 깃이 닳은 양복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치고 다니는 ‘현자’는 그러나 엄숙주의자는 아니라고 한다.

유머러스한 말로 좌중을 웃기는 솜씨도 ‘현자 수준’이다. “자라면서 오로지 두 가지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여자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두 번째 관심사인 사업으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11세 소년시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이 영감님은 100달러로 시작한 소액투자자에서 이제는 620억 달러를 소유한 거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의식주 생활은 ‘신입 사원 수준’의 낮은 단계 생활이라는 점이 그를 ‘세계의 현자’로 만들어 준 것 같다.  생각은 높게 생활은 낮게라는 영국속담이 생각난다. 점심 한끼에 수십만원 하는 식사를 한다는 일부 한국의 졸부들에겐 어쩌면 이런 할아버지의 사는 법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독서와 투자’를 인생의 전부로 알고 일생을 살아왔다는 이 ‘오마하의 현자’ 할아버지는 어쩌면 우리 시대 마지막 소크라테스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