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최민수의 액세서리를 보며 웃다

스카이뷰2 2008. 6. 24. 10:59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최민수의 연민어린 표정. 스포츠 조선 사진. 

      

 작별인사를 하는 최민수 가족. 눈물을 닦는 아들 모습이 애처롭다.스포츠조선 사진.

   

   

    최민수의 액세서리를 보며 웃다


한 장의 사진이 오늘 아침 나를 웃게 만들었다. 웃음은 건강의 최고 보약이라니까 그 웃음 제공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사진의 주인공은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최민수!

한 스포츠 신문에 실린 최민수의 이 사진을 보면서 그는 천생 배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 4월 70대 노인 폭행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민수는 사건이후 지나칠 정도로 ‘자숙 모드’를 보여 그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근교에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거기서 숙식하면서 ‘반성’하는 최민수는 보기에 딱했다.  쇼같지는 않았다.


상반신을 벗어 제친 타잔 같은 모습으로 컨테이너 주변에 서 있는 사진이 한 온라인 신문에 실린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어제(23일)그는 인천 공항에 나타났고 ‘귀신같은’ 카메라 기자에게 잡혔다.


위 사진에서 최민수의 얼굴 표정은 마치 연기를 하는 듯하다. 역시 배우여서일까.

세상의 온갖 연민이 그의 얼굴에 묻어있는 듯한 표정이다. 원래 ‘천의 얼굴’의 연기가 가능했던 최민수가 아닌가. 수심어린 표정과 치렁치렁한 액세서리를 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언밸런스한 액세서리들이 그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혹은 그 액세서리에서 '배우'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예전 ‘모래시계’의 조폭 두목으로 형장에 끌려가면서 최민수가 지었던 그 마지막 표정은 한국 드라마 사에 손 꼽히는  괜찮은 연기로 회자되어 왔다.

연기 잘하는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지만 최민수는 노래솜씨도 대단하다.

노래가 되니 연기가 되는 것이다. 노래 못하는 연기자들은 거의 연기도 못한다.


그가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는 모습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원곡을 부른 가수 뺨치는 노래솜씨였다.

최민수가 무슨 역을 맡았다 하면 비교적 ‘안심’이 될 정도로 그의 연기는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그의 장모되는 분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최민수는 스피릿이 있는 배우”라고 말했던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어로 떠돌면서 이 ‘스피릿(영혼)’은 우리 시대의 필수적 단어로 등극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소고기 파동’이후 최고 권력자이하 고위직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로 치부되는 현상마저 일고 있는 세태여서 최민수의 ‘스피릿’이 새삼 떠오른 것이다.


방학을 맞아 캐나다로 떠나는  부인과 아들들을 배웅하러 공항에 나온 최민수는 카메라 기자에게 딱 걸렸고, 그렇게 해서 내 눈에 들어온 최민수의 모습은 오늘 아침 나를 잠시나마 유쾌한 기분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좀 우습지 않은가. 거의 노숙자 분위기의 중년 사내가 치렁치렁한 액세러리를 한 모습이...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맨발의 최민수는 그 표정만은 세상을 가여워하는 도사 풍이다. ‘맨발’이 주는 이미지 또한 범상치 않다. ‘맨발의 청춘’이 빈손의 청춘들을 위로해 주는 컨셉이었던 시대도 있었다. 최민수의 맨발은 그 ‘60년대 식 청춘’을 연상케 한다. 어쩌면 그의 부친인 배우 최무룡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만한 아들이 없다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더 튀는 컨셉을 요구하는 시대다.

그냥 맨발에 벙거지 모자만 이었다면 최민수 답지 않았을 것이다.

배우 최민수는 몇 줄의 목걸이를 목에 걸쳤다. 거기에 손목에는 은제 팔찌와 매듭 팔찌를 몇 개 차고 있다. 손가락에 낀 커다란 반지도 눈길을 끈다. 어쩌면 그의 그런 액세서리가 배우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따라 하기 힘든 ‘튀는 액세서리’였지만 최민수, 그가 보여주는 데는 별 신기하지도 않다. 오히려 최민수답다는 느낌이다. 평범한 건 거부할 듯한 그의 이미지가 그런 액세서리와 제대로 만났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론 액세서리에 별 관심이 없지만 배우가 보여주는 그런 패션엔 눈길을 두는 편이다. 대한민국에서  40대 후반의 가장 중에 저런 액세서리를 소화해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에겐 배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에겐 어려운 일도 배우 그들은 해내는 존재인 것이다.

 

최민수의 목걸이와 팔찌 그리고 반지를 트집 잡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숨어있던 최민수’가 연민어린 표정으로 우리 앞에 맨발로 나타났고, 가족들을 슬픈 얼굴로 배웅 나온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일말의 안도감마저 느껴진다. 아마 가족들을 배웅하면서 그의 뇌리에는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미지는 그 자체가 아련한 슬픔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아무리 언제나 청춘 같은 배우라 해도 어린 아들 앞에선 뭉클해지는 심경이 들 것이다. 잠시 ‘기러기 아빠’가 될 최민수가 맨발로 아들들을 배웅하러 나온 풍경에서도 역시 아릿한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다.

최민수라는 ‘괜찮은 배우’가 그의 가족과 함께한 사연이 더해진 이 한 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배우는 일거수일투족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법이다. 모르긴 몰라도 최민수는 아마 지금쯤 연기에 몰입하고 싶어할 지도 모르겠다.

배우는 연기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존재이니까.  

 

돌출 행동으로 잠시 대중 앞에서 사라진 배우 최민수는 자신이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나와 다시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기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그는 액세러리를 치렁치렁 거느린 채 사람많은 인천 공항에 나타났을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다.